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타향살이 할 적에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보는 사람에게 대천이라고 답하면 열에 여덟아홉은 해수욕장과
바다 이야기를 묻곤 하였다. 그 때만 해도 생활기록부나, 징병검사를 하거나, 취직을 할 때거나 모든
분야에서 본적 기재는 필수 사항이었다. 대천 읍내에서 해수욕장까지 20여 리, 읍내에서 청고을 까지 20여
리 도합 40여 리 떨어진 마을에 살았었으니 어려서는 바다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였다. 바다를 처음으로 본
것이 성주산에 올라가 희미하게 보이는 바다를 바라 본 것이 초등학교 4~5학년 쯤인 것 같고, 대천 해수
욕장에 처음으로 발 담가 본 것은 군시절 휴가 때서야 이루어졌다. 그 후로는 매년 고향 바다를 찾아 모래
사장에 발자욱을 남겼지만 인근 섬에는 지금껏 가 보질 못하였다.
삽시도는 대천항에서 뱃길로 40여 분이 소요되는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보령시 관광 안내도에 기록 된
글을 빌리자면 다음과 같다.
' 화살이 꽂힌 활을 닮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섬으로 물망터와 면삽지를 비롯하여 백사장과 청정해역을
자랑하는 거멀 너머 해수욕장, 진 너머 해수욕장, 그리고 삽시도 남쪽 끝머리에 밤섬 해수욕장과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어 많은 피서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특히 최고의 명품 머드 바지락의 주 생산지,
주변의 연안 일대가 산란기인 봄, 여름에 제주 난류의 북상으로 까나리, 새우, 멸치잡이가 성행하고 해삼,
전복이 풍부하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삽시도의 여객 선착장은 두 곳에 있는데, 윗마을 선착장과 밤섬 선착장으로 물때에 따라 승선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둘레길 여행 계획시 터미널에 연락을 하여 확인 할 필요가 있다. 여름 철이면 네 차례의
여객선이 운행된다. 삽시도 여행의 많은 자료가 인터넷에 떠 있으므로 여기서는 세세히 기록하는 것을
생략하고, 내 나름대로 발길이 닿는대로 움직인 동선을 따라 보고 느낀점을 기록하기로 한다.
2. 삽시도 둘레길 탐방
대천항에서 아침 7시 40분에 승선하여 40여분 갈매기의 호위를 받으며 밤섬 선착장에 도착 하였다. 밤섬
해수욕장을 바라보며 왼쪽으로 수루미 해수욕장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수루미 해수욕장은 사구가 잘 발달
하여 곱고 하얀 모래밭과 푸른 물결과 해당화 등 바닷가 식물들이 골고루 잘 퍼져 있다. 사구의 안쪽으로는
습지가 조성이 되어 보존이 요구되는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 한국유리가 유리의 원료인
규사를 채취하기 위하여 모래를 파가는 바람에 많은 웅덩이들이 남아 있고, 사구가 줄어들게 된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구를 이루는 부분의 땅이 개인소유가 아니라 도 소유지기 때문에
개발에 의한 파괴가 덜 이루어졌음이 위안이 될 수 있겠다.
사구의 일부가 자연환경의 변화로 복원사업을 하여 조성하여 놓았는데 콘크리트나 석축에 의한 방법이
아닌 친환경 소재로 조성해 놓아 혐오감을 덜어주고 있다. 그래도 자연 그대로의 사구 부분과 대조하여
보면 흡족스런 환경은 아닌 것 같다. 보존을 위한 인간의 손길이 어느 정도까지 미쳐야 타당한 지를
생각하게 한다.
수루미 해수욕장을 벗어나 곰솔 군락지로 들어서는 길은 이 섬의 둘레길 중 가장 가파른 곳이었다.
곰솔은 황금소나무라고도 불리는데 여느 소나무 보다는 몸체가 검붉은 색채를 띠고 있었다.
능선을 따라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길이 매미소리로 요란하다. 왼편으로 바닷가의 면삽지 기는 길을
생략하고 진너머 해수욕장 쪽으로 발길을 하였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아쉽다. 면삽지의 어원을 살펴보면
삽시도의 원 뜻을 알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면삽지의 뜻을 풀이해 놓은 것을 보니 '바다를
면(免)한다'고 해서 붙여졌다는데 이해할 수가 없다. 삽시도가 하늘에서 본 모양이 화살에 화살촉을 걸어
시위를 당긴 모습이라 하여 삽시도(揷矢島)라 불리웠다는데 그 옛날 드론이 있어서 하늘에서 본 모습을
지명에 쓴 것도 아닐텐데 하는 생각이다. 삽시도라는 지명은 면삽지의 '삽'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며,
면삽지는 동네에서는 멘삽지, 또는 맨삽지라고 구전 된 것을 보면 여기에서 유추를 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진너머 해수욕장 소나무 숲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니 바닷속의 여(汝; 물속의 바위)가 하얀 포말에 넘실
거린다. 서해바다의 항로는 여(汝)가 많아 항해하는 많은 선박들이 좌초되는 사건들이 많았다고 한다.
바닷길 건너편으로 호도와 녹도가 보이며 그 너머로 외연도가 흐릿하게 보인다.
바다 한가운데 붕긋하게 등그스런 섬이 떠 있는데 앱을 뛰워보니 '조도'라고 적혀있다. 섬사람들은
'멍데기섬'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그 이름이 정겨롭다. 아마도 일제 강점기 일본의 측량탐사선에 의한
해도 작성시에 한자로 표기하면서 도서 지명이 비뀌었을 것으로 보인다.
웃마을 선착장으로 향하면서 오천초등학교 삽시분교로 가는 길에는 예전에 염전이 있었던 곳인데,
지금은 소금을 굽지 않고 습지로 변해 가고 있었다. 길 옆으로 부들이 핫도그 처럼 매달려 바람에
실렁거리고 있었다.
오후 2시에 웃마을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을 타고 대천으로 돌아오는 길에 안면도와 원산도를
연결하는 연륙교를 바라보면서 여름 더위를 잊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