친구 이야기-60년, 그 우정의 세월, D-day/잊혀 진 여인
드디어 2023년 5월 27일 토요일의 날이 밝았다.
우리 문경중학교 13회 동기동창 친구들이 졸업 60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를 여는 바로 그날, D-day였다.
이날에 내가 맨 먼저 한 일이 있었다.
한 여인을 이날 행사에 동행하는 일이었다.
바로 한 해 전에 세상을 뜬 우리 동기동창 권강호 친구의 부인이신 손일순 여사와의 동행이었다.
그저 동행이 될 턱이 없었다.
남편이 살아있어도 동기동창 친구들 모임에 발걸음하기 어려워하는 판에, 그동안 의지하던 남편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 혼자서 그와 같은 남편 친구들 모임에 발걸음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마음의 문이 열려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설득을 해야 했고, 설복을 받아내야 했다.
평소 부부동반으로 어울리면서 가까이 지내온 그 아내들이, 우리들에게 잊혀 진 여인으로 사라지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들 동기동창 친구들 모임에 부부동반 할 것을 한사코 주장해 왔었다.
처음에는 곧바로 단절의 벽에 부딪쳤었다.
아내부터 그 벽이었다.
“당신 동창들 모임에 제가 왜 가야 해요. 안 가요.”
그 한마디로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당신이 동행을 해줘야 남편인 내가 빛나거든요.”
처음에는 그리 설득을 시도했었다.
“내세울 게 없어서 쪽팔리더라고요. 그래서 싫어요.”
역시 단칼에 거절이었다.
어울려서 마음 다친 사연들을 내 모르지 않는다.
그 사연들을 앞에 내세우다보면, 결국은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각자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고, 어쩌다 그 중 하나가 세상을 뜨게 되면, 남은 하나는 주위와 단절되어 외톨이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내 아내가 그리 쪼그라드는 삶을 살기를 바라지 않았다.
언젠가 남편인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도, 아내만큼은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줘야 했다.
바로 그 토양을 만들어주기를 위해 아내를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결국은 아내의 설복을 받아냈고, 그 어떤 모임이 되었껀 간에, 여태 부부동반 모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손 여사의 삶도 그러기를 바랬다.
그래서 이날 D-day를 맞아 맨 먼저 한 일이 손 여사를 동행하는 것, 그 일이었다.
선선하게 동행을 허락해주셨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내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비록 뒤끝이 흐리기는 했지만, 곧 이 말씀이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영감이 살아있었으면 너무너무 좋아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