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카페엔 농구라는 공통 관심사로 모인 정말 다양한 연령과 생각과 배경의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서 이렇게 올려 봅니다.
사실, 이번 경험으로 제 인생에 많은 교훈 내지는 사람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영향을 받을 것 같아서요...
답답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해서 여기에 올려봅니다.
사건은 대략 이러합니다.
어제 밤 10시30분 경입니다.
개인적인 일을 보고 압구정 전철역으로 향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왠 안경 쓴 중년 아저씨가 쭈삣쭈삣 저한테 다가오더군요.
그 있죠, 삶과 직장 생활에 찌든 듯한...
부산 사투리(솔직히 부산인지는 잘 모르지만 여하튼 경상도)로 저한테
말을 걸더군요.
대략 서울에 초행길이고 뭐고 뭐고...
결론은 돈이 떨어져서 한 3만 7천워 정도만 빌려달라는 겁니다.
꼭 갚을 것이고, 입금 시켜 주겠다고...
여기까지는 아주 상투적인 스토리입니다.
제가 외면하지 않고 조금이나마 듣는 척 하니까 이제 본격적으로 풀립니다.
차가 많이 다니는 골목이라서 가장자리로 가서 이야기를 하자며 이끕니다.
아, 일행이 두명 더 있군요. 아마 일행 중 가장 짬이 낮은 것 같습니다.
이제 3명의 일행이 저에게 말을 합니다. 모두 경상도 사투리로...
일단 딱한 사정 같습니다.
대충 정리하면, 가장 우두머리는 한화건설에 다니는 부장이래고, 다른 한명은 얼핏 금호엔지니어링의 사원증을 보여줍니다. 인천공항인지 뭔지에 공사가 있는데, 입찰 문젠가 뭔가 해서 도면을 회사차에 실고 와서는 차가 사고가 나서 뭐 그거 해결하느라 돈을 다 썼고, 집에 내려가야 하는데 돈이 없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3명 모두 한 잔씩 걸친 듯 했습니다.
술이 들어간 3명이 저마다 뭐라뭐라 정신 없이 말해대느라 저도 정신이 없었고 솔직히 좀 짜증이 나더군요.
어쨓든 이야기는 우두머리인 그 한화건설의 부장이라는 사람이 이끌었습니다.
돈을 꿔달라, 근데 아까의 3만7천원이 아닌 87만원을 꿔달라는 겁니다.
자, 이제 좀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87만원이란 돈 작은 돈이 아닙니다. 그걸 길바닥에서 꿔달라... 상식적으로는 말이 안됩니다.
그걸 꿔줄 사람 없습니다. 근데 그 돈이 정말 필요하고, 당시 밤 10시반에 그 돈을 구할 곳이 없다... 이러면 문제가 되겠죠... 저는 이런 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신용카드 없냐? 신용카드 있으면 돈백 정도는 급하게 조달할 수 있을텐데...
반응은? 그 사고 처리하느라 다 썼다와 금호엔지니어링 다니는 사람이 우린 그런 카드 안쓴다.
앞의 말은 좀 석연치 않았지만, 뒤의 말은 만약 사실이라면 아, 성실하게 사는 사람일 수도 있겠구나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뭐 저도 확인할 것은 확인해야 하기에 명함을 달라고 했습니다. 우두머리가 준 것이 (주)한화/건설 토목부 부장 ㅇㅇㅇ 이 적힌 명함이었습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글쎄 대기업 부장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신뢰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핸드폰도 확인했습니다. 그자리에서 번호 받고, 번호가 맞는지도 직접 걸어서 확인은 했습니다.
제가 확인한 소스는 그 둘이었습니다.
오늘이 휴일이니 내일 오전 중으로 꼭 연락해서 입금해 주겠다나요?
일단 그 옆에 있는 산업은행 ATM으로 가서 돈을 뽑아 주기로 했습니다.
그 앞에서 그 부장이 그러더군요. 기왕 돈 뽑는거 깔끔하게 돈 백으로 맞추자...
