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잔과 표범족
원제 : Tarzan and The Leopard Woman
1946년 미국영화
감독 : 커트 뉴만
제작 : 솔 레서
출연 : 자니 와이즈뮬러, 브렌다 조이스, 자니 셰필드
아쿠아네타, 에드거 배리어, 데니스 호이
안소니 카루소
'타잔과 표범족'은 RKO 4번째 타잔 영화이자, 자니 와이즈뮬러 10번째 타잔 영화입니다. 전작에서 영국에서 제인이 돌아온 후 다시 온전하게 정글에서 사는 타잔, 제인, 보이의 이야기죠.
그런데 구도가 좀 이상합니다. 여태까지 타잔은 정글에 스스로 고립되어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단절하고 타잔, 제인, 보이만이 가족으로 살아가는 내용이었지요. 가끔 탐험대들이 오거나 원주민들과 엮이기는 했지만. 그런데 이번 타잔에서는 갑자기 그런 상황이 바뀌어 있습니다. 타잔은 이웃마을에 자연스럽게 오가고, 그 마을 사람들과도 교분이 있고, 더구나 마을이 그리 멀지 않습니다. 걸어서 금방 가니까요. 그럼 그 전까지 타잔의 집에 가려면 이스카프먼트 고지대를 힘겹게 올라야 했던 설정은 뭘까요? 인근에 여러 마을이 있고, 그 마을에 타잔 부부가 왔다 갔다 하고, 대체 타잔이 제인을 만난 이후 갑자기 주변에 여러 마을이 막 들어섰다는 이야기일까요?
기존에 등장한 팔란드리야는 저지대에 숨겨져 있고, 아마존 여인국가는 산 뒤에 숨겨져 있고, 비어헤라리 라는 마을은 사막을 건너야 있었고, 랜디니 라는 배나 비행기를 탈 수 있는 문명도시는 좀 한참 가야 있다고 설정되었는데 이번에 등장한 부간디나 잠베지 라는 마을은 타잔 집에서 걸어서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라서 기존 설정을 다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즉 타잔은 외진 고지대의 정글에 사는 게 아니라 걸어서 금방 갈 수 있는 곳에 여러 마을이 있다는 이야기죠. 그 마을을 통하면 타잔의 집에 쉽게 갈 수 있고. 그럼 왜 그동안 탐험대들은 어렵고 힘들게 높은 절벽을 넘어서, 원주민들의 습격을 피해서 타잔 마을에 갔을까요. 참 아리송한 타잔 동네입니다.
아무튼 타잔 집에서 가까운 잠베지라는 마을, 타잔과 제인은 영국의 친척에게 보낼 선물을 사러 왔다가 거기서 벌어진 사건을 목격합니다. 마을과 마을간 운송역할을 하는 캐러번(코끼리를 타고 운반하는 행렬)이 습격을 당하고 한 사람만 겨우 살아서 돌아옵니다. 그 사람은 표범의 습격을 받았다고 하고 죽습니다. 마을에서는 사냥꾼들을 꾸려서 표범사냥을 나서는데 타잔은 표범의 짓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표범은 이빨로 공격을 하는데 죽은 사람은 발톱에 의해서 상처가 나 있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타잔의 말은 묵살당하고 사냥에 나선 이들은 표범을 습격을 받게 되고 타잔 등의 활약으로 표범들을 다 사살합니다. 이렇게 해서 사건이 일단락 되었지만 타잔은 여전히 뭔가 이상하다며 의심을 지우지 않습니다.
