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동 무산선원에서 16일 열린 시낭송회에서 성바오로딸 수도회 수녀들이 김남조 시인의 시를 낭송하고 있다. 이날 낭송회에는 천주교 사제, 개신교 목사도 초대됐다. /김한수 기자
성탄절(25일)을 앞두고 사찰에 초대받은 신부, 수녀, 목사와 스님이 모여 올해 세상을 떠난 김남조(1927~2023) 시인의 작품을 함께 낭송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성북동 무산선원에서 열린 ‘크리스마스와 함께하는 제7회 만해·무산 선양 시낭송 음악회’.
무산선원은 신흥사 조실이자 시조시인으로 문화예술인들을 적극 후원했던 설악 무산(霧山⋅1932~2018) 스님을 기념하는 사찰 겸 문화예술 공간으로 작년에 문을 열었다. 시 낭송회는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이사장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가 주관해 지난해 9월부터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성탄절을 앞두고 이웃 종교인을 초대해 낭송회를 가졌으며 올해는 2007년 만해대상 수상자이기도 한 고 김남조 시인을 추모하는 낭송회로 마련됐다.
신달자 시인의 사회로 진행된 낭송회에는 성북동 성당 김형목 주임신부, 이 요세피나 수녀 등 성바오로딸 수도회 수녀들, 시인인 고진하 목사 등이 초대돼 무산 스님과 김남조 시인과의 인연을 들려주며 시를 낭송했다. 김 신부는 김남조 시인의 ‘마리아 막달레나’를 낭송했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김 시인의 세례명이기도 하다. 고 목사는 과거 만해마을 집필실에 머물던 당시 무산 스님으로부터 ‘시인으로 인생 끝낼 것인가’라는 화두 같은 질문을 받았던 기억을 회상하고 김남조 시인의 ‘심장이 아프다’를 읊었다. 1960년대부터 김 시인과 인연을 맺어온 성바오로딸 수도회 수녀들은 “옛날도 오늘도/세계의 촛불들은 동일한 종교지요/하늘을 향해 불타고/하늘에 돌아갑니다”로 끝나는 김 시인의 ‘촛불’을 함께 낭송했다. ‘목숨’을 낭송한 무산선원 주지 선일 스님은 “오늘 이 자리가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 예수님의 사랑, 무산 스님의 화합과 상생의 정신이 이어지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