87만원이나, 100만원이나... 저도 형편이 넉넉한 사람은 아니지만... 일단 제가 급전으로 그정도는 땡길 수 있으니 그러마 했습니다.
ATM 1회 출금한도는 70입니다. 제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70을 뽑고 다음에 20을 뽑으며 100을 다 뽑았다고 생각해서 봉투에 넣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부장이, 제 앞에서 확실히 해야 한다며 돈을 세더군요.
딱 세더니, 90입니다 합니다.
요기서 조금 더 신뢰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10을 더 뽑아 100을 채워줬습니다.
고맙다, 꼭 연락해서 갚겠다. 부산에 와라. 신세 갚겠다. 뭐라뭐라...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어떻습니까?
일단 신뢰감 부분은 위에서 언급이 되었으니, 미심쩍은 부분들을 나열해 보겠습니다.
첫째, 명함. 집에 와서 한화건설 홈페이지를 찾아봤습니다.
1. 명함엔 (주)한화/건설 입니다만, 홈에서 정식 사명을 보니, (주)한화건설 이더군요.
2. 이메일 어드레스에 hwec로 되어있는데, 홈 주소는 hwenc입니다.
3. 조직도를 보니 토목사업부 내에 여러 팀제로 되어있습니다. 명함엔 토목부로 되어있더군요.
4. 회사는 본사가 서울에 있습니다. 기타 사업부나 지사 등의 위치는 홈페이지에 명기되어 있지 않습니다. 근데 사무실 주소는 부산이더군요.
제가 건설회사의 조직구성이나 내부사정을 잘 몰라서 당시엔 파악을 못했습니다. 나중에 집에 와서 보니, 명함도 약간은 험블하고 조악스럽게 보이기도 하고... 기분 탓인지...
둘째. 핸드폰 번호는 제가 바로 집에 와서 확인하는 것도 좀 좀스럽기도 해서 안했지만, 속인다면 일도 아닐 것입니다. 번호야 껐다 키면 뜨니까... 어디서 훔칠 수도 있겠죠?
셋째. 사고 처리가 끝났는지 어쨓는지는 워낙 정신 없이 대화가 진행되어서 제가 확인은 못했습니다. 왜 100만원이나 필요했을까요? 집에 내려가기만 하면 되는데...
넷째... 제 경험입니다.
2년전, 입사한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갈 때입니다. 토요일 강남역 뉴욕제과 앞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월요일에 행사가 있어서 필요한 물품을 사고 지하철을 타려던 참이었습니다. 왠 청년 둘이 다가오더군요. 내용인 즉, 자신들은 조대(조선대)생이다. 서울에 취업면접 보러 올라왔다. 지갑을 잃어 버렸다. 집에 내려갈 차비가 없다. 돈 좀 꿔달라. 꼭 갚겠다.
핸폰 번호 받고, 5만원 빌려줬습니다. 물론 그 다음주 월요일 연락은 없고, 전화도 안받더군요....
어떻습니까? 돈을 받을 수 있을까요? 백만원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돈일 것입니다.
만약 이번에도 속는다면, 총 105만2천100원으로 제가 가진 인간에 대한 신뢰(특히 금전에 있어)는 깡그리 사라질 것 같습니다.(2천100원은 수수료입니다^^;) 인간에 대한 신뢰의 댓가로 그정도 금액이면 비싸진 않다고 봅니다.
