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나시 가는 밤기차
인도의 밤기차는 좌석과 슬리핑카 그리고 에어컨 있는 슬리핑카, 사인 일실의 등급이 있다.
좌석과 슬리핑카는 가격에서 두배 차이가 난다. 사트나에서 바라나까지는 슬리핑카가 150루피 정도 한다.
다음단계인 에어컨 있는 6인실은 550루피 정도하니 네 배 가까이 비싸다.
기차에 올라타니 많은 사람들로 혼잡하다.
침대를 배정 받지 못한 사람들이 대기표를 끊고 타서인지 통로까지 꽉 차 있다.
우리의 자리에도 누군가가 있어 흔들어 깨워 비켜달라고 한다.
침대에서 쫒겨난 현지인은 아무 곳이나 자리를 잡고 퍼질러 앉는다.
처음 기차여행을 한다고했을 때 중국에서 타본 기차를 생각했었다.
침낭을 가져와야 한다는 말에 의아했던 것도 그런 경험에서 였다.
여기 침대차에 비하는 중국의 침대차는 특등이다.
빠하르간즈의 호텔과 카주라호의 호텔 정도의 차이라 할까.
6인실 옆에 두 개의 침대를 더 붙여 놓아 침대의 길이는 짧아졌고, 입석이 없는 중국기차에 비해
여기는 입석-결국은 이불을 깔고 통로에 누워 가지만- 으로 혼잡하다.
물론 담요가 제공되는 중국기차와 달리 여기는 아무것도 없다.
2층 3층은 일행끼리 같이 바라보고 누울 수 있어 여성들이 쓰고 이방인과 바라보고
누워야 하는 일층은 남자들이 차지한다.
사실 제일 상석은 일층침대인데 마음이 불안 한 것 같다.
한국에서 가져간 박스테이프로 바람이 새는 창문을 막고 배낭을 정리하고 침낭을 까니
30여분이 훌쩍 지난다. 기차가 출발하자 승무원이 검표를 하기 위해 왔다.
각 좌석과 표를 비교 해보고 승무원이 가자 내 앞자리에 누워있던 인도인이 일어난다.
그런데 한 사람이 아니고 두 사람이다.
부부가 한자리를 가지고 여행을 하나보다. 승무원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이불을 덮어쓰고 자는 척 한 것이다.
혼자 눕기에도 좁은 침대에 두 분이 머리를 거꾸로 하고 칼처럼 몸을 세워
카주라호의 미투나 상처럼 최대한 밀착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디서나 잘 자는 나는 배낭에 발을 올려놓고 통로쪽으로 머리를 두고 금방 꿈나라로 간다.
그렇더라도 불편한 침대에 달리는 기차 소음에 뒤척이다 잠깐 눈을 떴는데
그때 앞 침대 여자 분이 나를 빤히 처다 보고 있어 흠칫 놀랐다.
혼자 자기도 불편한 침대니 승무원이 간 다음부터 침대와 침대 사이 자리에 앉아 있었나 보다.
그 때 자리 잡고 정신없이 자느라 생각도 못했던 신발이 생각났다.
배낭은 물론 신발도 가져가니 잘 챙기라던 말이 생각나 내 신발이 잘 있나 아래를 처다 보니 다행히 그대로 있다.
계면쩍은 눈빛으로 여인의 시선을 돌려세우고 침대 저 안쪽 구석으로 신을 밀어 넣고 다시 잠에 든다.
그렇게 자다 깨다를 두세번 했나 새벽여명에 기차 밖이 희부욤 밝아온다.
해오름 전후의 여명은 잠을 설친 여행객에게 활력을 선사한다.
짙은 안개사이로 밝아오는 여명은 붉은 빛이 아닌 은색이다.
강가강에서 피어 오르는 짙은 운무에 태양도 제빛을 잃어 은색으로 빛나고 여울져 반짝이는 강물도 은색이다.
온통 은색인 해오름의 풍경은 꿈결같고 강은 유장하다.
드넓은 평원 여기저기 너른 품을 가진 나무들이 그늘없는 노동에 지친 농부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우리네 농촌의 모정처럼 드문드문 서있다.
기차가 달려감에 따라 하루는 열리고 어둠에 잠겨있든 삶은 기지개를 켜며 은빛을 뚫고 나와
풍경을 자연에서 사람으로 바꿔 놓는다.
