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내려 가시는 길에 심심풀이로 읽어 보시길.
2016년 9월5일 양승태 대법원장은 김수천 부장판사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데 대해 사과하면서, 앞으로 밝혀질 내용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다. 10년전인
2006년 8월16일
당시의 이용훈 대법원장은 조관행 고법부장판사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데 대해 사과했었다. 이 대법원장은
사법부 신뢰 회복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면서, 법조비리 근절 대책으로 법관 징계절차 외부인사
참여, 법관 재임용 심사 강화, 법관 징계시효 연장, 법관 감찰 강화 등 4개안을 마련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제시된 대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는 것은 10년만에 똑같은
사건이 재발되었다는 데서 드러난다. 그리하여 뼈를 깎는 노력이라는 말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코믹하고 공허한
단어가 되고 말았고, 현시점에서 양 대법원장의 개혁 약속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일반인은 법원이 썩었다고 개탄하면서도, 검찰은 더하면 더했지, 절대로 못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마침 스폰서 검사 사건이
터져 소박한 믿음에 근거를 더해주었다. 보도에 따르면 김형준 부장검사는 고교동창을 마치 집사처럼 부리며
갑질을 해왔다고 한다. 김 부장검사가 친구에게 시킨 일은 술집예약이나 내연녀에게 돈을 송금하는 일, 정치출마에 걸림돌이 되는 농지의 매매 등이었다고 하니, 얼마 전
진경준 검사장이 게임업체로 갑부가 된 넥센의 김정주로부터 백억대의 주식을 받아 챙기고, 재벌의 범죄를
눈감아주고 대신 처남의 이름으로 청소용역회사를 차려 돈을 받은 것에 못지 않게 치사하고 더티한 행동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런 지저분한 행위는 그냥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작은
것부터 누적적으로 반복되어 왔기 때문에 무감각해진 결과이다. 자기 행동이 얼마나 치사한지 모를 정도로
감각이 무뎌졌다면 그 동안의 횡포는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 일이다.
문제는 법조인 뿐이 아니라는데 있다. 들어나진 않았어도 고위공직자
거의가 비슷한 행태를 보일 것이라는 게 국민의 솔직한 믿음이다. 고위공직자의 일탈은 당장의 부당함을
떠나 민초에게 무력감과 국가체제 전반에 대한 불신감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일반인의 잘못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의 파장을 준다. 법조비리로 인한 무전유죄 유전무죄는 당해본 사람만이 아는 개인적 고통에 가깝지만, 고위공직자의 부패로 인한 국가전체의 손실은 뇌물액수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가령 예를 들어 2년 전 수상구조함인 '통영함'과 기뢰제거함인 '소해함' 등의
비리와 관련하여 두 명의 직원이 41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선 2심까지 유죄가 선고된 상태지만, 이를 수습하기 위해 새장비구입, 선체개조비용 등으로 방위사업청 주장으로 415억원, 새누리당 이종명 의원 분석에 따르면 2600억원의 추가 예산이 들어갈
것이라 한다. 4천만원 때문에 최소 수백억원의 돈이 더 들어가는 것이다. 고위공직자의 비위에 대해서는 일반인의 그것보다 더욱 엄정하고 가혹한 처벌을 해야 하는 이유다.
비리가 만연하는 것은 잘못을 저질러도 이에 대한 제재를 할 수단이 미흡했기 때문이지, 우리나라 사람이 특별히 더 썩어서가 아니다. 그러므로 필요 이상으로
자괴감을 가지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신 한층 분발하여 더욱 완벽한 그물망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공직자 제재에 관한 기본적인 법률로 공직자 윤리법이 있다. 김영삼
정부는 1993년 6월 재산공개의 제도화와 4급 이상 공무원의 재산등록 의무화를 규정했고, 김대중 정부는 2001년 1월 재산공개자의 주식투자내역 신고를 의무화하고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범위 및 요건을 확대 강화했으며, 노무현 정부는 2005년 5월 주식백지신탁제도를, 2006년
12월 가액변동신고제 실시, 재산공개자에 대한 재산형성과정 소명요구, 고지거부 사전 허가제를 도입했고, 이명박 정부는 2011년 7월 전관예우근절을 위해 업무 관련성 적용기간확대, 비상근 직위의 취업심사 법제화, 일정규모 이상의 법무법인 및 회계법인을
취업심사대상업체로 추가하는 등 사전취업제한제도를 강화시킨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로 부족했다는 것은 대법원장의 사과가 증명하고 있는 바와 같다. 고위공직자의 재산등록이라는 핵심사항이 정착된 지금 중요한 것은 재산변동, 특히
증식과정에 대한 소명 및 조사, 그리고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는 전관의 재취업에 대한 엄격한 심사가
강화되어야 하지만, 아직 현실은 거기에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
제9조 및 동법시행령 제16조에 의하면, 재산등록사항의 심사와 그 결과처리,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여부확인
및 취업승인 등을 심사⋅결정하기 위하여 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정부⋅지방자치단체 및 특별시⋅광역시⋅도⋅특별자치도교육청에 각각 공직자윤리위원회를 두게 되어있다. 그런데 위원회의 활동은
여러 면에서 미흡하다 못해 불만스럽다고 평가할 수 밖에 없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왕실장’으로 일컬어지던
김기춘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77·사진)이 ‘㈜농심’의
비상임 법률고문으로 취업하도록 한 것을 비롯 퇴직공직자가 취업심사를 요청한 55건을 심사해 2건에 대해 ‘취업제한’(취업불승인 포함)을 결정하고 나머지 53건은 승인한 데서 나타나듯 온정적 행태가 관피아, 마피아의 횡포를 그대로 존속시키고 있다. 자료에 의하더라도 지난 5년간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1813건 중 취업 가능 및 승인된 건수는 1581건으로 87%가 허가됐고 불허처분은 13%에 불과하고, 특히 2016년
취업심사 승인률은 92%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4조에 ‘업무연관성이 있어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승인할 경우 취업을 가능하게 하는 예외 조항’이 있어 취업제한심사를 유명무실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공직자가 퇴직 후 업무와 관련된 사기업체, 협회, 산하 공공기관으로 낙하산으로 내려간다면, 그가 과거 공직에서 수행하였던
권한, 정보를 가지고, 공직에 영향을 미칠 것은 당연한 것으로
이에 대한 엄격한 집행이 절실하다.
