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이비리그 합격자가 늘어났다는데…”오바마 대통령이 성공적인 교육의 롤 모델로 한국을 지목했다는 기사를 보고 “역시 한국의 교육열은 세계의 어느 나라도 따라가기 힘들지” 그러다가도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을 보니 같은 아시아 계통인 인도나 중국보다 교육열에서 앞서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현실에 부딪히게 된다. 무슨 차이일까? 이곳은 매년 한인 학생들의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률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인데 지난 10월 2일자 동아일보에 보도된 한국 기사를 보면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 연 100명 시대’로 도입하고 있다는 보도로 자축 분위기다. 2009년도 각 학교별 아이비리그 대학 합격 현황을 보면 대원 외고가 1위로 전체 37명(하버드 2, 프린스턴 2, 예일 2, 유펜 6, 콜럼비아 5, 다트머스 3, 코넬 12, 브라운 5), 민족 사관학교가 2위로 전체 29명(프린스턴 3, 예일 1, 유펜 8, 콜럼비아 1, 다트머스 2, 코넬 12, 브라운 2), 한국외대 부속 외고가 3위로 전체 15명(하버드 1, 프린스턴 1, 예일 1, 유펜 3, 콜럼비아 2, 다트머스 1, 코넬 5, 브라운 3), 한영 외고가 4위로 전체 14명 (프린스턴 1, 유펜 4, 코넬 8, 브라운 4), 이화 외고가 5위로 전체 4명(유펜 1, 다트머스 1, 코넬 1, 브라운 1), 대일 외고(코넬 1, 브라운 1)와 경기 외고(콜럼비아 1, 코넬 1)가 공동 6위로 각각 2명의 아이비리그 대학 합격률을 보이고 있다. 가장 많이 합격된 대학별 순위는 1위에 캘리포니아 주립대(186명), 2위에 일리노이대(76명), 3위에 뉴욕대(70명), 4위에 워싱턴 대학(66명), 5위에 미시간 대학(59명), 6위에 라이스 대학(52명), 7위에 에모리 대학(44명), 8위에 와세다 대학(41명), 9위에 코넬 대학(40명), 10위에 듀크 대학(35명)이다. 유의할 점은 한국의 학교별 이 숫자들은 모두 합격자 수라는 것이다. 즉, 입학 숫자에 비해 중복된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비해, 미국의 명문 사립 고교들은 합격 현황이 아니라 진학 현황을 학교 웹사이트에 올려 놓고 있어서 한국의 외고나 자립형 사립고의 합격 현황과 비교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합격자 현황은 중복되는 숫자가 있기에 정확하지가 않다. 최소한 아이비리그 합격생이 100명이라면 내 생각으로는 나누기 3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기왕에 통계 자료를 보도할 거면 무의미한 합격자 현황이 아니라 진학 현황을 분석해야 더 정확한 자료가 될텐데 이 점이 미국 사람들의 합리적인 사고 방식과 다른 것 같다. 이런 면에서 보딩스쿨로는 보스턴에 있는 필립스 앤도버 아카데미와 달라스에 있는 세인트 마크 스쿨과 하카데이 스쿨 등이 정확한 자료를 학교 홈페이지에 올려 놓고 있어 참고하기가 좋다. 특히 하카데이 스쿨 같은 경우는 학교 웹사이트에 졸업생들 이름과 대학 진학 현황을 올려 놓았기에, 한인 학생들의 진학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더욱 도움이 된다. 2009년 필립스 앤도버 아카데미 아이비리그 진학 현황을 보면 총 113명(하버드 19명, 프린스턴 13명, 예일 14명, MIT 7명, 스탠포드 12명, 유펜 10명, 콜럼비아 11명, 다트머스 8명, 코넬 11명, 브라운 10명), 달라스의 세인트 마크 스쿨은 전체 18명(하버드 1명, 프린스턴 2명, 예일 3명, 스탠포드 2명, 유펜 7명, 다트머스 3명), 하카데이 스쿨은 전체 18명(하버드 2명, 프린스턴 1명, 예일 2명, MIT 1명, 스탠포드 3명, 유펜 1명, 다트머스 3명, 코넬 5명)을 기록하고 있다. (필립스 아카데미는 전체 졸업생수가 300명 가량되고, 달라스의 세인트 마크 스쿨은 약 90명, 하카데이 스쿨은 약 100명으로 추정되니 전체 학생중 아이비리그 합격생 비율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지난 주에 독자 한 분이 왜 자녀들을 아이비리그 대학에 보내려고 하는지 물어왔다가 내 대답이 의외로 간단해 실망하는 눈치셨다. 