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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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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등장인물과 줄거리
카라마조프가(家)의 가장 표도르 : 골수까지 광대 근성이 밴, 미천한 계급으로부터 입신양명한 사람으로 탐욕스럽고 음탕하기 이를 데 없는 지주였다.
장남 드미트리 : 부친의 음탕방자한 피를 이어받아 청년의 정열에 탐닉하여 이를 전혀 제어할 수가 없다. 그런가 하면 풍부한 시적 감수성이 뛰어나 영원한 것에 대한 순진한 동경심을 품고 있다.
차남 이반 : 철저한 무신론자·합리주의자이다. 그의 왕성한 지적 탐구는 "불사(不死)란 없다. 따라서 모든 것은 허용되고 있다"고 하여 도덕적 허무주의를 도출해 낸다.
서자 스메르자코프 : 간지(奸智)에 뛰어난 비열한으로 이반의 심오한 이론에 대해 자기 나름의 비속한 해석을 내리고 유산을 한몫 차지할 생각에서 부친살해를 결행한다.
막내아들 알료샤 : 종교심이 두터운 순결 유화한 사람으로 그의 맑고 선의에 찬 마음은 타인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동정에 넘쳐 있다.
아버지 표트르는 고리대금업으로 돈을 번 졸부지만, 탐욕스럽고 방탕하게 살면서 3명의 아내에게서 4명의 아들을 얻었다.
서자 스메르자코프는 집에서 하인으로 일하면서 아버지로부터 받는 차별 때문에 아버지 표트르를 증오한다.
또한, 아버지 표트르와 아들 드미트리는 그루셴카를 사이에 두고 애욕의 투쟁을 벌인다.
한편, 드미트리는 동생 이반과 함께 두 여성 카테리나와 그루셴카와 사랑과 질투의 관계를 형성한다.
어느날, 드미트리는 돈문제에 쪼들리면서 아버지와 몸싸움까지 하며 다툰다.
그리고 표트르는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채 발견된다.
서자 스메르자코프가 진범이었으나 살해되던 날 간질 발작을 일으켰기 때문에 의심을 받지 않게 된다.
결국 장남 드미트리는 살인범으로 체포, 투옥되고 재판을 받게 된다.
차남 이반의 추궁을 받던 스메르자코프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털어놓지만, 이반이 말했던 "신만 없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라는 사상이 자신의 범죄를 부추겼다는 말을 남기고 자살한다.
더군다나 드미트리가 카테리나에게 보낸 편지에 '평소 아버지를 죽이고 싶었다'라는 내용이 공개되면서, 그는 마음 속으로 저지른 살인도 살인과 같다는 생각을 하며 자기 죄를 인정하고 유죄 판결을 받고 시베리아 유형을 떠난다
1. 개요
인생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은 모두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안에 있다.
ㅡ 커트 보니것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5대 장편 소설 중 하나로 도스토옙스키가 남긴 많은 명작들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참고로 도스토옙스키는 이 작품을 출간한 지 3개월 후에 타계했기 때문에 유작에 해당한다.
본래 도스토옙스키는 이 작품을 3부 대장편으로 구상하고 있었는데,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 분량이지만 일단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그 장편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내용이다.[1]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스토옙스키 생전에 탈고된 제1부는 미완성작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그 자체로서 훌륭한 완결성을 보이는데, 애초에 도스토옙스키 스스로도 1부를 출간한 직후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모든 걸 쏟아냈다."라며 1부의 완결성을 자평했다고 한다.
어쨌든 1부 출간 이후 알렉세이가 주인공인 본편 2부를 쓰려고 했으나, 제대로 된 집필을 시작하기 전에 도스토옙스키가 사망함으로써 명목상 미완성작으로 남았다. 도스토옙스키가 남긴 2부의 초안 내용은 알렉세이가 혁명 세력에 가담하여 황제를 암살하고 처형당하는 줄거리였다고 한다.[2]
참고로 주인공 알렉세이의 이름은 1878년 요절한 표도르 본인의 어린 아들의 이름에서 따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요절한 어린 아들을 회상하며 쓴 작품이 본인의 유작이 된 셈.