뇌물이 불법적인 이득을 얻기 위한 일회성의 일탈이라면, 부패란 공직자가
지속적으로 자신의 직위와 권한을 악용하여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말하는 바, 이달 말 시행될 소위
김영란 법은 모든 부패의 시발점인 금품수수 및 부정청탁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거기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 동안 유명무실했던 형법상의 뇌물죄를 넘어 부패행위 전반에 대한 제재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반행위의 신고처는 당해 행위가 발생한 공공기관 또는 그 감독기관, 감사원
또는 수사기관, 국민권익위원회로 되어 있지만(위 법 제13조1항), 위법행위의
조사를 당해 기관이나 감사원, 수사기관이 하도록 되어 있는 바(위
법 제14조1항, 우리나라
같이 온정주의가 강한 나라에서 조사를 당해 공공기관이나 기존의 수사기관에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결국에 가서는 자기 식구 봐주기에 나설 우려가 농후하고, 위법에
따른 처벌이 유명무실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위법행위로 취득한 부정이득에 대해서는 단순환수규정만을
두었으나(위 법제17조),
가중처벌 혹은 몇 배 수준의 징벌금을 부과하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스웨덴 같은 나라는
일찍이 행정의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 의회, 행정, 사법
자료를 비롯해 공직자의 이메일까지 공식기록으로 규정하여 시민청구시 공개하도록 되어 있는 바, 뇌물을
주기로 약속만 해도 이메일, 전화통화 등 증거만 있으면 범죄로 기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등 공직비리에
대한 엄격한 처벌과 무관용으로 대처하고 있다. 싱가포르, 홍콩
등은 탐오(貪汚)조사국 등 독립된 수사기관을 두고 있고, 독일, 미국 등은 기업 등의 국내에서의 위반행위는 물론 해외에서의
뇌물행위까지 처벌하고 있다. 그러므로 특별한 편의나 특권이 없어 자건거를 타고 다니는 덴마크나 핀란드의
국회의원 들처럼 모든 공직자의 반부패, 청렴이 습관이 될 때까지 정보공개법, 김영란 법의 조사, 징벌적 이득환수제도 등을 지속적으로 정비, 강화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시점에서 부각되는 것은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전담할 독립적인 기구의 설립(소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공수처)이다. 셀프개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사항인 바,
우리와 같이 온정주의, 제식구 감싸기 문화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반드시 도입해야 할 기관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은 공수처 신설을 추진한 바 있다. 검찰과는
별도의 독립된 기소권을 갖고, 차관급 이상 공무원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수사대상으로 했다. 핵심은 법관과 검사들을 공수처 수사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위 계획은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을 비롯, 검찰의 거센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반대를 주도했던 유승민 의원은 최근 입장을 바꾸어 야당의 공수처 도입 주장에
대해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발언했으나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야3당에서는 박범계 의원의 대표발의로 공수처법을 당론으로 공동발의하기로 했고, 우상호 원내대표 등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다짐했으나, 실제로 법안통과의지가 있는 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국회의원이 자신들을 수사대상으로 하는 공수처의 출범에 적극적 찬성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청와대에서는 공수처 설치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정치인들이
부패문제를 누가 수사권력기관을 장악하느냐 하는 정략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국회의원을 포함한 모든 고위공직자들이
속마음으로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고 있는 침묵의 연대를 파괴하지 않는 한 반부패개혁은 어렵다. 말로만
검찰 등의 셀프개혁이 어렵다고 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발벗고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니라, 국가의 장래가 걸린 문제이다. 고위공직자의 비리가 반복될 때마다 체념과 탄식만 할 게 아니라, 정치권을
압박하고 분발을 요구해야 한다. 공감대가 형성되고 움직임이 있는 지금이야 말로 공수처를 신설할 적기이다. 모두의 관심을 촉구한다.
첫댓글 공수처를 신설하라! 신설하라! 신설하라!
그 정도로 될까요


필리핀 대통령을 몇년만 빌려오면
싸그리
부패의 고리 밑에 민초의 분노와 무력감에 정권에 대한 반감까지....
옥상옥이라는 비판(검사출신 금태섭 의원 주장)이 있는 공수처를 신설하기 보다는
형소법에 경찰 수사권을 명문화(수사지휘는
물론 현행대로 검사가 하고)하고 검사작성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면 쉬운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