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헌금
4월 첫주일 낮 예배를 마치고 교우분들을 배웅하는데 홀로 사시는 할머니 권사님이 귀가할 생각을 하지 않으십니다.
지난주에도 점심을 대접하겠다 하시는 것을 미루었더니 오늘은 꼭 같이 식사하자는 것입니다.
식당 인근에 주차를 하고서 휴대폰을 보니 부재중인 낯선 번호가 있었습니다.
전화를 했더니 며칠 전에 조문을 갔던 101세 할머니 권사님의 큰 아들이었습니다.
자신은 양구 읍내에 살고 있는데, 그제 삼우제를 마치고 교회를 왔더니 안 계셔서 오늘 오후에 다시금 찾았는데 아무도 없어서 전화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용건을 물었더니, 모친 장례에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사례(?)를 표하려고 찾았었고, 교회에 아무도 없어서 창리에 사는 친구분에게 맡겨 놨다는 것입니다.
그 말씀을 들으며 들었던 생각은, 아마도 교회 이름으로 보낸 작은 조화바구니와 미처 부고를 알리지 않았음에도 조문을 온 목회자를 보고서 위로가 되었던 가 봅니다.
잠시 후 친구분에게서 봉투를 전달 받으며 봉투속을 확인하면서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봉투 속에는 5만원권 네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사실 사례라는 표현이었지만, 모친의 이름으로 드리는 마지막 헌금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명예 권사님의 장례를 위하여 저나 저희교회가 특별하게 행한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처음 양구에 왔을 때 작은 체구의 할머니는 연세가 많이 들어 보이셨습니다. 그런데 정작 당신은 자신의 나이에 대해서 정확하게 모르시는 것 같았습니다.
봄과 가을에 꽃 구경과 단풍 나들이를 가면 서너번은 열심히 다니셨습니다.
두해 정도 지나니 기력이 더 이상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권사님께서 요양원에 입소하셨다는 소식을 듣고서 요양원을 찾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치매 초기 증상이었던 권사님은 귀가하려던 저를 붙잡고 당신도 데려가 달라고 요청을 하시는데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권사님의 상태는 가정에서 모시기가 여의치 않는 상태였기에 가족분들로서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후에도 어쩌다가 심방을 가면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하시는 모습에 더 이상 요양원을 찾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해 한 해 잘 견디시던 권사님의 부음을 군청 홈페이지를 통하여 접했을 때 모진 한 세기의 소풍을 이제야 마치셨구나 싶었습니다.
큰 상주분의 헌금을 의미있게 사용하려면 절반으로는 오는 주일에 떡을 하여 교우분들에게 대접을 하고 절반은 유가족 명의로 헌금을 드리는 것이 좋겠다 싶었습니다.
단골 떡집에 예약을 하면서 한 세기를 사신 권사님이 오랜 세월 함께 한 교우들에게 대접하는 떡이니 신경을 써 주시길 부탁드렸습니다.
작은 조의(弔儀) 표시를 크게 여기고, 모친께서 오랜 세월 다니시던 교회를 찾아와 감사 표현을 하시는 자제분을 대하며, 남은 유가족 분들의 심령속에 예수님의 발 아래 엎드리어 감사를 표시했던 병자가 경험했던 치유의 역사와 구원의 은총이(눅17:11이하) 임하기를 자연스럽게 기도하게 됩니다.
그에게 이르시되 일어나 가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 하시더라(누가복음 17:19)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