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잔과 아마존
원제 : Tarzan And The Amazons
1945년 미국영화
감독 : 커트 뉴만
제작 : 솔 레서
출연 : 자니 와이즈뮬러, 브렌다 조이스, 자니 셰필드
헨리 스티븐슨, 바튼 매클레인, 마리아 오스펜스카야
도날드 더글러스, 스티븐 게레이, 셜리 오하라
'타잔과 아마존'은 자니 와이즈뮬러의 9번째 타잔 영화이자 자니 셰필드가 6번째로 보이 연기를 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에서 슬슬 자니 와이즈뮬러표 타잔 영화의 명백한 한계가 보였습니다. 그가 앞서 출연한 8편의 타잔 영화들보다 완성도가 떨어집니다. 즉 그때까지 만들어진 자니 와이즈뮬러의 타잔 영화 중 가장 못하다는 이야기인데 3년 뒤에 나온 '타잔과 인어'가 더 망작이었고 결국 그 작품이 자니 와이즈뮬러의 마지막 타잔 영화가 되었지요.
타잔 영화의 매력은 정글에서의 호쾌한 모험이고 동물과 타잔의 어우러짐과 모험, 정글을 호쾌하고 줄을 타고 날아다니고 타잔 옐을 외치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RKO 타잔에서 타잔 옐은 거의 실종이 되었는데 MGM에서 기존의 타잔 옐을 못 쓰게 한 이유도 있지만 이왕 멜로디를 바꾸어 새로 만들었다면 좀 사용을 했어야죠. RKO첫 작품인 '타잔의 승리'에서는 딱 두 번, 그 다음 작품 '타잔 사막으로 간다'에서는 딱 한 번, 그리고 이번 '타잔과 아마존'에서는 아예 한 번도 타잔 옐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타잔은 일반인처럼 말을 합니다. 어눌하게 서투른 영어로 투박하지만 용맹하고 야성미가 있는 타잔의 매력이 감소되고, 또박또박 제대로 된 영어를 쓰며, 야성미보다는 슬슬 이성적 인간이 되어가고 40대가 되면서 뱃살도 다소 두툼해지면서 30년대 영화보다 매력이 사라져갑니다. 물론 그런 모든 문제를 다 제껴놓고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부족했습니다.
정글이 무대가 되어야 할 타잔 영화에 뭔 뜬금없는 아마존? 그리고 이왕 아마존 여전사 마을을 등장시켰으면 제대로 활용이라도 해야 할텐데 처음에 살짝 맛뵈기 등장을 한 이후 영화가 절반이 지나도록 다시 아마존 마을은 등장하지 않다가 후반부에나 다시 나옵니다.
애초에 타잔이 사는 곳은 하늘의 절벽 같은 고지대를 올라가야 나오고 거기로 가려면 흉폭한 원주민 부족을 지나야 하고 타잔이 사는 고지대에도 자코니 족이라는 역시 흉폭한 원주민들이 자리하고 있고 코끼리 사자 등 여러 동물들이 있는 울창한 밀림입니다. 그런데 대체 이런 곳에 뜬금없이 팔란드리야 라는 마을도 있고, 사막도 인근에 있고, 거기다 아마존 마을까지 있다니...그런 곳을 타잔은 걸어서 하루만에 넘나들고....이 정도 다양한 마을이 있다면 자동차로 다녀도 오래 걸릴텐데. 그나마 팔란드리야는 반대쪽 저지대에 위치하고 있고, 사막도 그렇고, 이번에 아마존 부족이 있는 곳은 산 뒷편으로 설정했습니다. 타잔이 사는 곳이 고지대인데 또 더 높은 산맥이 뻗치고 있다면 그럼 대체 사막은 어디에?
이번에도 모처럼 탐험대가 오는데 다른 타잔 영화들과는 달리 그들은 고지대를 넘어오지도 않고 너무 손쉽게 타잔 마을에 도달합니다. 그 높은 험난한 절벽은 대체 어디로? 이렇게 지형의 파괴가 이루어지니 그동안 계속 타잔 영화를 봐온 사람은 다소 어리둥절한 설정입니다.
