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집에 앨범 한 권씩은 소장하고 있을 것이다..........
어려서 부모님이 찍어 주신 백일기념 사진에서부터
학창시절에 찍은 사진, 결혼사진 등등..........
몇 십 년이 지나서도 가끔씩 뒤적여 보면 당시의 일이
아스라이 머릿속 깊은 곳에서 활동사진 한 장면이 되어
스쳐 지나감을 느낀다.
어떤 사진은 보면 그 사진에 있는 모습뿐만이 아닌
그 사진 찍을 때 주위에는 무엇이 있었고.....
그 사진은 누가 찍었고 심지어는 그 날 무엇을 먹었다는 것까지
연상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보면 사진 한 장에 담긴 의미는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사진에는 공통점이 하나 분명히 존재한다.
나라는 존재, 아니면 나와 아주 절친한 사이의 관계에 있는
인물이 그 안에 있다는 사실이다.
누구든 자신의 앨범에 자신과 연관이 없는 사진을
보관하지도 않을뿐더러 우연히 들어있다 하여도
오랜 시간 간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사진 안에 나와 아주 흡사한 인물이 있다 해도 내가 아니면
그 사진에서 느끼는 감흥은 전혀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오래 전 홍콩에 제집 드나들듯이 자주 다닐 때 안
곱게 나이가 드신 교포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내가 보석을 다룬다고 하니 그 할머니집에 방문을 하였을 때
보여 줄 것이 있다 하시면서 금고에서 무엇인가
상자를 몇 개 꺼내시는 아닌가....
상자 안에는 귀 보석부터 준보석들이
세팅된 다양한 쥬얼리 들이 들어있었다.
“아니 왠 보석들이 이렇게 많으세요” 하고 묻자
처녀 때부터 모아온 컬렉션이라고 하시면서
하나하나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이었다.
이 반지는 성인식 때 어머니로부터 받은 것,
이 목걸이는 20대 때 아버님께 받은 것,
이 반지는 약혼 때 받은 것,
이 반지는 결혼 때 받은 것, 등등
어느 것 하나 소중한 추억이 담기지 않은 것이 없었다.
“다들 좋은 추억뿐이네요” 하자 그렇지 않은 것도 몇 개 있다고
하신다.
재미있는 것은 루비가 촘촘히 박힌 어느 팔찌를 들어 보이면서,
이 팔찌는 아저씨하고 부부싸움을 심하게 하고 홧김에 산 것인데
그 날은 바람이 심하게 불었고, 어디 가서 무엇을 먹고,
어디 가서 쇼핑하다 얼마에 구입했다는 것까지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다.
디자인이 꽤나 오래된 것 같은 데 불과 몇 일 전에 일어났던 듯이
말씀을 하시기에 그게 몇 년 전이냐고 물으니 40년 전 이란다.
“아니 40년 전에 일을 그렇게 자세히 기억하고 계세요?” 하고
묻자,
그 외에도 가지고 계신 것 하나 하나가 이야기 보따리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이 반지는 며느리 줄 꺼,
이 반지는 큰 손주 장가갈 때 손주 며느리 줄 꺼,
이 목걸이는 누구 줄꺼 등등 이미 상속(?)까지 염두에 두고 계셨다.
당시에는 별 생각 없이 재미있는 이야기로만 생각했었는데
내가 이일을 하면서 이제와 생각하니 쥬얼리라는 것이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단지 상품으로 만든 반지 하나가 그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
수십 년의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추억덩어리가 되기도 하고
후손에게 물려져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숙연한 생각마저 든다.
옷이나 다른 물품 또한 선물로 주고받기는 하나,
그 생명력은 특별한 것이 아닌 다음에는 불과 몇 년을
넘기기 힘들지만 쥬얼리 만큼은 몇 년이 아닌 몇 십 년,
몇 백년 까지도 가능 하다는 생각도 해 본다.
예를 들어 50년 전에 할머니가 구입하여 애지중지 하던 옷을
손녀에게 물려준다고 입고 다닐 사람이 있을지,
오래 전에 할아버지가 쓰시던 파카 만년필을 물려받은 손자가
그것을 소중히 보관하며 사용할지 의문스럽지만
아마도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작은 보석이 박힌 반지만큼은
소중히 보관하며 사용하리라는 생각을 한다.
이세상의 모든 것이 의미부여를 하기 나름이겠지만
내 손을 거쳐 간 반지, 목걸이가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며
누군가의 손가락에 끼어져 수 십 년을 사랑 받으며
추억의 한 페이지를 진하게 장식하다가
그 후손에게 물려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짜릿한 느낌마저 든다.
올해로 74세가 되신 교포 할머니(한국명:李孝順)의 건강하심과
추억의 앨범이 영원하기를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