나는 아이비리그 대학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한국의 ‘탑3’ 대학들처럼 그냥 미국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사는 우리 아이들이 한국에 있었다면 가야 한다고 생각했을 세 대학 중 하나를 목표로 삼았으면 했던 단순한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대학들이 당연히 아이비리그 대학들이었다고.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 나더러 “선생님 남편은 서울대를 나왔는데, 선생님은 왜 고대 밖에 못 나왔냐”고 짓궂게 물어오면 긴 사연을 이야기하고 싶어 내 마음이 바빠진다. 지금은 환갑이 넘으신 고3 때 담임 선생님이 딸 아이 교육을 위해 부군되는 교수님과 동부로 오셔서 얼마전 나에게 연락을 해오셨다. 뭐하고 사냐고 하셔서 아이들 SAT 영어와 수학을 가르친다고 했더니 “그때도 그렇게 수학을 잘 하더니, 영어를 전공하고도 수학을 가르치는구나” 하시며, 30년이 다 되가는 그 긴 세월 전의 나를 기억해 주셨다. 선생님은 내 아이들의 진학 소식을 물으시더니 “자녀 교육에 성공했구나”며 칭찬과 기쁨을 아끼지 않으셨다. “여기 달라스에서는 명문대 이야기하는 것이 그다지 환영 받지 못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은 “더 좋은 교육시키려고 미국에 온 거 아니냐”며 의아해 하셨다. 나는 선생님이 그 연세에 쉽지 않으셨을텐데 늦동이 딸 아이를 위해 미국행을 감행하신 용기와 헌신에 감탄했다. 완벽하고 깔끔하던 선생님의 성품에 비해 여고시절 당시 나는 삐뚤어지고 반항적인 성격이 있었기에, 담임 선생님의 과목에서 그다지 좋은 성적을 얻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고3 때 1학기 종합 성적에서 다른 과목은 모두 수였는데 담임 선생님 과목이었던 가정에서만 미를 받아 전교 석차가 두 자리대를 기록해 교무실로 불려가 선생님께 야단을 많이 맞았다. 아마도 선생님은 다른 과목은 다 최고를 내면서도 정작 담임 선생님의 과목만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해 많이 섭섭하시고 분하셨을 것이다. 선생님이 그 때 하신 말, “나쁜 녀석, 네가 날 미워해서 골탕 먹이려고 한 것 같은데, 봐라 이 미련한 녀석아, 올 ‘수’였으면 전교 1등을 하는건데, 이 두자리 전교 석차를!” 아직도 내가 영어와 수학을 잘 했던 것까지 기억하시는 걸 보니, 그 때 내가 선생님 과목만 잘 못했던 것에 대해 지금도 죄송스럽다. 서울대 출신이신 선생님은 정작 서울대 많이 보내는 게 목표였던 교장 선생님과 맞서 12반 중 우리 반만 유일하게 서울대 입학이 한 명도 없는, 1, 2, 3등 모두를 고대에 입학하게 만든 분이다. 선생님은 영어에 재능이 있다고 판단된 나와 내 친구에게는 영어 전공을, 그리고 우리 반 반장에게는 지리학 공부로 모두 전공을 살리라고 조언하며 고대로 보내셨다. 그 조언대로 나는 미국에서 아이들을 과외 지도하게 됐고 다른 두 친구는 모교에서 영어와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지난 여름 2주간의 한국 여행에서 20여년만에 다시 만난 셋은 마흔 줄의 아줌마들답게 옛 이야기로 회포를 풀었다. 담임 선생님 이야기도 했었다. 고3 때 선생님이 교장 선생님의 압력에 못 이겨 그냥 우리 셋을 회유해 들어가기 쉬운 과로 서울대를 보냈으면 지금 다들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면서다.코리아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