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뒤에 전화 드릴께요."
얼마전 외손녀를 봤다며 흥분과 기쁨으로 어쩔줄 몰라하던 송자아우의 문자입니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이렇게 전화가 오네요. "어제가 외손녀 백일이었는데, 딸부부는 백일상을 외부에 맡기자고 했지만, 직접 차리고 싶어 백일상을 직접 차렸다"고...
"아니 벌써 백일...집에서 차렸다구요? 아이고 누가 말리겠어, 못 말린다 진짜.." 난 계속 딴 세상 사람 보듯 감탄의 말을 쏟아 부었습니다.
이제는 집안일이 귀찮고, 짜증이 날법도 한데, 송자아우는 아직까지 요리하고 살림 하는게 제일 재미 있다고 하니, 송자아우가 천상 여자이고 한집안의 종부임을 누가 의심하겠습니까?
그렇게 예쁘고 귀한 손녀 백일상이니 얼마나 정성을 들여 음식을 만들었을까요?
또 백일상을 차리면서 얼마나 흐뭇하고 행복 했을까요? 보지 않아도 미루어 상상이 됩니다.
처음에는 아주 간단하게 차려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자료를 찾았는데 점점 더 잘하고 싶은 욕심과,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젊은 사람이 원하는 상을 엄마가 차릴수 있을까"하고 걱정하는 딸에게, "걱정하지마, 엄마는 자신있어" 라고 아주 큰소리 팡팡 쳤다고 합니다.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왔는지...
백일잔치 끝나고 나서 딸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고 말하는 송자아우를 봤을 때, 화장기 없고, 피곤해 보이는 그 얼굴이 너무 행복해 보여, 나도 모르게 "송자씨 오늘 진짜 너무 예쁘네"라고...
송자아우는 할머니라하기엔 아직은 너무나 어색하고, 젊고 예쁜 할머니입니다.
그 할머니가 준비한 "배송자표 외손녀 백일상" 을 이곳에 한번 올려 보겠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송자아우의 금쪽같은 손녀입니다.
처음에 사진 보고는 인형인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천사가 따로 없습니다.
송자 아우가 직접 차린 백일상입니다. 상위에는 보라색, 연두색의 한복천으로 된 결혼 보자기를 깔았구요. 과일 밑에는 노란색 한복천 보자기를 예쁘게 접어 셋팅했습니다.
빈 공간에는 종이볼을, 옆에는 풍선으로 장식을 하고...
딸(애기 엄마)은 직접 고속터미널에서 사온 5월의 꽃 작약으로 꽃꽂이를 했구요.
3단 트레이 위에는 마카롱이... 어버이날 사위가 장인이 좋아하는 마카롱 1박스를 사왔는데
색깔과 모양이 너무 예뻐서 백일상에 올리면 손녀와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으로 바로 냉동실에 넣었다고 합니다.
10일 전에 주문 제작한 케잌입니다. 윗부분의 흰색과 예쁜 신발이 있는 슈가케잌(신발케잌) 은 마치 동화속에서나 있을 것 같은 귀엽고 앙징스런 너무나 예쁜 케잌입니다.
그리고 위의 신발케잌은 5년 동안 보관이 가능 하다고 하네요. 그래서 다음에 사용 할려고 다시 아크릴케이스에 넣어 잘 보관하기로 ...
케잌 아랫부분은 손녀의 희고 고운 피부와 잘 어울리는 컨셉으로 분홍색으로 했다고...
손녀가 점잖게 모자를 쓰고 신기하게 가만히 앉아 있네요. 얌전하게 앉아있는 모습이 너무나 단아합니다. 발가락도 살짝 나왔구요.
송자아우말을 빌자면 손녀가 예쁘지는 않지만 행동이 너무 예쁘다고...
누가 그말을 믿을까요?
백일상 곳곳에서 손끝이 매운 할머니의 솜씨가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보기 드문 녹그릇에 쌀과 실을 가득 담고...
딸의 친구가 이렇게 예쁜 고가의 신발을 선물했답니다.
저 신발을 신고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귀여운 손녀의 모습이 상상되네요.
백일상에 빠질수 없는 수수팥떡입니다. 수수팥떡을 담고 있는 은그릇은 장모의 부탁으로 사위가 워싱턴에 갔을 때 사 가지고 온거라고 합니다. 그릇 하나하나에도 이렇게 신경을 쓰네요.
백설기와 오색 송편입니다.
맏며느리로 그 많은 제사를 지낸 내공으로 떡과 전을 이렇게 완벽하게 괴었구요.