낙타를 몰고가는 농민부터, 한칸 흙집 마당 화덕에 불을 피워 아침을 준비하는 아낙,
가방을 메고 학교가는 어린이, 그 또래로 보이는 소똥빚는 여자애, 건널목 차단기 앞에 서있는 사람들,
개울에 발을 담그고 빨래하는 남자들 까지
많은 삶들이 기차 창으로 다가오고 멀어져 간다.
침대열차에서
부부는 좁은 침대에서 서로 엇갈려 누워
챠트라부즈 사원 벽감 시바와 파르바티 되고
떠날 수 있는 것이 고마운 대기자는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다.
무거운 내짐 지고 갈까 두려워
여행객은 뒤척이다
깨어 침대 밑 신발을 챙긴다.
이 몸 지고 갈 신발을 챙긴다.
넓은 들 가득 안개 피어 아련한데
그늘 넓은 품을 가진 나무 위로 새날 떠오른다.
개울 발담그고 빨래를 휘두르는 불가촉천민
더럽혀진 물건 만지지 못하는
브라만 크샤트리아의 묵은 때를 벗긴다.
카르마의 업장을 떨치듯
온몸으로 부딪치는 불가촉천민.
기차안도 새날을 맞이하는 사람들로 부산하다.
정차한 역에서는 아침 먹을거리를 갖고 올라와 판다.
짜이는 어디나 기본이고 식사거리로 사모사도 갖고 올라온다.
하나 사먹었는데 감자으깬것에 야채와 향신료를 넣고 밀가루 반죽으로 싸서 튀긴 음식이다.
우리네 만두랑 비슷한데 후추의 매콤한 맛이 입에 맞는다.
한개는 적고 두개정도면 한끼로 적당하다.
또 다른 역에서는 완두콩 삶은 것에 야채썰은 것을 섞어 향신료를 뿌렸는데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
샐러드 같은 음식인데 콩의 비릿한 맛이 그대로 살아있어 조금 역하지만 먹을만은 한데,
물기가 있는 이것을 신문지에다 싸 주는게 사실 더 역했다.
이빨딱는 나무 림도 파는데 델리역에서 5루피하든 것이 여기서는 1루피다 10개를 사서 씹었는데 자른지 오래되서
말랐는지 잘 씹히지가 않는다.
가끔 앵벌이도 올라타는데 인도식 삐에로 분장을 한 소녀와 오빠로 보이는 소년이 쌍을 이뤄
오빠는 북을 치고 소녀는 재주를 넘거나 하면서 잔돈푼을 요구한다.
인도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었는데 노래를 못해서 듣고 있는게 고역인데도 아주 열심이다.
우리네 지하철 맹인 앵벌이는 카세트를 틀고 가는데 여기는 생목으로 노래를 하는 것이 다른 점이라면 다를까?
하긴 지하철에도 생목으로 하는 분이 있긴 하지만.
기차 안과 밖이 다 분주하게 하루를 열어도 기차는 느긋하게 이시간 저시간을 다 잡아먹고
세시간 넘게 연착하고서야 바라나시 역에 도착한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아무도 연착을 탓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환경에 적응하며 사나보다.
인도 도착 3일째 아침 벌써 바뀌어 있는 나를 느낀다.
첫댓글 하하하하 맞아요! 아무도 탓하지 않네요..그곳에서는 나도 불가촉 천민이었으니.............
침대열차에서....동감합니다. 가슴에 와닿는 노래같은 시 한편....그 기차안이 다시 생각납니다. 기차 통로에서 밖을 내다보며 앞뒤로 기차칸 10개씩 세다가 잊어 버리곤....많은 양의 칸을 달고 간다고 생각했는데...여하튼 20량은 넘었던것 같고...그 기차가 이렇게 그리울줄이야~~~
맨 아래 침대에 배당을 받고, 얼매나 떨었든지.... 달리는 바퀴위에 침대에 머리를 눕혔는데도 결국 골아 떨어집디다, 얼매나 피곤했으몬, 침낭 아래에 나눔님 신발과 지 신발을, 지 침대 아래엔 배낭 3개에 로프열쇠까지 채우고, 새벽 오줌누려고 일어서는데, 복도까지 인도인들이,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그래도 잠 깬 새벽은 그런대로 좋아져~ ^^*
ㅎㅎ..맞아요~..그져 열차를 탔다는 안도감, 그리고 무사히 자리를 잡았다는거 연착하더라도 도착한다는 것이 다행이라 여겼던 맘..인도여서 가능했겠죠~~..ㅎㅎ..좁은 침대에서 엇갈려 자는 부부의 이야기가 참 아프면서도 따뜻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