RKO에서 타잔을 만들면서 제인을 연기한 모린 오설리반이 출연할 수 없게 되자, 제인을 제외시키고 두 편을 앞서 만들었는데 더 이상 제인을 계속 안 나오게 하기 어렵자 '타잔과 아마존'에서는 비로소 제인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모린 오설리반에서 브렌다 조이스라는 배우로 바뀌었습니다. 브렌다 조이스는 모린 오설리반보다 몇 살 젊었는데 모린 오설리반과는 다르게 금발머리라서 갑자기 제인이 금발로 변한 게 일관성이 없습니다. 브렌다 조이스는 우리나라에서는 타잔 영화 외에 많이 생소한 인물이지만 이력을 보면 타이론 파워 주연의 개봉작 '비는 오다'에서 비교적 비중있는 역으로 데뷔했고, 이후 주연급이나 비중있는 조연으로 출연하여 제법 잘 나가던 배우였습니다. 물론 그다지 유명한 영화는 없지만. 다만 1941년 24세에 결혼하고 출산하면서 영화에 흥미를 잃어갔는데 제인 역으로 캐스팅되면서 은퇴가 좀 미루어졌습니다. 자니 와이즈뮬러와 4편의 타잔 영화에 출연하면서 1945년~48년까지 함께 했고, 1949년 렉스 바커 주연의 영화에서도 제인으로 한 번 더 출연하고 영영 은퇴하였습니다. 유일하게 두 명의 타잔 배우를 상대한 제인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제인이 그렇게 다시 등장했지만 사실상 민폐만 끼치는데 탐험대를 의심한 타잔과 달리 그들을 믿고 보이의 마음까지 흔들리게 만들어 하마터면 보이를 잃을 뻔 합니다. 더구나 나무에 깔려 죽을 뻔 하죠. 타잔에게는 타잔이 탐험대를 의심한다고 바가지를 긁어대고. 타잔은 늘 올바른 판단을 했지만 이번에 보이와 제인 두 사람에게 협공을 당하고 보기 드물게 가족에게 화를 내는 장면도 나옵니다.
보이는 벌써 6번째 출연이라 첫 출연 때보다 많이 자랐는데 그런 만큼 생각도 많아집니다. 보이가 탐험대가 가져온 여러 신기한 물건들을 보고 문명세계의 매력에 동화되는데 이것도 사실 좀 설정이 어긋납니다. 보이는 이미 1942년 '타잔은 뉴욕으로'에서 문명세계를 실컷 경험했는데 그 이후의 두 편의 영화에서는 전혀 문명세계의 영향없이 정글에 잘 적응했거든요. 이번에는 탐험대에게 악영향을 많이 받아서 문명을 동경하게 되지요. 다소 일관성이 없어 보입니다.
타잔과 아마존은 어떤 관계일까요? 아마존 마을은 진입하는 통로 자체가 비밀이라서 원주민들 사이에 소문으로만 알려졌고, 그곳에 외부인이 들어가는 경우는 살아서 나올 수 없습니다. 그만큼 스스로 고립되고 폐쇄적으로 지내는 여전사 마을이지요. 그리고 오로지 타잔만 이곳의 비밀을 알고 있는데 아마존 여왕은 타잔이 절대 자기네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거라는 걸 알고 있어서 타잔만 예외로 거기에 진입해도 살아서 나올 수 있습니다. 즉 아마존에서 유일하게 신뢰하는 외부인은 타잔 한 명 뿐이죠 그런데 아마존 여인 중 한 명이 바깥세상이 궁금하여 몰래 나왔다가 표범에게 쫓기게 되고 부상을 입는데 타잔이 구해주지요. 타잔은 제인이 오랜만에 영국에서 돌아오는 걸 마중나가다가 이 아마존 여인을 발견하고 다친 그녀를 무사히 데려다 줍니다. 그런데 보이가 몰래 뒤를 밟아 아마존 마을의 위치를 알게 되지요. 보이는 타잔이 자기에게 그곳 이야기를 한 마디도 안해준 것을 서운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갈등이 벌어지고 탐험대가 왔을 때 타잔은 절대 그곳을 알려주는 것에 협조를 안하지만 보이가 탐험대를 안내하여 아마존 마을에 진입했다가 죽을 뻔 하지요. 즉 제인과 보이는 일을 만들고 타잔은 수습하는 역할이지요.
정글과 동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뜬금없는 아마존 마을 이야기라서 재미가 별로 없고, 보이와 제인이 민폐캐릭터처럼 활용되니 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왕 아마존 마을을 등장시키려면 비중이나 좀 높이지 너무 맛뵈기처럼만 보여주고. 이후 등장하는 타잔영화는 표범족 부족도 나오고 인어처럼 사는 해안가도 나오면서 더욱 황당한 주변지역이 등장합니다.
아무튼 소재는 나름 흥미로울 수 있는 아마존 여전사 마을이 등장했지만 기존 타잔 영화와 너무 다르고 진부한 흐름이 이어진 영화였습니다. 자니 와이즈뮬러 출연 타잔영화의 재미가 이제 다 했음을 알리는 작품이 된 셈이죠.
ps1 : 늘 재미난 재롱을 많이 선보인 치타도 여기서는 별로 재미없네요.
ps2 : '타잔의 아들'에 탐험대 일원이었던 나이든 노인을 연기한 헨리 스티븐슨이 다시 등장합니다. 탐험대를 이끄는 귀족이고 제인 아버지의 친구로 설정되지요. 자니 와이즈뮬러 타잔 영화에 두 번 등장한 배우가 되었고 두 번 다 죽습니다. 그리고 두 번 다 선역이지요.
[출처] 타잔과 아마존 (Tarzan And The Amazons, 45년)|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