2. 등장인물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
55세. 돈을 늘리는 데 능숙한 자수성가한 남자. 방탕한 호색한이자 무책임한 가장, 그리고 답도 없는 수전노[3]이다. 돈 문제와 여자 문제로 맏아들 드미트리와 갈등하다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영화판에선 리 J. 콥이 맡았다.
아젤라이다 이바노브나 미우소바
표도르의 전처. 부유한 귀족 집안 출신이었지만 표도르를 과분하게 평가하고 그와 결혼해 아들 드미트리를 낳았다. 그러나 결혼 직후부터 사이가 냉랭해져 남편과 몸싸움을 할 정도로 심한 갈등을 빚었으며, 결국 방탕한 남편에게 질려서 3살 된 드미트리를 버리고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해 집을 나갔다. 얼마 안 돼 다른 도시에서 죽었다고 하며, 표도르는 그 소식을 듣고는 드디어 재혼을 할 수 있다고 기뻐하면서 한편으로는 애도하듯 울었다고 한다.
소피아 이바노브나
표도르의 후처. 자살 시도를 할 정도로 불행한 생활에서 탈출하기 위해 표도르와 결혼을 감행, 이반과 알렉세이를 낳았다. 표도르는 소피아가 지참금을 가져오지 못했다는 것을 이유로, 자신이 그를 구제해 준 거라며 그를 무시하고 박대했다고 한다. 소피아와 결혼 생활을 하는 중에도 집에 여자들을 끌어들여 놀아났을 정도. 귀엽고 착한 사람이었지만 히스테리 발작을 일으키는 일종의 신경증이 있었으며[4], 알렉세이가 4살 때 결국 병으로 죽었다.
드미트리 표도로비치 카라마조프(미차 / 미챠 / 미탸)[5]
28세. 표도르의 맏아들로 아젤라이다 소생의 아들. 퇴역 장교. 천성은 순박하고 정도 많은 청년[6]이었으나 아버지의 무관심 속에 방종한 생활에 빠져 현재는 거칠고 행실 나쁜 망나니로 살고 있다. 부유한 상속녀 카체리나와 약혼을 했지만 아버지가 탐하는 여인 그루셴카를 사랑하게 된다. 여자 문제와 유산 문제[7]로 아버지와 심한 갈등을 빚었으며, 결국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벗지 못한 채 시베리아 유형을 선고받는다. 결말부에서는 동생들의 조력으로 탈옥 계획을 세우고, 미국으로 가서 돈을 벌고 신분 세탁을 한 뒤 러시아로 돌아오겠다고 결심한다.[8]
이반 표도로비치 카라마조프(바냐)
24세. 표도르의 둘째 아들로 소피아 소생의 장남. 무신론자. 대학을 나온 수재이며 상당히 이성적이며 냉철하다. 나중에 형 드미트리의 약혼자인 카체리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사회와 종교의 박애에 대해 냉소적인 인물로, 도스토예프스키의 또다른 작품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의 포지션이다. 스메르쟈코프에게 '표도르를 죽인 진범은 나지만 당신 또한 아버지가 죽기를 원하지 않았느냐'는 말을 듣고, 자신이 그의 범행을 정신적으로 교사했다는 생각으로 죄책감에 빠지게 된다. 그로 인해 섬망증을 앓는 등 빠르게 쇠약해진다. 이 당시 스메르쟈코프와 여러 번 설전을 벌였는데, 스메르쟈코프는 이반에게 '도련님은 표도르 파블로비치 나리와 똑같아요. 모든 자식 중에서 제일, 아버지를 많이 닮으셨지요.그 분과 동일한 영혼을 지니셨으니까요.' 라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이반은 인정하지않으면서도 본인이 그렇게 증오하던 아버지를 본인이 제일 닮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더 괴로워한다. 법정에서 형은 결백하며 진범은 스메르쟈코프이고 자신이 그를 사주했다고 주장하나, 망상에 빠진 중환자의 헛소리로 취급되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마지막에는 카체리나에게 형의 탈옥을 도와달라 부탁했었다는 언급이 나오고, '죽음을 목전에 두었다'느니 하며 건강이 몹시 악화되어 남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한 묘사가 나온다. 미챠, 카챠, 알료샤는 모두 이반이 완쾌하기를 기원한다.[9]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카라마조프(알료샤)
20세. 표도르의 셋째 아들로 소피아 소생의 차남이며 드미트리의 이복동생이자 이반의 동복동생. 수도원의 조시마 수사를 사사하고 있는 수도자. 박애주의자. 극의 진 주인공. 이 소설은 작게 보면 알료샤의 성장 스토리이다.[11] 조시마 장로가 선종한 후 수도자의 길을 그만두고 환속하여 이야기의 주체가 된다. 둘째형 이반 카라마조프와 대치되는, 죄와 벌의 소냐의 포지션을 갖고 있다.
