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리한 칼날로 써내려간, 차별과 비민주적 표현이 가득한 우리 언어에 대한 통렬한 비판!”
강렬한 메시지로 전하는 우리 언어에 대한 ‘서릿발 비판’
이 책의 메시지는 강렬하다. 차별과 비민주적 표현을 담은 단어들이 우리 사회에서 가득하다고 강하게 일침을 놓는다. 그러면서 언어 표현 속에 숨어 있는 이데올로기가 은연중 우리의 생각과 관점을 지배한다고 지적한다. 이 지점이 저자가 이 책을 세상에 내놓은 계기가 된다. 민주적이고 아름다운 가치를 담지 못하고 오히려 그 반대의 이데올로기를 품고 있는 언어는 매우 위험하고 폭력적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낡고 차별적인’ 뜻이 강한 언어임에도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일상 언어로 쓰이고 있는 우리 현실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오랜 기간 대통령 뒤에 붙었던 ‘각하’라는 경칭은 권위주의 시대의 상징 같았던 단어다. 그런데 이 단어는 사실 봉건 신분사회의 귀족 호칭 중 하나였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라고 천명한 헌법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단어다. 각하가 담고 있는 이데올로기는 봉건 시대처럼 신분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자는 반민주적 가치이다. 저자는 ‘대통령’ 이라는 단어 역시 헌법이 명시하는 민주적 가치를 전혀 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크게 거느리고 다스리는 사람’이라는 뜻을 갖는 이 언어 표현은 ‘국민을 주권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는 이데올로기가 작동한다.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과거 우리 사회에서 봉건군주제의 왕처럼 대통령이 국민 위에 군림해도 된다는 인식을 사실상 강제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을 쓴 신지영은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언어 탐험가다. 언어 탐험가 신지영의 베이스캠프는 고려대학교다. 이 대학의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빛나는 학생들에게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는 즐거움을 가르치고 있다.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한글의 창제 원리를 배운 후, 국어학자가 되겠다며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여 공부를 이어간다. 하지만 박사과정 수료 즈음, 돌연 런던으로 가서 말소리의 세계를 더 깊이 있게 탐험할 수 있는 방법을 익힌다. 런던대학에서 박사를 끝내고 서울로 돌아와서는 음성 공학과 언어병리학의 세계로 탐험의 영역을 확장한다.
궁금하고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이 너무 많아서 사는 게 늘 신나고 즐거운 사람이며, 좋은 어른들과 성숙한 지음(知音)들 속에서 성장해 온 운이 좋은 사람이다. 천하의 인재를 얻어 가르치는 즐거움을 누리며 반짝이는 제자들과 늘 새로운 공부를 이어갈 수 있는 행복한 학자이기도 하다. 비현실적 존재로 살면서 현실적 존재들을 위해 꿈을 꾸는 것이 인문학자의 소명이라 믿으며 언어의 탐험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려 하는 인문학자다. 꿈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꾸 키워 물려주는 것이라고 믿으며 꿈을 키워 물려주는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쓴 책으로는 『말소리의 이해』, 『한국어의 말소리』, 『The Sounds of Korean』, 『쉽게 읽는 한국어학의 이해』, 『(조카 현진이와 떠나는 신지영 교수의) 한국어 문법 여행』, 『열려라, 말』, 『한국어 발음 교육의 이론과 실제』, 『말소리 장애』 등이 있다.
