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김치
많이 쓰는 말이고, 총각김치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도 사전에는 올림말로 올라 있지 않다(근자에 나온 사전에는 더러 올라 있다).
그런데
총각김치 담그는 총각무를 달리 또 "달랑무"라고도 한다. 그것도 "총각무"라는 말 못지않게 노란 냄새가 풍기는 표현으로 되고
있다. 총각이 달고 있는 무같이 생긴 것이 달랑달랑 달랑거린대서였을까. 둥그스름한 귀가 예쁘고 쫑긋하게 솟아 있는 미역을
"총각미역"이라고 미역의 고장에서 말하는 까닭과 이 총각김치와는, 적어도 그 말을 만든 심리적 과정에서는 같은 출발을 보여 주고
있다 할 것인지도 모른다.
어떤 호사가는 "총각김치"가 아니라, 사실은 "청각김치"를 그렇게 잘못 쓰고 있다고도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총각김치에는 "청각"이 들어가야만 제 맛이 나는 것이어서, 그 때문에 "청각김치"라 했던 것인데, 장난기
섞인 아낙네들의 노란 마음이 섞여 들어가서 "총각김치"라 하게 되었다는 탁론(卓論)이다. 그러나 그 탁론에도 불구하고 역시
사전에는 올라 있지 않다.
청각은 김장 때면 양념으로는 어디에고 끼이는 홍조류(紅藻類)에 속하는 해초이다. 모양이 사슴뿔같이
생겼대서 녹각채(鹿角菜)라고도 하는데, 특별한 맛이 나는 것은 아니나, 단조로운 그 맛을 찾아 양념으로뿐 아니라, 그 자체만
가지고 무쳐 먹기도 한다. 그래서의 청각김 치란다면, 이를테면 배추김치에라고 해서 그 청각이 안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하필 그
무김치에만 "청각김치"라는 이름이 붙어야 하느냐는 반문도 나오게는 되어 있다. 총각김치는 역시, 그 무의 모습 때문에 생겨난 이름
아니었겠느냐고 하는 해석이, 그래서 조금쯤은 유력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남편은 바람을 피우고, 아니더라도, 이미
경도(硬度)를 잃은 남편을 둔 처지의 여인네들이 무언가 욕구 불만에 차 있는 가운데 이 무김치를 담그려고 씻으면서 매만지는
사이에, 엉뚱하게가 아니라 실감나게 회억(回憶)되는 짜릿한 느낌이 있었고, 그해서 이름 붙여 달래어 본 "총각김치" 아니었겠느냐
하는 복사꽃빛 해석은, 차라리 그것을 정설(定說)로 해야 할 만큼 그럴듯해진다.
아닌게아니라, 총각김치의 거리가 되고 있는 그
무를 보고 있노라면, 그것이 꼭 고만고만하게 생겨 있으면서 끝이 뭉툭하게 되어 있는 것이 또 특징이다. 처녀 허벅지만큼 큰 무를
재배해 낼 정도로 발달된 육종학(育種學)인데도, 이 무는 꼭 고만고만한 크기인 것이 여간만 색정적(色情的)인 것이 아니다.
총각김치-. 담글 때뿐만이 아니라 씹어 먹으면서도 무언가의 욕구 불만을 무산(霧散)시켜 보는 여인네도 있으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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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ㅎ~해학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