파벨 표도로비치 스메르쟈코프
24세.[12] 리자베타라는 거지 여인이 낳은 아버지 모를 아이로, 간질병 환자. 표도르의 집사 그리고리가 양아들로 삼았다. 현재는 카라마조프 가의 요리사를 맡고 있다. 이반과 정신적 교류를 하지만 그 내부는 비열하고 잔꾀가 많은 인물. 아버지인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를 서진(종이를 누르는 도구)로 잔인하게 살해
카체리나 이바노브나 베르호브체바 (카챠, 카첸카)
군 장성의 딸인 부유한 상속녀. 아가피야라는 이복 언니가 있다. 알료샤에 의하면 키가 아주 크고 큰 검은 눈에 창백할정도로 하얀 피부, 갸름한 얼굴을 가진 대단히 빼어난 미인이라 한다. 처음 드미트리가 알료샤에게 카체리나를 소개시켜줬을 때는 알료샤가 그녀의 미모에 큰 충격을 받아 이야기도 제대로 못 했을 정도였다고. 이 외에도 그녀의 미모에 대해서 작중에서 자주 언급하는걸로보아 손에 꼽는 미인인듯. 아버지가 빚을 져서 곤란을 겪던 차에 드미트리가 우연히 도움을 준 것을 계기로 그와 약혼하게 되었지만[15] 사실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며, 오히려 이반이 카체리나에게 한눈에 반했고 카체리나 또한 이반을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자존심이 엄청나게 강한 카체리나는 한참 동안이나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남자는 이반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스스로를 기만해 가며 드미트리와의 약혼을 유지하려고 버틴다.[16] 그 때문에 미차, 이반, 그루셴카와 갈등하다 결국은 법정에서 미차가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썼던 '아버지를 죽이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공개해 그(드미트리)가 유죄 판결을 받는 데 쐐기를 박아버렸다. 그러나 나중에 알료샤에게 고백하길, 이반과의 갈등 및 미챠에 대한 애증으로 인해 흥분한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한 짓이고 금방 후회했다고 한다. 마지막에는 이반과 알료샤의 부탁으로 미차를 탈옥시키는 계획에 동참하며, 그를 찾아가 서로가 서로에게 한 잘못들을 용서하고 화해하기로 한다.
아그라페나 알렉산드로브나 스베틀로바 (그루셴카, 그루샤)
마을에서 평판이 나쁜 고리대금업자. 금발에 푸른 눈, 발그레한 뺨을 가진 미인이다. 알료샤에 의하면, 카체리나는 늘씬하고 호리호리하여 이국적인 분위기의 미인이라면 그루셴카는 풍만한 몸매를 가진 전통적인 러시아 미인상이라고. 카체리나처럼 압도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예쁜듯, 평범한듯 하면서 사람을 홀리는 미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첫사랑이었던 폴란드인 장교에게 버림받고 늙은 상인의 정부가 되어 돈을 굴리는 법을 배웠다. 표도르가 그루셴카를 탐내고 있는데 드미트리 또한 그루셴카에게 첫눈에 반해 버려 부자지간에 연적이 되었으며, 그루셴카는 일부러 줄타기를 하며 두 부자를 쌍으로 애태우는 등 팜 파탈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천성이 못된 사람은 아니어서 나름대로 순수하고 따뜻한 면모도 있으며, 알료샤와 친구가 된 후 그의 영향으로 내면의 따뜻함이 드러나는 등 점차 좋은 쪽으로 변화하면서 자신이 미챠(드미트리)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에필로그에서의 언급을 보면 탈옥해서 미국으로 도피하려는 미챠와 동행하려는 듯. 우연히 마주친 카체리나가 용서를 구하자, 용서한다고는 말하지 않았으나 미챠를 구해만 준다면 평생 카챠를 위해 기도하겠다는 말로 답했다.[17][18]
조시마 장로
알료샤의 스승. 이 소설 안에서 긍정적인 사상의 핵을 맡았다. 작중에서는 노령에 오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며 그의 죽음에 반대파들이 들고 일어나는 등 여러 일의 원인을 제공한다.
