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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묵주 이야기] 아내의 삶을 오로지 하느님께 의탁
이제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받으며 죽어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고 체념하고 있을 때, 아이들 3남매가 진지하게 나에게 이야기를 한다. “아버지! 엄마와 함께 성당에 나가세요. 하느님 믿으세요. 그리고 병원도 옮겨 보세요! 이제 마지막으로 의지할 곳은 하느님뿐”이라고 했다. 당시 심정은 풀 한 포기라도 의지하고 싶은데 무엇을 망설이겠는가! 그렇게 하자고 했다.
이튿날인 3월 19일 덕소본당에서 구역장님과 반장님 그리고 몇 분의 자매님이 우리 집에 오셨고 그분들은 우리와 함께 병자를 위한 기도를 해주셨다. 아내가 이틀 후 입원 예약이 돼 있다고 이야기하자 그 자매님들은 내일 중으로 환자가 병자세례를 받도록 신부님께 말씀드리겠다고 하며 간단한 교리를 가르쳤고, 그 다음 날인 3월 20일 맹재영 신부님이 집에 오셔서 마리아라는 세례명으로 아내에게 병자세례를 주셨다. 이어서 나도 교리공부를 했고 같은 해 4월 24일 요셉이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다.
아내의 생일이 8월 15일이라 마리아라고 했고, 나는 마리아의 남편이기에 요셉이라 했는데, 3월 19일이 우리 집에서 처음으로 기도를 한 날이기도 하고 또 요셉 축일이지 않은가!? 우연이라고 볼 수 없었다. 하느님이 나와 아내를 불러주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후 나는 “아내의 삶은 오로지 하느님께 맡기자”는 간절한 심정으로 매일 아침저녁 일어날 때와 잠자기 전에, 또 수시로 뜻도 잘 모르면서 무조건 묵주기도를 바치며 아내의 병을 낫게 하시고 건강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렸다. 또 같은 해 7월 레지오 마리애에 입단하면서 나의 생활은 더더욱 묵주기도가 생활화됐다.
나의 작은 소망과 아픈 사람 모두의 쾌유를 지향하는 묵주기도는 매일 아침 한강을 걸으면서 20단, 주 2회 등산을 하면서 20단, 지하철 또는 버스를 타면서, 심지어 운전을 하면서도 잠자리에 들면서도 바친다. 예수님과 성모님의 일생을 묵상하며 묵주기도에 몰입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힘든 줄도 모르고, 또 모든 잡념도 없어지고 마음이 행복하다.
2011년 5월 초순쯤 친구와 함께 쑥을 뜯으러 시골에 갔다. 연못 주변과 논둑에서 3시간 동안 각자 한 자루씩 뜯은 우리는 이 정도면 아내가 무척이나 좋아할 것이라고 하면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작은 봉고차 1대가 우리 앞에 정차했고 그 차에서 한 사람이 내리면서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그 자루 안에 있는 쑥은 버리세요!”라고 하면서 “오늘 아침에 이 주변에 풀이 죽는 고엽제를 뿌렸기 때문에 그 쑥을 먹으면 큰일 납니다”라고 했다.
만약에 우리가 10초만 빨리 그곳을 벗어났더라면 그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고, 그 쑥은 친구네 가족과 우리 가족이 떡도 만들고 국도 끓여 맛있게 먹었을 것이다. 그 이후는 상상하기가 싫다. 끔찍하다! 또 5개월 생존 가능하다는 아내는 5년이 지난 지금 내 옆에서 환히 웃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정성을 다해 바치는 묵주기도에 예수님과 성모님께서 나에게 보은으로 내려주시는 자비와 은총이 아니겠는가! 이승기 요셉(의정부교구 덕소본당) |
첫댓글 감사의 삶을 살고 계시는 이승기 요셉 형제님의 가정에 주님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우리는 알 수 없는 하늘의 은총을 가끔씩 이해합니다. 하느님을 믿는 우리 신앙은 정말 신비스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