[학력] - 박사(언어학): University of London 언어학 전공(1997년 8월) - 박사수료(국어학):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국어학 전공(1993년 8월) - 석사(국어학):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국어학 전공(1991년 2월) - 학사(국어학):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1989년 2월) 주요 교내외 경력 〈교내〉 * 보직: 2015년 3월 ~ 2016년 8월 고려대학교 학생처장 2006년 8월 ~ 2008년 7월 고려대학교 여학생감 겸 양성평등센터장 2001년 10월 ~ 현재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음성언어정보연구실장 * 수상: 고려대학교 석탑강의상 15회, 우수강의상 2회, 명강의상 1회 수상 〈교외〉 * 대검찰청 과학수사 음성분석 제8기, 제9기 자문위원 (2014년 11월 14일 ~ 2019년 11월 13일) * 서울시 국어바르게쓰기위원회 위원 2018년 9월 1일 ~ 2020년 8월 31일 * 방송심의위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 (2011년 10월 21일 ~ 2014년 10월 20일) * 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Review Board, 비상근 PM, 2012년 6월 1일 ~ 2015년 5월 31일) * 서울시 정신건강 홍보대사(서울시, 2014년 4월 ~ 현재) * 어문규범 영향평가단 위원(문화체육관광부, 2007. 9 ~ 2009. 9) * MBC 우리말위원회 위원(2003년 - 2009년)
목차
책을 펴내며 프롤로그 - 언어 표현들 사이의 줄다리기 관전에 앞서
첫 번째 경기장 : ‘대통령 각하’와 ‘대통령님’의 줄다리기-비민주적 표현 경기장 ① 봉건주의 시대의 호칭, ‘각하’의 퇴장 / 도대체 각하가 뭐길래 / 각하는 경칭이 아니라 비칭이라서? /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더 톺아보기1/ 더 톺아보기2/더 톺아보기3
두 번째 경기장 : ‘대통령’은 지금 줄다리기를 기다리는 중-비민주적 표현 경기장 ② 민주주의 가치와 거리가 먼 단어, 대통령 / ‘어른 장’의 이데올로기
세 번째 경기장 : 관점과 관점 사이의 줄다리기-관점 경기장 ‘경축, 정밀 안전진단 통과’를 바라보는 관점 / 관의 관점에서 붙인 이름, ‘쓰레기 분리수거’/ 정상이란 무엇인가? /기자가 담는 기업의 관점 / ‘갑질’을 바라보는 관점/더 톺아보기4/ 더 톺아보기5
네 번째 경기장 : 미혼과 비혼의 줄다리기-결혼 관련 표현 경기장 결혼한 경험이 있으면 모두 기혼인가? / ‘미혼’이 불편해 / 기혼도 불편해 / 비혼과 돌싱이 필요해
다섯 번째 경기장 : 미망인과 유가족의 줄다리기-차별과 불평등 표현 경기장 ① 남편이 죽으면 따라 죽어야 하나? / 가장 급변한 ‘남아선호사상’
여섯 번째 경기장 : 여교사와 여성 교사의 줄다리기-차별과 불평등 표현 경기장 ② 남교사는 없고 여교사만 존재하는 이유 / 교사는 남자라는 이데올로기가 존재하는 방식 / 가르치는 것은 남자의 일? / 그랜저 검사와 벤츠 여검사
일곱 번째 경기장 : 청년과 젊은이의 줄다리기-차별과 불평등 표현 경기장 ③ 청년은 누구인가? / 청년실업은 누구의 문제인가?
여덟 번째 경기장 : ‘요즘 애들’과 ‘요즘 어른들’의 줄다리기-주도권 경기장 ① 혼탁해진 언어와 추락하는 언어 품격, 그 주범은 늘 ‘요즘 애들’! / ‘요즘 어른들’도 사실은 ‘요즘 애들’이었다 / 욕설과비속 어 : 누구와 누구를 비교하고 있는가? / 은어ㆍ신어ㆍ유행어 : 언어는 내가 가르치는 것! / 높임말 : 말할 때와 들을 때의 머나먼 거리
아홉 번째 경기장 : 자장면과 짜장면의 줄다리기-주도권 경기장 ② 짜장면이 해금되던 날 국민들이 열광한 이유 / 짜장면 투쟁사 / 짜장면의 해금이 늦어진 이유 / 짜장면으로 찾아야 하는 규범의 주인 / 신문 속 짜장면 표기 역사와 돈가스
열 번째 경기장 : 용천과 룡천의 줄다리기-주도권 경기장 ③ ‘용천’과 ‘룡천’의 줄다리기 / ‘룡천’ 표기의 이데올로기적 무게 : 표기법 줄다리기의 이면 / 한글 맞춤법의 역사 / 표준어와 문화어의 줄다리기 / 한국어와 조선말(어)의 줄다리기 / ‘한국어’와 ‘조선말’을 넘어
에필로그 - 줄다리기 관전을 마치며
책 속으로
언어 표현들 사이의 줄다리기 경기를 통해 우리는 현재 우리 사회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 우리도 모르게 빠져 있는 함정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프롤로그-언어 표현들 사이의 줄다리기 관전에 앞서」