물론 그사람의 말이 진실이라면 자신을 믿어준것에대해한 감사의표시라도할테고 친해지실수도있고 좋게될수도있지만 반대로 거짓이라면 돈과 신뢰는 사라지겠죠. 하지만 저같으면 차라리 아예 그런얘기일꺼같으면듣지도않겠습니다. 사정을안듣고 가는게 속편할듯;; 이기적인사람이 잘사라여=_=a
그 큰(?)돈을 모르는사람에게 선뜻 빌려준 그 용기에 감탄을 합니다...하지만...믿을수없는 부분에 돈을 투자한건 사실입니다...(만약 그사람들이 돈을 값더라도...)글씨신분의 기준에 100만원이라는 기준이 속된말로 껌값(?)이 아닌바에야...그런일은 절대 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저 아까 이글보고 꼬리말 썼다가 지웠는데요...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인간의 신뢰라는 문제하고는 거리가 먼거 같네요...신뢰라는건 '적어도 어느정도 안면을 익힌 사이에서의 서로에 대한 믿음'이라는 개념인데...이번 일은 위험성이 강한 투자(사실 투자도 아니지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친구의 친구(결국 남이지요-_-) 도 배낭여행 갔다가 비슷한 경우로 우리나라 돈으로 한 150만원 정도를 사기당했다고 하더군요... 좋은 결과 있기를 바라지만...만약 좋지 않은 결과가 있더라도 신뢰에 대한 의심은 하지 않으셨음 하네요.. 님의 주위를 둘러보시면 믿음직스러운 사람들이 많을테니까요..
첫댓글 요즘에 하도 세상이 수상해서... 우선 저 같으면 절대 안 빌려주었을 것이고요. 사기인지 아닌지는 두고 봐야겠지요.
우선은 저처럼 급전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을 항상 유지한다면...... 그런 상황이 와도 아무 양심의 거리낌없이 못 빌려주겠죠. 그리고 친구간에도 돈거래는 잘 안합니다. 그게 최선이죠. 게다가 카드까지 없죠.
물론 그사람의 말이 진실이라면 자신을 믿어준것에대해한 감사의표시라도할테고 친해지실수도있고 좋게될수도있지만 반대로 거짓이라면 돈과 신뢰는 사라지겠죠. 하지만 저같으면 차라리 아예 그런얘기일꺼같으면듣지도않겠습니다. 사정을안듣고 가는게 속편할듯;; 이기적인사람이 잘사라여=_=a
그런일에 왜 휘말리셨는지... 차라리 경찰서에 일단가셔서 인적사항듣고 빌려주시지!! 정말 잘못하신것 같은 느낌이.. 제발 그사람들이 거짓말이 아니길 빌겠습니다!!
저도 전에 어떤 할머니가 차비없다고 1만원만 빌려달라길래 5천원 뿐이라니깐 오천원 짜리 바꿔주겠다고 하더군요 주고나서 위에분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그뒤로는 아예 안받을돈정도는 줘도 빌려줄만한 돈은 안빌려주게 되더군요.. 위에분 좋게 해결되시기를 빕니다.
그 큰(?)돈을 모르는사람에게 선뜻 빌려준 그 용기에 감탄을 합니다...하지만...믿을수없는 부분에 돈을 투자한건 사실입니다...(만약 그사람들이 돈을 값더라도...)글씨신분의 기준에 100만원이라는 기준이 속된말로 껌값(?)이 아닌바에야...그런일은 절대 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저같으면 그 정도의 돈...그 급하다는 모르는사람 못받을지 받을지도 확실하지 않은데...빌려(?)주느니 차라리 한번 그냥 죄송하고...(솔직히 죄송할일도 아니지만) 어머님께 그 돈 드리십쇼...-_-;;
저 아까 이글보고 꼬리말 썼다가 지웠는데요...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인간의 신뢰라는 문제하고는 거리가 먼거 같네요...신뢰라는건 '적어도 어느정도 안면을 익힌 사이에서의 서로에 대한 믿음'이라는 개념인데...이번 일은 위험성이 강한 투자(사실 투자도 아니지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친구의 친구(결국 남이지요-_-) 도 배낭여행 갔다가 비슷한 경우로 우리나라 돈으로 한 150만원 정도를 사기당했다고 하더군요... 좋은 결과 있기를 바라지만...만약 좋지 않은 결과가 있더라도 신뢰에 대한 의심은 하지 않으셨음 하네요.. 님의 주위를 둘러보시면 믿음직스러운 사람들이 많을테니까요..
이런 일로 피해보는 사람이 늘지 않도록 경찰에 신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