라키친
본명은 미하일 오시포비치 라키친. 미샤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신학교를 나온 학생. 알료샤와 같은 수도원에 있지만 사실은 잡지 경영자가 되고 싶어한다. 야심과 질투심에 차 있는 야비한 인물로, 알료샤와는 나름대로 친구 사이였으나 나중에 절교하게 된다. 그루셴카의 이종사촌이기도 하다.[19][20]
무샤로비치
그루센카의 첫사랑. 비열한 폴란드인. 미챠의 재판에 품행증인으로 등장하여 불리한 증언을 하지만 변호인의 화술에 걸려들어 사기도박꾼임이 폭로되어 깨갱하고 과거 자신이 먼저 배신하고 버렸으면서도 되려 '그루셴카를 용서하려 했다'고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다가 그루셴카에게 추가적으로 비난받고 망신당하는 것으로 완전히 개망신을 당한다. 그 외에는 별 비중이 없다.
호흘라코바 부인
본명은 카체리나 오시포브나 호흘라코바. 부유한 지주의 미망인. 대단히 수다스럽다. 신앙심이 깊고 선량한 인물이지만 눈치가 없고 주책맞은 면도 있다.
리즈[21]
호흘라코바 부인의 딸. 크고 아름다운 눈을 가진 소녀라고 묘사되며, 병으로 한동안 다리를 못 쓰다가 회복하여 다시 걸을 수 있게 된다. 알료샤의 소꿉친구이며 그를 사랑하지만, 그와 결혼하자고 약속했다가 그 약속을 도로 거둬들이고는 자괴감에 빠져 자해를 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콜랴
본명은 니콜라이 이바노비치 크라소트킨. 13세[22]의 소년으로, 유복자로 태어나 홀어머니 안나 표도로브나와 함께 살고 있다. 일류샤와 같은 학교에 다닌다. 자존심도 세고 호승심과 허세도 좀 있지만 천성은 사려 깊은 성격의 소유자로, 예전에 일류샤가 휘두른 칼에 부상을 입은 적이 있지만 일류샤를 원망하지 않고 그에게 기운을 주려고 한다[23][24]. 일류샤가 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자 슬퍼하며 알료샤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다잡는다.
일류샤
본명은 일리야 니콜라예비치 스네기료프. 일류셰치카라고도 불린다. 9살 된 소년으로 전직 장교인 아버지 니콜라이 일리치, 정신이 온전치 못한 어머니 아리나 페트로브나, 곱사병으로 몸이 불편한 누나 니나(니노치카)와 함께 살고 있다.[25] 자존심이 강한 소년인데, 우연히 드미트리가 아버지를 공개적으로 모욕한 사건으로[26] 크게 상심한 뒤 이 일로 아버지를 조롱하는 학우들[27]에게 싸움을 걸고 폭력을 휘두르거나[28] 단지 드미트리의 동생이란 이유만으로 자기를 도와주려 했던 알료샤에게도 덤벼드는 등 사고를 치고 다녔다. 다행히 이후 콜랴를 비롯한 학우들과도 화해했고, 사연을 듣고 나서 그를 용서한 알료샤와도 가까운 사이가 됐다.
나중에 결핵에 걸려 시한부 인생이 되고 만다. 콜랴가 그의 기운을 북돋아주기 위해 친하게 지내던 개 쥬치카를 데려오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했지만, 의사에 의하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정도로 병세가 몹시 악화됐다고 한다. 드미트리의 재판 이틀 뒤 끝내 숨을 거뒀으며, 임종의 순간에는 친구들이 그의 곁을 지켜주었다. 일류샤의 장례식에서 알료샤가 친구들을 모아놓고 연설을 하는 것이 본작의 엔딩.