각하가 담고 있는 이데올로기는 사람의 신분에는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신분제를 전제하는 이 표현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부인하는, 반민주공화국적 표현이 되는 것이다. 「첫 번째 경기장: ‘대통령 각하’와 대통령님‘의 줄다리기-비민주적 표현 경기장①」
대통령이란 임기 동안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국정을 운영하는 국민의 대표자일 뿐이다. 따라서 주권자인 국민이 선출한 국민의 대표자를 대통령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다. 「두 번째 경기장: ‘대통령’은 지금 줄다리기를 기다리는 중-비민주적 표현 경기장②」
즉 장애인이 아닌 사람을 정상인이라고 칭하는 것은, 장애를 가진 것은 정상이 아닌데 자신은 장애를 갖지 않아서 정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표현이 된다. 「세 번째 경기장: 관점과 관점 사이의 줄다리기-관점 경기장」
기혼과 미혼의 표현 뒤에는 결혼에 대한 관습적인 세계관이 담겨 있고, 결혼에 대한 강력한 이데올로기를 우리에게 제공하게 된다. 「네 번째 경기장: 미혼과 비혼의 줄다리기-결혼 관련 표현 경기장」
남편이 죽으면 당연히 따라 죽었어야 하는데, ‘아직’ 따라 죽지 못하고 살아남은 죄인이라는 뜻에서 남편을 잃은 사람이 자신을 낮추어 미망인이라고 표현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미망인이라는 표현은, 그러니까 ‘남편이 죽으면 아내는 응당 따라 죽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다. 「다섯 번째 경기장: 미망인과 유가족의 줄다리기-차별과 불평등 표현 경기장①」
교사와 교수, 즉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남자’라는 이데올로기가 여교사와 여교수라는 단어에 담겨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여섯 번째 경기장: 여교사와 여성 교사의 줄다리기-차별과 불평등 표현 경기장②」
언어는 우리의 의식을 지배한다. 청년이 남성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는 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청년실업이라는 언어 표현을 통해 청년실업의 문제가 젊은 남성의 문제라는 의식을 갖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여성의 실업 문제는 젊은 남성의 실업 문제보다 후순위에 놓이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일곱 번째 경기장: 청년과 젊은이의 줄다리기-차별과 불평등 표현 경기장③」
은어, 신어, 유행어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들은 데서 오는 불편함이다. 그리고 은어, 신어, 유행어에서 느끼는 요즘 어른들의 불편함의 저 안쪽에는 사실 언어 권력을 침해당한 데서 오는 언짢음이 도사리고 있 다. 「여덟 번째 경기장: ‘요즘 애들’과 ‘요즘 어른들’의 줄다리기-주도권 경기장①」
짜장면을 통한 저항은 언어의 주인은 언어 사용자라는 점과, 언어 규범을 만드는 주인공 또한 언어 사용자라는 사실을 망각한 언어 정책에 대한 항거였다. 또한 관 주도적인 언어 정책에서 민 주도적인 언어 정책으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외침이었다. 「아홉 번째 경기장: 자장면과 짜장면의 줄다리기-주도권 경기장②」
자신이 배우고 있는 언어의 이름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를 통해 자신이 의도하지 않는 자신의 정치적인 입장을 드러낸다는 점을 알게 된다면, 학습자들은 어떤 쪽도 아닌 중립적인 입장을 드러낼 수 있는 표현이 없을까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불행히도 학습자들은 한국어 혹은 조선말 중 하나를 선택하여 표현해야만 한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 선택지가 현재는 없기 때문이다. 「열 번째 경기장: ‘용천’과 ‘룡천’의 줄다리기-주도권 경기장③」
성찰적 말하기란 말을 할 때 듣는 사람의 감수성을 가지는 것을, 배려의 듣기란 들을 때 말하는 사람의 감수성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에필로그-줄다리기 관전을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