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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은 오늘의 관객들이 보다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소재와 신선한 음악의 새로운 오페라, 나실인 작곡의 <빨간 바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오페라 <빨간 바지>는 1970~80년대 강남 부동산 개발이라는 현대 한국사회의 한 단면을 소재로 빈부격차의 사회문제를 익살스러운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낸 코믹 오페라이다. 이번 작품은 최근 음악극 <호모루덴스>, <비욘드 라이프>, 발레 <처용>을 비롯하여 오페라 <비행사>, <나비의 꿈>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젊은 작곡가 나실인과 2019년 오페라 <텃밭 킬러>로 각광받은 작가이자 대본가 윤미현이 함께 작업했다. 최근 독거노인 문제를 다룬 오페라 <검은 리코더>를 함께 선보였던 젊은 두 창작자는 이번 작품에서도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날카롭게 꼬집으면서도 현대의 한국인들이 함께 공감하고 울고 웃을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은 신선한 오페라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작품의 지휘는 독일 트리어 시립오페라극장 수석 상임지휘자 및 부음악감독을 역임한 젊은 마에스트로 지중배가 맡고 연출은 한국 연극계의 대표 연출가 최용훈이 맡는다.
작곡가 노트
오페라 <빨간바지>는 우리들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이다. 부동산 투기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왜 애써 외면하고 있을까? 빨간바지들의 무분별한 욕망이 의롭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사실은 우리들이 부자가 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점이 바로 <빨간바지>가 코믹 오페라인 이유이다.
우리가 겪은 현대사가 이렇게 코믹했기 때문에 이 오페라를 코믹 오페라로 만들기 위해 작곡가가 특별히 노력해야 할 일은 없었다. 오페라 속의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아리아들은 오히려 정말 진지하다. 그들이 가난하면 가난한대로, 부하면 부한대로 느끼는 욕망과 갈증을 최대한 간절히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이 오페라를 작곡하면서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대사를 노래로 표현하는 '레치타티보'들이다. 전달력이 우수한 레치타티보를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한국어가 잘 들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극을 더욱 단단히 연결해 주어 지루할 틈이 없는 탄탄한 구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이후에 등장하는 아리아들을 더욱 빛나게 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했고 그 노력의 결실을 들으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오페라의 등장인물들은 마치 세렝게티 초원의 초식동물들처럼 간절히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계속 달려가고 있다. 자신이 어느 무리에 섞여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있는 자와 모르는 자가 있을 뿐. 막간극부터 12명의 빨간바지가 등장하여 여성합창을 부르는 이유는 바로 그 초식동물들처럼 우리 모두가 각자의 욕망에 따라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길을 함께 달려왔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빨간바지>는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이 다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오페라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직 다 가난하니까.
"우리 중에 부자가 어딨어? 다른 사람들이 부자지. 우린 아직 다 가난하잖아."
1970, 80년대 강남 부동산을 휩쓸었던 개포동 빨간바지,
그녀가 오페라 무대에 떴다!
오페라 무대의 새 바람! 바지 바람, 부동산 바람, 웃음 바람!
공금횡령으로 징역을 살고 출소한 목수정은 고급술집에서 남자 접대부로 일하는 성도수에게 그의 정부, 빨간바지 진화숙을 소개해 달라고 조른다. 진화숙은 버스토큰 하나로 아파트 세 채는 너끈히 산다는 전설의 부동산 투기업자. 목수정은 성도수의 소개로 진화숙, 유채꽃과 함께 강남에서 복부인 활동을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진화숙은 빨간바지를 사칭하고 다니는 여자가 있다며, 자기가 부동산 시세 차익을 만들어내는 모든 방법을 똑같이 따라해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성도수는 목수정에게 빨간바지 사칭하는 일을 그만두라고 하지만 목수정은 결백을 주장한다. 두 사람의 대화를 몰래 엿들은 유채꽃은 진화숙에게 목수정이 가짜 빨간바지라고 알린다. 고만에 빠진 빨간바지 진화숙. 과연 가짜 빨간바지는 누구인가? 개포동 부동산 개발을 둘러싼 욕망과 사랑, 배신과 음모가 펼쳐진다.
작곡 나실인 대본 윤미현
지휘 지중배 연출 최용훈 무대 이엄지 의상 강기정 조명 나한수
오케스트라 코리아쿱오케스트라
출연
진화숙(Sop.) 정성미, 목수정(Sop.) 김성혜, 성도수(Ten.) 엄성화, 유채꽃(M.Sop.) 양계화, 부두남(Bar.) 박정섭, 최기사(Bass)전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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