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 로건
원제 : Logan's Run
1976년 미국영화
감독 : 마이클 앤더슨
음악 : 제리 골드스미스
원작 : 조지 클레이튼 존슨
출연 ; 마이클 요크, 제니 애거터, 리처드 조던
피터 유스티노프, 파라 포셋, 마이클 앤더슨 주니어
아카데미 특수효과상 수상
'도망자 로건'은 1976년에 제작한 SF 영화로 여러 SF영화들이 그렇듯 소설원작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혹성탈출' 같은 영화 이후로 동서 냉전시대에 무슨무슨 이유로 멸망하거나 어찌어찌하여 페허가 되는 설정이 SF영화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원인인지는 모르지만 23세기(지금부터 약 200년 후가 되겠군요), 지구는 황폐화되고 살아남은 인간은 거대한 돔형 도시에서 살아가는데 모든 일은 기계가 대신 해주고 인간들은 빈둥빈둥 놀면서 젊음을 즐깁니다 놀고 먹는 유토피아가 완성된 걸까요? 그렇다고 볼 수 없는 게 30세가 되면 죽어야 합니다. 물론 그곳 인간들은 환생 프로그램으로 다시 환생하는 것으로 알지만 사실은 그냥 죽는거죠. 그래서 30세 이상의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 젊은이들의 세상이 된거죠. 인구 증가도 자연스럽게 억제하고. 나이에 따라 입고 다니는 옷과 손에 부착한 수정알 같은 것의 색깔이 다릅니다. 청소년기는 그린색, 어른이 되면 레드색. 즉 붉은 옷을 입고 다니면 몇 년 뒤에 죽게 되는 셈이죠.
마이클 요크가 연기한 주인공 로건은 샌드맨 이라는 직업인데, 도망자들을 추적해서 사살하는 역할입니다. 아마 30세가 될 즈음 죽기 싫어서 도망치는 사람들이 종종 있나 봐요. 하긴 환생한다고 하고 회전벨트에 올라가 제거되는데 그걸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거든요. 이게 환생의식이 아니라 그냥 죽는 게 아닌가 의심을 안하면 이상한거죠. 그리고 친한 사람이 30세가 되면 영영 볼 수 없게 되는 것도 그렇고. 회전벨트에서 환생의식을 안하면 30세에 알아서 죽는다는 세뇌에 의해서 다들 알아서 환생의식, 실제로는 죽음의 의식에 자발적으로 참여를 하지만 의심을 하는 무리들이 존재하는 겁니다.
로건과 프란시스
회전벨트에서 펼쳐지는 환생의식
(실제로는 집단 사살)을 지켜보는 군중들
30세가 되면 이렇게 환생의식을 통해 환생을 한다는
(사실은 다 사살되는) 이상한 세상
로건과 제시카의 첫 만남
제시카 역의 제니 애거터
로건이 이런 삶에 의심을 품게 되는 건 제시카(제니 애거터)를 만나고 부터 입니다. 로건은 향락을 위해서 제시카를 만났지만 제시카는 이미 바깥 세상에 안식처 라는 곳이 있다고 믿는 인물입니다. 제시카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바깥 세상과 연결해주는 열쇠 역할을 하는 일종의 작은 금속 십자가 같은 것이 있지요. 도망치던 사람의 몸에서 그게 발견되자 로건은 도망자로 가장하여 그들의 은신처를 파악하라는 특명을 받습니다. 그래서 로건은 도망자가 되고 제시카는 로건에게 반했는지 같이 행동합니다. 겨우 몇 번 만나놓고 생사를 같이 하기로 결심할 만큼 푹 빠지다니(영화니까 이해합니사) 더구나 자기 동료들을 잡아 죽이는 샌드맨이었는데.
그렇게 해서 바깥 세상으로 탈출을 감행한 로건과 제시카의 필사의 탈출기가 영화의 주 내용이고 추격자가 있어야 재미가 있으니 추격자가 따라 붙는데 로건와 절친인 샌드맨 동료 프란시스(리처드 조던)라는 인물입니다. 로건이 탈출하는 과정, 탈출하여 겪는 이상한 얼음공간, 그리고 드디어 해가 뜨는 자연으로 나오게 되고 폐허가 된 워싱턴의 모습과 혼자 사는 노인, 그리고 다시 돌아가서 진실을 폭로하는 내용들이 지금 기준으로 보면 아주 어설프고 조악한 세트, 70년대 중반 당시 기준으로는 제법 최첨단으로 만든 SF 세트 속에서 진행됩니다.
로건과 제시카는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운명이 되는데....