리자베타
백치 여인으로 마을을 떠돌던 노숙자 거지. 스메르쟈코프의 생모로 작중 시점에는 이미 고인. 마을 사람들은 이 여인을 '유로지바야[29]'라 부르며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고 한다. 표도르에게 겁탈당해 임신했으며 아이를 낳고 이내 숨을 거두었다.[30]
그리고리
본명은 그리고리 바실리예비치 쿠투조프. 마르파 이그나치예브나라는 아내가 있다. 오랫동안 표도르를 모신 성실하고 충성스러운 집사이며, 매우 고집스러운 인물이라 주인의 악담을 하는 이들에게는 자비가 없다[31]. 어머니를 일찍 잃고 아버지로부터 방치당한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보살펴준 사람이기도 하다. 드미트리, 이반, 알렉세이는 모두 한때 그리고리의 보살핌을 받은 적이 있으며, 스메르쟈코프는 아예 그리고리의 수양아들로 자랐다.[32]
3. 내용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는 방탕한 호색한이자 무책임한 가장이다. 그는 두 번의 결혼에서 세 명의 아들을 얻었으나 단 한 명도 자기 손으로 키우지 않았고[33], 소문에 의하면 그의 집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스메르쟈코프도 사실은 표도르가 백치 여인을 겁탈하여 생긴 사생아라고도 한다.
그가 외면한 세 아들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성장하다가 장성해서야 아버지를 찾아온다. 퇴역 장교인 장남 드미트리(미챠)는 자신에게 어머니가 남긴 유산이 있으나 아버지의 술책에 모조리 빼앗기게 생겼다는 것을 알고 담판을 지으러 왔다가, 아버지가 탐내는 여인 아그라페나(그루셴카)에게 반하고 만다. 대학을 나온 지식인인 차남 이반은 형의 부탁을 받고 아버지와의 사이를 중재하러 왔다가, 형의 약혼녀인 카체리나(카챠)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막내 알렉세이(알료샤)는 수도자가 되기 위해 수도원에서 수련 중인 신심 깊고 선량한 청년으로, 가족들의 갈등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그의 스승인 조시마 장로가 환속을 권하여, 알료샤는 속세로 돌아온다.
드미트리는 아버지에게서 돈을 받아 카체리나에게 진 빚을 갚고 결별한 뒤 그루셴카와 결혼하고 싶어하고, 표도르는 그 돈을 그루셴카에게 줄 것이라며 조롱한다. 이반은 내심 아버지에 대한 혐오를 키워 나가면서, 스메르쟈코프에게 자신의 무신론적 사상을 가르친다. 가족 간의 갈등이 점차 심하게 치닫던 어느 날 밤, 표도르가 살해당하고 그가 숨겨 두었던 돈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확실한 범행 동기가 있는 드미트리가 용의자로 지목되어 체포당한다. 그러나 드미트리는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며 결백을 호소하고, 알료샤는 드미트리의 결백을 믿으며 스메르쟈코프가 범인이라고 주장한다. 이반은 사건의 진상을 알기 위해 스메르쟈코프를 여러 차례 찾아가 추궁하는데, 스메르쟈코프는 "내가 한 짓은 맞지만 이반이 원하던 일을 실현시켜 준 것뿐"이라고 주장하며 범행 증거로 사라졌던 돈을 내놓는다. 이반은 그의 자백에 충격을 받아, 자신이 아버지가 죽기를 바라는 마음을 품고 무의식적으로 스메르쟈코프를 교사한 것과 다름없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섬망증에 걸리고 만다. 이반이 떠난 직후 스메르쟈코프는 목을 매어 자살했다.
법정에서는 수많은 증언과 갑론을박이 오가고, 장남 드리트리(미챠)를 범인으로 지목할 수 있는 정황 증거는 있었으나 확실한 물증은 없었으며 미챠에게 유리한 증언도 여러 번 나왔다. 하지만 '형은 무고하고 진범은 스메르쟈코프이며 그를 교사한 것은 나다'라는 이반의 증언을 들은 사람들은 병에 걸려서까지 형을 변호하는 이반을 안타까워하기는 했으나, 망상에 사로잡힌 중환자의 헛소리로 치부하여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흥분한 카체리나가, 예전에 드미트리가 이성을 잃고 보냈던 '아버지를 죽이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공개하면서 상황은 드미트리에게 몹시 불리해지고, 결국 드미트리는 누명을 벗지 못한 채 꼼짝없이 유죄 판결을 받는다.