실상은 잠베지 마을의 의사인 라자 라는 인물이 자기의 고향을 점령하고 통치한 문명국에 대한 적개심으로 몰래 표범족을 키웠고, 그들을 전사로 양성한 것입니다. 그들은 표범의 탈을 쓰고 습격과 살육을 감행해왔고, 문명국에서 의학교육을 받은 라자를 의심하는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표범족들은 어느 지하 동굴을 사원처럼 꾸며서 표범신을 섬기며 교주인 리아 라는 미모의 여성이 이끌고 있었습니다. 리아와 라자는 연인관계이고 리아에게는 어린 남동생 킴바가 있었는데 킴바는 라자가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용사로 인정받기 위해서 타잔의 집에 가서 타잔을 감시하고자 합니다. 제인은 킴바가 정글에서 길을 잃은 소년인 줄 알고 그를 극진히 보살펴주고 킴바는 호시탐탐 제인의 심장을 노리는데...
이번에 타잔이 상대할 적은 바로 흉폭한 표범족입니다. RKO 타잔에서 나치와도 엮이고, 아마존 국가에도 가게 되고, 사막에서 모험도 하는데 이웃마을의 표범족 무리들을 상대하게 된 것입니다. 타잔이 아무리 용맹하고 강해도 숫자가 많는 표범족을 상대로 역부족이긴 합니다. 사자 한 마리를 상대하는 것과는 다르니. 이번 영화는 타잔이 치타 외에는 아무런 동물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직전 작품 '타잔과 아마존'과 마찬가지로 단 한번도 타잔 옐이 나오지 않습니다. 타잔의 상징인 '아아아~' 하는 타잔 옐이 두 편 연속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지요. 그리고 표범족이라는 흥미로운 설정은 좋았지만 후반부 클라이막스가 너무 시시한 것이 단점입니다. 너무 쉽게 표범족을 몰살시켜 버리는 것이지요.
RKO의 타잔 영화들을 보면 매회 자동으로 타잔 지역의 땅이 움직이면서 다른 마을들이 새로 세팅되는 느낌입니다. 과거에 없던 표범족, 잠베지마을, 부간디 마을이 다시 세팅된 셈이죠. 그게 RKO 영화의 좀 어정쩡한 설정이고 접근하는 것 조차가 쉽지 않은 고지대의 타잔 마을이라는 설정이 무너진 것이지요. 그리고 동물의 활용도 매우 적고. 그래도 여전이 치타의 재롱은 이어지고 치타가 아기 사자들에게 장난치는 내용도 여전히 나옵니다. 이번에 치타는 플루트를 가지고 코브라를 부르는 내용도 나오지요. 그리고 고립생활을 즐기는 타잔이 번화한 마을에 제인과 와서 스스럼없이 활보하는 내용이 나오는 것도 특징이고. 점점 세속친화적이 되어가는 타잔 가족의 느낌입니다.
그리고 타잔 영화에서는 여러 동물들을 활용하는 신기한 장면들이 장점인데 RKO 타잔에서는 동물의 활용이 훨씬 줄어든 게 아쉬운 부분이지요. 표범족이라는 무리는 나름 흥미로운 설정이었긴 합니다.
ps1 : 보이가 꽤 많이 자랐고 변성기도 지났습니다. 처음 등장한 1939년 영화보다 7년이 흘렀죠.
ps2 : 좀 아이러니한게 타잔은 원주민과 문명인들의 대립에서는 원주민 편을 드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문명인 편을 들지요. 표범족인 원주민 잠베지 마을의 지배자는 전형적인 문명인인데. 문명인과 평화로운 공존으로 기조가 바뀐건지.
ps3 : 타잔 영화의 두드러진 특징은 '언어의 통일화' 입니다. 잠베지 마을은 아프리카 마을이고 제인은 영어를 쓰는 영국사람인데 다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니. 전혀 대화의 장벽이 없는 게 타잔 영화의 특징이지요. 표범족들도 영어를 쓴다는 게. (하긴 독일어를 쓰는 나치와의 소통도 큰 문제가 없으니) 하기야 '어벤져스' 시리즈 에서는 우주의 악당들과도 다 언어적 장벽이 없으니.
[출처] 타잔과 표범족 (Tarzan and The Leopard Woman, 46년)|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