떡을 담고 있는 유리 떡틀은 너무 예뻐서 홍콩백화점에서 샀는데, 혹시나 깨질까봐 비행기 속에서 계속 가슴에 안고 있었다고 합니다. 송자아우의 모든 관심은 온통 음식과 그릇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그릇 위, 떡 밑에 깐 종이레이스는 10년 전에 미국서 사온 레이스인데, 아끼고 아껴서 지금까지 쓰고 있다고 합니다.
송자아우의 설명으론 과일을 현대적 고전적으로 혼합해서, 나무합에 한복천 보자기를 예쁘게 깔고 주섬주섬 올렸다고 합니다.
작은 것 어느하나 그냥 지나침이 없이 생각하고 생각한 흔적이 곳곳에 보이네요.
전을 괸 모양을 보세요. 송자아우가 쌓아온 삶의 단면을 보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 항상 눈여겨 본, 손녀한테 어울릴 초콜릿과 쿠키의 소품류들...
금방 태어났을 때 이 모습의 손녀가...
이렇게 건강하고 예쁜 모습으로 백일을 맞아, 온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는 귀염둥이가 되었습니다.
이날 모인 모든 식구들은 백일상 앞에서 사진촬영과 이벤트가 끝난 뒤, 송자아우가 준비한 미역국 식혜 잡채 나물 전 등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요즘은 의료의 발달과 핵가족화로 점차 백일이 간소화되고 생략되는 경우가 대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백일이라는 소중한 날, 할머니의 솜씨로 정성스럽게 차려진 백일상을 보니, 진한 손녀사랑과 끈끈한 가족애를 보는 것 같아 너무나 흐뭇하고, 저에게도 행복이 전달되어 보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손녀가 자라 숙녀가 되었을 때 이 날을 기억 할 수는 없겠지만, 손녀를 향한 할머니의 정성과 사랑이 얼마나 큰지 느낄수는 있을 겁니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면 마음이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옛말이 있잖습니까? 송자아우의 사랑스런 손녀도 분명히 따뜻하고 아름다운 숙녀로 자라리라 생각됩니다.
송자아우의 손녀 백일을 다시 한번 더 축하하며, 가족의 사랑 속에 건강하고 예쁘게 자라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송자씨! 보내준 백일떡 고맙게 잘 먹을께요.
첫댓글 역시나!
송자아우님다운 백일상입니다.
돈으로 사는, 남이 차려준 형식적인 백일상에 비할 수없이 아기자기 정성들인 예쁜 상차림이 감동입니다.
조리원이 대세인데도 집에서 산구완을 한다고 할 때부터 감동 스토리는 시작이었죠.
미모만큼이나 아내노릇 엄마노릇 외할머니 노릇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아우님, 신사임당이 샘내겠어요.
사진과 자세한 글 올려주신 설주아우님, 수고 많았습니다.
이 아침이 행복합니다.
과분 하신 칭찬에 어찌 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저는 다른 일을 할때도 즐겁지만 집 안에서 이런저런 일을 할때 가장 즐거움을느낍니다 감사드립니다~
외할머니 솜씨가 좋아 푸짐한백일상 받은 외손녀 크서 보면 사랑받은 할머니께 감사할거야
요즘 저는 열애에 빠진 듯 함을느낍니다 외손녀 지원이 너무 보고 싶고 매 순간 생각나고 틈만 나면 옆동 이라 달려 가서 안아 줍니다 제가 너무 좋아 하는것 같아요~ㅋㅋ
예술이네요.
상차림이 시중 이벤트사와는 품격이 다릅니다.
송자아우는 멋진 솜씨를 가졌네요
상차림 하는 과정이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큰소리치는 친정 엄마가 구식으로 차려 낼까봐 걱정 하는 딸의 마음을 고려해서 고전과 현대를 적절히 조화 시키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때는 자식들 손주들 모두 집에서 차렸는데 그 때마다 밤을 새워가면서 약식 수정과 단술 무지개떡으로 할머니의 모습 보기 좋습니다.
글자 새겨 케익 만들고 오색 과일 갖은 떡 개고 장 보러 동대문 시장을 얼마나 다녔는지...지금 생각하면
초능력으로 한 그 순간이 송자 아우의 지금이구나....하고 좋은 때다하고 흐뭇 해 보입니다.
첫 손주는 할머니가 홀딱 반하지요...
어느 대선배님께서 가족들이 나의 손길을 필요로 할때 그때가 인생의 황금기 라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지금 인것 같습니다
무엇을해도 신나고 즐겁습니다 ~ ~ ~
전설주후배님은 배송자 대변인 같으오...덕분에 아름다운 잔치 잘 보네요 감사~^^
후후 ᆞ ᆞ같이 머리 맞대고 사진 골라 내고 제가 하는 얘기 포인트 잡아 적고 해서 얼마나 잘써주셨는지 저의 남편이 설주선배님께 꼭 식사 대접 하라고 더 재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