공판 이후, 카체리나는 열병으로 혼수 상태에 빠진 이반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간호 중이었는데, 알료샤가 갑자기 방문한다. 카체리나(카챠)는 이반이 자신에게 드미트리의 탈출을 도와달라고 부탁해 놓았다는 얘기를 한다. 또한, 자신이 여전히 드미트리를 사랑한다고 이반이 오해하고 있는 것에 화가 난 나머지 심하게 다투고는 원망스러운 마음에 충동적으로 편지를 공개했을 뿐, 지금은 후회하고 있으며 드미트리가 살인범이라고 진심으로 믿지도 않는다고 고백한다. 알료샤는 카체리나에게 현재 입원 중인 미챠를 방문해 달라 부탁하고 나서 드미트리를 찾아간다. 드미트리는 탈출해서 그루셴카와 함께 미국으로 갈 것이며, 그 곳에서 스스로 죄를 씻고[34] 성실히 일하고 영어를 공부해서 수 년 뒤에 미국인으로 신분 세탁을 하고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이 때 카체리나가 찾아오고, 그와 드미트리는 각자의 잘못을 용서하고 서로를 영원히 사랑하자며 화해를 나눈다. 공교롭게도 그 때 그루셴카가 나타나자, 카체리나는 자신을 용서해 달라 청하고 그루셴카는 드미트리를 구해준다면 평생 카체리나를 위해 기도하겠노라는 말로 답한다. 카체리나가 떠나자 알료샤는 그를 뒤따라가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자신과 가까이 지내던 소년 일류샤의 장례식을 주관하러 간다.
일류샤의 묘비 앞에서, 알료샤는 추모를 위해 모인 일류샤의 친구들에게 그와의 추억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자신이 두 형과 함께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조만간 이 도시를 떠나 오랫동안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자신과 소년들은 일류샤를 기억하고 서로를 결코 잊지 않기로 약속하자고 연설한다. 알료샤와 소년들은 추억을 간직하고 사후 부활하여 재회할 것을 약속하면서 손을 맞잡고 추도식에 간다.
19세기 후반 제정 러시아 시대, 시골 지주 집안인 카라마조프 가에서 일어난 존속살해 사건이 중심 서사를 이루지만,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답게 카라마조프 가의 인간 탐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인물은 아버지 표도르와 장남 드미트리이지만, 사실 이 소설의 진짜 주제를 표상하는 인물은 차남 이반과 삼남 알렉세이이다.
이반은 냉철한 지식인으로 철저하게 합리론을 신봉하며 '신神은 없다, 그러므로 모든 것은 허용된다'는 실존주의적 무신론을 주장한다. 이반은 이 말을 당시 지식인들이 그러했듯이 기존의 구 체제, 구 사상을 극복하자는 의미로서 사용했다.[35][36] 반대로 신실한 예비 수도자[37]인 알렉세이는 세상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 작중에선 그를 성적인 내용만 아니면 어지간한 모욕을 해도 그것을 모욕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먼저 손을 내미는 인물로 묘사되며, 또한 그만큼 세상으로부터 사랑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둘의 차이는 다음 대목에서 잘 드러난다.
알렉세이: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무엇보다도 삶을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해."[38]
이반: "삶을 그것의 의미보다도 더 많이 사랑해야 된다?"
알렉세이: "반드시 그래, 형 말대로 논리에 앞서, 반드시 논리에 앞서 삶을 사랑해야 하고, 그때야 비로소 나는 삶의 의미도 이해하게 될 거야. 바로 이런 생각이 이미 오래전부터 내 머릿속에 떠오르곤 해. 형의 일도 이제 절반은 다 된 거야. 이반, 성취된 거라고. 살고 싶어 하니까 말이야. 이제 형은 형의 나머지 절반을 두고 노력하면 돼, 그러면 형은 구원받은 거야.[39] 난 인간을 믿어. 형을 믿듯이."
