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학교는 어떻게 지역과 협력할까?
저자는 4박 5일 일정으로 일본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공민관(평생교육시설) 등을 둘러 보고 학교와 지역이 어떻게 협력하고 있는지 간단한 보고서를 내 놓았다.
이 보고서를 읽으며 이런 질문들이 떠오른다. 일본의 학교들은 왜 지역과 손을 잡게 되었을까?
일본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노인 인구가 세계 최고라고 한다. 반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아이 한 명 한 명이 귀하다는 얘기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 마을의 이웃들이 함께 돌보며 마을에 있는 물적자원들을 적극 지원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학교만이 아이를 책임지는 분위기에서 마을이 함께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학교 교육과정 안에 마을 교육과정이 들어와있다. 학교 교사만이 교육을 짊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 중 자원하는 이들이 프로그램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가고 있다. 일명 '커뮤니티 스쿨' 이라고 부른다.
"커뮤니티스쿨이란 아이들을 보호하고 가르치는 것이 학교만의 책임이 아니라 지역사회 책임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지역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아이들을 보호하고 수업에도 참여하는 학교를 말한다" (55쪽)
중요한 키워드는 책임 주체가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학교를 넘어 지역사회가 아이들을 보호하고 키우는데 함께 책임을 진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마을교육공동체가 확산되고 있지만 보완해야 할 점 등이 많다고 본다. 마을선생님이라는 제도가 정착하고 있지만 예산에 종속되어 운영되어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지자체에서 교육경비 명목으로 학교로 교부하는 예산들이 강사비로 쓰게 되어 있고, 그렇다보니 외부강사로 다양한 분들을 학교 안으로 모시고 있다. 양적인 면으로는 프로그램 숫자가 많아져 활성화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질적인 면은 평가를 하기에 아직 모호하다. 예산 지원이 중단되면 프로그램 운영도 멈춰야 한다. 학교 교사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연수가 부단히 이루어지는 것처럼 마을 선생님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연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마을교육공동체의 취지는 학생을 중심으로 마을에 있는 각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마을교육을 제대로 해 보자는 의도라고 본다. 학생이 살고 있는 마을과 마을 사람들이 교육의 재료가 되며 학생들은 성장하면서 마을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마을을 위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것이 마을교육이 되어야 하며 누군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마을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가 하나가 되어 협력해야 한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삼척만 하더라도 구도심지에 도시재생센터가 마을교육공동체의 좋은 인프라가 되고 있다. 마을에 살고 있는 청년 창업가들이 가게를 열고 자신들의 재능으로 구도심지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다. 청년 창업가들을 마을교육의 인적 자원으로 활용하여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고 본다. '나도 마을에 정착해야겠다', '나도 청년들처럼 재능을 키워 내 사업을 할 수 있겠다', '내가 하는 일이 마을을 살릴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일에 필요한 예산이 있다면 지자체에서도 충분히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마을 안에서 소비되는 예산들은 결국 마을을 살리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한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다' 라는 구호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그런데 말로만 하는 것 같아 아쉬운 점이 많다. 마을마다 과연 오로지 아이들만을 위한 시설이 몇 개나 될까? 그나마 존재하던 청소년수련관, 청소년복지회관 등도 가끔 둘러다보면 아이들보다 어른들을 위한 복지 기관으로 주로 활용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이들이 맘 놓고 떠들고 뛰어다니고 놀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아이들을 불편하게 보는 시선들이 있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지만 정말 중요한 정책들은 거창한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본다. 어른들의 취미생활과 복지를 위해 다양한 공간들이 생기는 것만큼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아이들을 위한 쉼터가 경제적 효율성을 따지지 말고 지자체 차원에서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 마을교육공동체의 중요한 교육 대상인 아이들을 위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런 시설들이 만들어지면 당연히 마을선생님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놀이전담사, 놀이전문가, 놀이터관리사 등 아이들이 머무는 시설마다 마을선생님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아이 한 명 한 명을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 학교라는 시설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고 본다. 물론 학교는 지역공공재라야 한다. 지역사회 주민, 학부모들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다만, 학습권 보장을 위해 최적의 환경을 유지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으므로 지역의 어른들이 이런 점들을 감안하고 아이들 중심으로 최대한 학교 시설이 활용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부분도 필요할 것 같다.
예전에는 교육은 오로지 학교만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다. 교사자격증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현재 사회적 분위기는 교육의 장소 뿐만 아니라 교사도 다양화될 수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마을교육공동체가 움직여지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각자의 욕심을 내려놓고 오직 아이만 바라보고 서로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도 늘 열려있어야 한다. 마을교육공동체의 일원으로 적극 협력하고 필요하다면 책임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