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정원
소각장 굴뚝 우뚝 한 중계 아파트 단지
작은 천문대가 있고
공룡들이 있는 등나무공원 한 쪽
일 년 공사 중이었다
도로 건너 중계근린공원 잇는 공중정원 공사
한 바퀴도 힘든 노모
아버지 떠나신 뒤 허리 수술하고
역류성식도염을 심장병인 줄 알고 심장약을 먹기도 했다
혈압 약에 다시 어지럼증 약에 다시 신장 약에
잇몸이 내려앉고 이가 흔들려도
살 날 얼마 안 남았다고 치과를 마다하며
가위로 쪼아드시다 드디어 전체 틀니 하신 날
어릴 적 딸깍거리던 증조할아버지의 틀니로
노모는 딸깍딸깍 장난을 쳤다
십 수 년 챙겨주시던 반찬통들 사라지고
김치도 담을 수 없게 되고
마지막 항아리 된장과 고추장이 줄고
어묵탕에 뭘 넣지 아들에게 묻고
내가 밥을 먹었니 약은 먹었나
라면으로 떼우거나 냉장고 안
반찬은 잊고 밥에 고추장만 드시고
아들 오면 고기 먹는 날이었다
아침에 눕고 점심에도 눕고 또 눕고
졸고 또 졸고 아들과 화투 치고 또 치고
농담은 천 번도 질리지 않았다
술과 노름으로 기우는 시가가 하도 막막해 처가로 돌아와 대전에 가 살려했다 근데 찾아온 아버지가 불쌍해 돌아왔다 대신 아버지를 서울로 떠밀어 올려 보냈다 외삼촌 엎고 달래다 친척할아버지 다리에 핀 검버섯 보고 쯧쯧 더럽다고 흉본 벌을 받아 팔다리에 검버섯이 많게 되었다 어릴 적 손녀 데리고 콩 까다 뒤로 벌렁 자빠지신 할아버지 보고 깔깔 손뼉을 쳤다
중풍으로 누우신 아비의 병수발 들다 우울증에 걸려
어서 먼저 죽으라고 구박을 하고 울기도 했다
그 막막한 시간
베개 밑에 칼을 두고 주무시고
꿈 속에서도 집을 지켜냈던 엄마는
아들 앞에서 찡그리는 법 없이 언제나 웃었다
늘 희색이 가득하셨다
(덕분에 나도 웃는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왜 모르겠는가
엄마가 한 사람이기도 했음을
달의 건너편처럼 영영 알 수 없음을
그런 어느 날 등나무 굴 지나
스테고사우루스와 브라키오사우루스 다리 밑 지나 드디어
하늘로 이어진 무지개다리
공중정원에 올랐다
국화꽃 가득 한 하늘나라 이렇게 갈 수 있다면
은행나무 노란 눈부신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