작중 이반이 알렉세이에게 들려주는 극시 '대심문관'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종교와 하느님에 대한 관념을 집대성한 걸작이다. 알로샤와 이반이 대화를 나누면서, 마치 오래 전 그리스의 수도자들이 성모신심에 의해 여러 전설과도 같이 내려오는 전승을 모티프 삼아 지은 신학적 이야기를, 자기도 하나 만들어 보았노라면서 알료샤에게 얘기해 주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이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단심문이 한창이던 15세기 에스파냐 세비야에 예수가 강림한다. 그것도 1500년 전 자신이 이스라엘을 돌며 교리를 전파했을 때와 같은 복장, 같은 모습으로 말이다. 이에 사람들은 굳이 말하지 않았는데도 그가 재림한 메시아인 것을 깨닫고 그에게로 나아온다. 마침 이단심문을 위해 내려온 나이 90세 전후의 대심문관이 죽은 소녀를 다시 살리는 예수를 목격하게 된다.[40] 친위대로 하여금 예수를 가둔 대심문관은 예수와 홀로 지하에서 얘기를 나누게 된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예수는 광야에서 기적, 신비, 권위를 요구하는 악마의 유혹을 모두 거부하고 신앙의 자유를 선택하였지만, 자유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일 뿐이다. 오히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기적, 신비, 권위가 있어야만 믿음을 가질 수 있으며 자유보다는 빵을 원한다. 하지만 예수는 빵보다 자유를 선택함으로써 빵에 대한 욕구로부터 탈피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믿음과 질서를 가질 기회를 박탈하였다. 따라서 가톨릭교회는 예수를 유혹한 악마와 손을 잡고 지상에서 기적, 신비, 권위를 제공함으로써 자유를 감당할 능력이 없는 다수를 위한 빵을 제공하게 되었다. 예수가 제시한 신앙의 자유를 이용하여 겨우 현실의 질서를 만들어낸 이제 와서야 예수가 재림하여 질서를 흐뜨러트린다면 지상은 지옥이 될 것이기에 대심문관은 예수를 화형하겠다고 선언한다. 참고로 대심문관 본인도 한 때 누구보다 성스러운 신심으로 하느님을 숭배하였으나, 결국 진리를 깨닫고는 오래 전부터 그 진리를 숭배한 무리에 편입, 신자들을 사목한 것이라 술회한다. 이 모든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예수는 대심문관의 말이 끝난 후 그에게 가볍게 키스하고 대심문관은 예수를 풀어주며 다시는 나타나지 말 것을 요청한다. 이후 대심문관은 다시 이전과 같은 삶을 살아간다.
도스토옙스키는 무신론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대심문관 이야기 자체는 무신론적 관점에서 그리스도교를 비판하는 것을 비판하는 이야기이고, 자신은 대심문관의 논리가 맘에 들지 않았다고. 젊은 시절에 과격한 사회주의와 무신론에 투신한 전적이 있던 도스토옙스키는 30살에 그리스도교적 극우주의자로 전향해서 죽을 때까지 신앙을 가졌으나, 도스토옙스키가 여전히 회의주의를 버리지 못했으며 자신의 그런 태도를 이반 카라마조프를 통해 그려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무신론과 종교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인간의 내적대립, 그 과정에서 하느님과 종교, 인간의 관계를 다룬 것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일지도 모르겠다.
작중 이반이 죄책감으로 인해 섬망에 빠져 조우하게 되는 '악마(사탄)'의 개념도 흥미로운 부분. 중세시대 이래 줄곧 우리에게 선입견으로 박힌 꼬리가 있고, 삼지창을 들었으며, 뿔과 날개가 있는 전형적인 악마의 모습이 아닌, 말쑥한 사복에 중년이며[41] 예리한 통찰력으로 사람의 마음을 후벼파는 악마가 등장하게 된다.[42] 읽다보면 매우 흥미로운 부분. 주로 이반을 겁나게 깐다.