단역 출연한 파라 포셋
아직 '미녀 삼총사'로 유명해지기 전이다.
쫓기는 자를 다루는 영화에서는 거의 등장하는
긴 파이프로 된 공간들
뭐 나름 재미난 내용인데, 다만 구성이 그리 치밀하지는 못합니다. 일단 이렇게 돔 세상을 장악하고 컨트롤하는 실체가 누구인지 정확히 명시하지 못합니다. 컴퓨터 기계가 모든 걸 통제하고 명령을 하는데 정확히 어떤 목적, 어떤 의도인지는 모르죠. 기계가 사람을 지배한다고 보기에는 30살까지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자유와 쾌락을 제공하니까요. 로건이 돌아와서 폭로하고 진실을 알리는 엔딩 부근은 그냥 제작비 문제나 각본의 한계로 설렁설렁 끝낸 느낌입니다. 이렇게 허술하고 나약한 조직이라면 굳이 도망자들이 그렇게 숨어서 고생할 것 없이 쉽게 반란을 할 수 있었을 듯 합니다. 그리고 샌드맨들의 총은 뭐 쏘면 거의 빗나가는 구식 장비 같아요. 그리고 원래 로건은 명령을 받고 도망자 행세를 한 것이라서 제시카를 속인 셈인데 그것도 그냥 흐지부지 되고 있습니다.
애들 만화 같은 내용이지만 약간 성인 SF입니다. 노출장면도 다소 있고. 놀고 먹는 세상이다 보니 여성들의 복장도 노출이 다소 많은 편이고. '80일간의 세계일주' '밤이 울고 있다' '어부의 신발' 등 50-60년대에 나름 괜찮은 영화 연출이력이 있는 마이클 앤더슨이 연출했습니다. 제리 골드스미스가 음악을 담당했고요. 배우들은 SF 영화들이 대체로 그렇듯 비교적 평범한 편인데 '돌발사고(67)'로 데뷔한 영국배우 마이클 요크가 주인공이고 제시카 역은 제니 애거터 라는 영국배우 입니다. 오히려 성형업소에서 종업원으로 등장한 파라 포셋이 의외로 보이는 스타급 인물이지요. 몇 장면 안 나오는 단역이지만 워낙 아름다운 금발 미녀라서 쉽게 눈에 띕니다. 바깥 세상의 노인으로 등장한 피터 유스티노프가 가장 유명한 배우지요. 미국영화지만 감독이 영국인이라서 영국배우들이 많이 나오네요.
얼음공간에서 이상한 로봇과 싸우는 로건
여기가 비로소 밖이야....
홀로 남은 생존 노인을 연기한 피터 유스티노프
결말자면이 '아일랜드'와 너무 유사함.
그다지 히트친 영화는 아닐텐데 이듬해인 1977년 이 영화의 TV 시리즈 버전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78년 '도망자 로건'으로 방영했었지요. 영화는 남녀 2인의 도주로 설정되었고, TV외회는 거기에 중년남자 모습을 한 인조인간이 합세한 3인조 도망 스토리로 설정되었지요. 좋은 세상에 사는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다들 속고 살고 있었다... 라는 설정의 SF 영화이니 딱 '아일랜드'와 많이 유사하지요. '아일랜드'는 복제인간 이야기지만 선남선녀들이 거대한 실내 공간에 모여서 편안히 살고 있고 어느 순간 뽑혀서 아일랜드로 가는데 그게 지상낙원이 아니라 사실상 살해되는 것이라는 설정이 좀 많이 유사해 보입니다.
뭐 SF영화들이 이렇지만 사실 우리들이 사는 이 거대한 세상도 누군가 보이지 않는 권력자들의 음모와 조종에 의해서 평민들이 놀아나고 있는 것이지요. 사이비 종교가 그래서 많이 생겨나기도 하고 기후, 환경, 재난, 전염병 들을 활용하여 대중들에게 겁을 주면서 이익을 취하는 집단들도 많고....아무튼 뭐가 거짓이고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세상이지요. 우리 모두는 '로건의 세상' '아일랜드의 세상' '매트릭스의 세상'에 갇혀 살고 있는 셈입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엔딩장면 조차도 '아일랜드'와 유사하네요. 아무래도 영향을 준 것 같은 느낌이.
ps2 : 고양이들과 사는 노인은 대체 뭘 먹고 살았을까요?
ps3 : 파라 포셋이 좀 많이 나왔으면 했는데 너무 빨리 죽더군요.
[출처] 도망자 로건 (Logan's Run, 76년) 23세기 배경 SF 오락물|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