뎨바는 AD 3세기경의 스리랑카 스님이다. 그분의 삶은 여느 스님들과 달리 참 드라마틱하고 다이나믹한 면이 있다. 용수보살이 인도에서 대승불교의 큰 법좌를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분을 직접 친견하고자 스리랑카에서 바다를 건너 남인도로 들어왔다.
고향에서 동북부 인도까지의 5만 리 행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인도대륙을 한 개의 밥그릇만 들고 맨발로 종단하는 데는 초인적인 힘이 필요했다.
기아와 질병에 이어 맹수들의 공격과 자연재해는 몇 번이나 그를 죽음의 문턱까지 끌고 갔다. 그래도 끝까지 굴하지 않은 구도심으로 그는 용하게도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는 목숨 대신 눈 한 쪽을 잃고 말았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그를 가나뎨바라고 불렀다. 가나의 뜻은 애꾸라는 뜻이다.
그 긴 시간 동안 그는 중도에서 수많은 소승의 수행자들을 만났다. 그는 지치고 탈진했지만 그들의 가르침을 받는 데는 조금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마치 화엄경에서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찾아 불법의 요지를 참구하듯이 유명한 고승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모두 다 참례하면서 그들의 법을 익히고 수련하는 데 한시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렇게 10년이란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저녁 그는 말할 수 없는 갖은 고초 끝에 드디어 용수보살이 머무는 처소에 도착했다.
헝클어진 장발머리에 긴 수염, 말라빠진 형모에 애꾸눈, 너덜너덜하게 낡아빠진 가사자락, 땟국물로 범벅이 된 울타라승과 안타회. 어디로 보나 참 볼품없는 몰골로 空사상의 대두이며 당대 최고의 고승인 용수보살 앞에 엎어지듯 무릎을 꿇었다.
"애꾸! 내가 잘 보이는가?"
"반만 보입니다."
"그래?! 이제 아주 그냥 나머지 눈마저 뺏어버리겠다."
용수보살은 흔쾌히 그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그분의 제자가 된 뎨바는 대승의 空사상에 깊이 매료되었다. 거기서 10년 동안 스승을 깍듯이 모시며 대승사상을 체계적으로 착실히 익혔다. 그 결과 그는 누구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불세출의 명작을 완벽하게 저술해 내었다. 그것이 바로 백론 2권 백자론 1권 광백론 1권 대장부론 2권 외도소승열반경 1권 등이다.
그리고는 다시 그가 10년 전에 지나왔던 길을 회귀하기 시작했다. 북인도에서 남인도까지 정장 5만 리 길을 거꾸로 종단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북인도로 올라올 때 소승의 법문을 고맙게 가르쳐 준 많고 많은 스님들을 일일이 찾아 역으로 대승의 법을 전해주려 하는 의도에서였다.
또 말할 수 없는 고통과 고난이 그를 힘들게 했었지마는 그는 목숨마저 개의치 않고 구도에서 전법의 원력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그렇게 나아가기를 또 다시 10년, 그는 드디어 천신만고 끝에 방갈로르를 거쳐 인도 땅 끝 지점인 미두라이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는 스승인 용수보살에게 전갈을 보냈다. 이제 대승의 길을 남북으로 뚫어 놓았으니 스승님께서는 남부인도의 중생들도 거두어 주십시오 라는 간곡한 메시지였다. 스승은 감동했다. 즉시 채비를 차리고 그 스승도 그의 발길을 따라 남쪽으로 출발했다.
스승과 제자는 남부인도 나두nadu에 있는 어느 큰 소승의 수도원에서 극적으로 해우했다. 그러자 그 지방의 왕인 오타연나가 용수보살의 내방에 큰 감명을 받아 성대한 법회를 봉행했다.
용수보살은 오타연나 왕을 위해 왕이 날마다 행하여야 할 일을 말하고 그것을 행하도록 권고하는 게송을 읊었다. 그 게송을 묶어 놓은 것이 바로 용수보살권계왕송이라는 책이다.
뎨바는 이제 자기가 할 일을 어느 정도 다 했다고 생각하고 고국인 스리랑카로 돌아가려 하였다. 그러나 스승인 용수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와 함께 북인도로 다시 돌아가자고 하였다.
그는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노스승을 모시고 북인도로 돌아갔다. 그리고 거기서 부처님으로부터 내려오는 전법의 증표인 가사와 발우를 전해 받고 제15대 전수자가 되어 스승이 남긴 대승불교의 교리를 크게 드날렸다.
출처:대승기신론 해동소 혈맥기3권_공파스님역해_운주사
첫댓글 위대한 전법자들. 스승 용수보살과 제자 뎨바스님.
결국 외도에 의해 살해된 가나뎨바스님.
험난한 여정 속에서 흔적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구법승들.
대승 사상을 제창하고 대승 경전을 펴려다가 외도라는 낙인으로 몰려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순교를 당하였는가.
부끄럽습니다. 잊지않겠습니다._()_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