중간에 악마가 언급하는 '진리를 깨닫는 순간'에 대한 비유가 대단하다. 소설의 언급에 의하면, 이반은 젊은 시절, 한 사람이 무려 1,000조km를 걷게 되는 가정을 하였다. 그 시간은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어서, 손에 차고 있던 손목시계가 원소 단위로 분해될 정도로 정말 긴 영겁의 시간이었는데, 그 사람이 끝끝내 그 무한한 시간을 뚫고 1,000조km를 걸은 후에, 단 2초간 진리를 체험하게 된다. 이반은 이때 설사 그 딱 2초, 진리를 느낄 수 있다면 기꺼이 1,000조km, 아니 그 수제곱 만큼의 거리를 감내할 수 있겠노라 말하는데 상당히 후덜덜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43]
그리고 형 드미트리의 존속살해 건으로, 마지막에서는 그 재판을 다루고 있는데,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 당시 러시아 재판장의 분위기를 잘 살렸을 뿐더러, 치밀한 플롯 전개로 읽는 이로 하여금 흥미를 가지고 읽게끔 하는 대목이다. 상당히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마치 현대 재판을 보는 듯한 묘사는 역시 도스토예프스키다운 필력이 드러나는 대목.[44]
4. 영화
1958년에 개봉한 미국 영화가 있다. 감독은 리처드 브룩스. 배급은 MGM. 주연은 율 브리너, 윌리엄 샤트너, 리 J. 콥, 조지 케네디 등으로 평은 극과 극이지만 그럭저럭 볼만하다는 평이다. MBC에서 1988년 5월 28일 주말의 명화로 더빙 방영한 바 있다.
마릴린 먼로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같은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며 그루센카역에 자신이 잘 어울릴 것 이라고 말한바 있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드미트리 카라마조프가 자신이 문학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라고 말했다.#
5. 평론
지금까지 쓰인 가장 위대한 소설.
ㅡ 지그문트 프로이트
소설가로서 궁극적으로 쓰고 싶은 건 '종합 소설'이다. 이를 정의 내리기란 어렵지만,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 바로 그 예다.
ㅡ 무라카미 하루키
한 인간이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창조해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이제 이토록 경이로운 일은 일어났고, 여기에는 그 어떤 설명조차 필요치 않다.
ㅡ 헤르만 헤세
창작자의 내면에 이는 온갖 모순과 동요를 도스토옙스키보다 탁월하게 입증해낸 작가도 없을뿐더러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만큼 이를 경이롭게 구현해낸 작품 또한 없다.
ㅡ 조이스 캐럴 오츠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이 소설을 극찬했는데, 원초적 아버지가 모든 여성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나서 마침내 그 아들들에 의해 살해된다는 『토템과 터부』에 기술한 자신의 이론을 확인시켜주었기 때문이다. (중략)
도스토옙스키가 창조한 인물 중에는 정상적으로 규범을 따르는 인물이 거의 없다. 그들은 자신들이 되고자 하는 그 무엇인데 그들의 의지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 도스토옙스키도 마찬가지다. 그가 주인공 이반을 대하는 편협함은 화가 날 정도다. 사실 도스토옙스키의 의도는 우리를 격분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에즈라 파운드[45]에 필적하는 고약한 반유대주의자였으므로 확실히 유대인 비평가들의 반응에 대해 민감했다.[46] 도스토옙스키는 반계몽주의자이며, 전제정치와 러시아 정교회의 제정일치를 지지했던 인물이었다. 그는 서구화에 대한 격렬한 패러디 작가로, 러시아 민족은 선택받은 민족이며 그리스도는 러시아인의 그리스도라고 굳게 믿었다.
도스토옙스키의 천재성은 종교적 색채를 드러낼 때 그 빛을 잃고 만다. 이 점은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의 결점이기도 하다. 이는 도스토옙스키가 가지고 있는 러시아 정교회 신앙이 영적인 통찰력을 결여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신앙은 민족주의적인 해독이자 지성인의 질병이었다. "신을 믿지 아니하는 자는 신을 믿는 사람들마저 믿지 않을 것이다"라고 확신한 조시마 장로의 말에 감동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마치 미국 남부 침례교회가 "그리스도는 공화당을 좋아한다"라고 설득하는 소리처럼 불편하게 들린다. 미국에서는 불가지론자나 무신론자가 떠돌이 개를 잡는 일에도 종사할 수 없다. 짜증나는 현실이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비평가들이 거의 언급하려 들지 않지만, 도스토옙스키의 반계몽주의적 신앙은 매우 진부하다.[47][48]
ㅡ 해럴드 블룸[4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