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이야기-60년, 그 우정의 세월, D-day/무릇 사람이라면
1. 하루에 몇 번이든 학생들과 인사하라. 한마디의 인사가 스승과 제자 사이를 탁 트이게 만든다.
2. 학생들에게 미소를 지으라. 다정한 선생으로 호감을 줄 것이다.
3. 학생들에게 이름을 부르라. 이름 부르는 소리는 누구에게나 가장 감미로운 음악이다.
4. 칭찬을 아끼지 말라. 그리고 가능한 한 비판을 삼가라.
5. 친절하고 돕는 교사가 되라. 학생들과 우호적 관계를 원한다면 무엇보다 친절하라.
6. 학생들을 성의껏 대하라. 내가 하는 모든 일을 즐거이 말하고 행동하되, 다만 신중할 것을 잊지 말라.
7. 항상 내 앞의 학생의 입장을 고려하라. 서로 입장이 다를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세 편이 있음을 명심하라. 그것은 ‘나의 입장’, ‘학생의 입장’, 그리고 ‘올바른 입장’이다.
8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라. 내가 노력한다면 거의 누구든지 좋아할 수 있다.
9 봉사를 머뭇거리지 말라. 교사의 삶에 있어서 가장 가치로운 것은 학생들을 위해 사는 것이다.
10. 이상의 것에 깊고 넓은 실력과 멋있는 유머와 인내. 겸손을 더하라. 그러면 후회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우리들 모교인 문경중학교의 ‘교사 십계명’ 그 전문이다.
이번 행사에서 핵심 역할을 자청해서 맡아줬던 조방연 친구의 조카가 된다는 모교 교감선생님의 정성스러운 안내를 받으면서, 교사건물 안으로 들어가 이곳저곳 둘러보던 중에, 1층 복도에 걸려있는 그 십계명과 마주했다.
한 계명 한 계명 새겨 읽었다.
교사에게만 적용될 계명이 아니었다.
무릇 사람이라면 그 모두가 그 계명의 대상이 될 법했다.
내게 깨우침을 주는 게시가 또 있었다.
1층 복도를 다 둘러보고 난 뒤에, 지난날 탁구장으로 쓰이던 마지막 출구의 게시판에 걸린 글 한 편이 그랬다.
시 한 편이었다.
협동의 지혜를 배우는 시라고 했다.
‘윤수천’이라는 이름만 적혀 있어서, 그 시를 쓴 시인의 신분이 교사인지 학생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이날 행사에 발걸음을 한 우리 모두가 가슴에 새겨야할 시였다.
아니, 무릇 사람이라면 다 그래야 하겠다 싶었다.
다음은 ‘바람 부는 날의 풀’이라는 제목의 그 시 전문이다.
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억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아라
풀들이 바람 속에서
넘어지지 않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아 주기 때문이다
쓰러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을 풀을
넘질 만하면
곁을 풀이 또 곁을 풀을
잡아 주고 일으켜 주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이보다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으랴
이것이다
우리 사는 것도
우리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도
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오애 넘어지지 않고 사는가를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