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맨땅에 헤딩 중입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아랑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거의 매일매일 했던 공부모임, 동지들도 다 여기서 만났고요,
알찬 시험 준비 자료도 많이 얻었습니다.
회원 분들 덕분에 좋은 책도 많이 알게 됐지요.
무엇보다 여기 계신 분들의 글이 정말 좋습니다.
힘을 얻고 싶을 때, 공감하는 글을 읽고 싶을 때 아랑에 들어옵니다.
고맙습니다. ^^
영화 제작자이자 작가인 우디 앨런이 이런 말을 했답니다.
"알몸으로 노출된다는 것, 그것이 인생의 90퍼센트이다."
오늘은 저를 좀 여러분에게 드러내 보려고요.
저는요,
여렸을 때부터 아나운서, 라디오DJ, 가수, 판소리 명창이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모두 제 목소리와 관련된 것들이지요.
대학에서 중국어 중국학을 공부하면서도
이와 관련된 것들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습니다.
2007년 여름 졸업 후, 2008년에는 감사하게도
한 공기업 방송에서 아나운서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지무지 바빠도 정말정말 행복했습니다.
아나운서로 작가로 기자로 리포터로 신나게 뛰었지요.
이리 좋았는데도
맘속에는 늘 중국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대학에서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공부하고,
중국에서 유학하면서
한국이 모르는 중국, 중국이 모르는 한국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지요.
한국과 중국,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가깝지만, 끊임없이 티격태격하는,
어떤 분 말대로 이전의 연인관계에서 이제는 부부관계로 발전 중인,
이 두 나라의 시청자들이 서로를 더 좋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서로의 매력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참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사나 프로덕션을 끊임없이 찾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한중합작방송사의 채용공고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중국의 다양한 문화 사회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중국전문 방송사예요.
당시 면접은 제가 그동안 봤던 수십 번의 면접 중에
가장 즐겁게 본 면접이 아닐까 합니다.
질문 내용이 모두 제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들과
관련된 것들이었으니까요. 술술술~ ^^
2009년 후반기부터 중국 연길에서 근무했습니다.
다~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중국의 문화와 음악, 뉴스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보고,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중국동포 번역작가와 상의하고 번역하고 수정해서 한국어 원고를 작성하고,
프로그램 안에서 연기도 하고, 노래도 하고, 인터뷰도 하고,
참 많은 것을 해봤습니다.
아, 그런데...
한국의 시청자들을 만나기가 상당히 어렵더군요.
1년여가 지나고, 한국인 직원들은 모두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저요,
베이징으로 왔지요.
혼자요.
중국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도전해보자!
중국을 더 깊이 공부해보자!
하고요.
베이징에 아는 사람이라면,
연길에서 사귄 중국인 친구의 친구 정도.
그 친구가 좋은 병원을 소개해 준 덕분에
오래 고민했던 라식수술도 베이징에 오자마자 바로 했습니다.
원래는 연길에서 하려고 예약까지 했는데
주변 모든 사람들이 극구 말려서 베이징에서 했습니다.
2005년도에는 중국 친구들이 다 말리는데도
어린 여학생 혼자서 중국 시골을 한 달 동안 여행했습니다.
제가 한 고집합니다. ㅎㅎ
눈이 회복될 무렵부터
집도 알아보고
아주 신명나게 중국 방송관련자들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각각 PPT 40장 분량의 한국어와 중국어 소개서를 준비해서 메일로,
또는 온오프라인 방송관계자 모임에서 열심히 돌렸습니다.
중국 방송사와 프로그램 순위를 뽑아서 분석 모니터하고,
중국 프로그램 출연 신청도 하고,
중국 블로그와 마이크로블로그도 관리하기 시작했죠.
제가 아는 방법은 다 동원했습니다.
중국어와 영어 공부 모임에서 만난 몇몇 분은
다른 분야의 직업을 소개해 주기도 하셨지만,
宁缺勿滥
(부족할지언정 아무것이나 취하지 않겠다)
제가 좋아하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좋아하는 저장위성TV(절강위성TV) 프로그램의 출연기회가 생겼고,
얼마 전, 저장 항저우에 촬영차 다녀왔습니다.
프로그램 안팎에서 정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감동감동~
그리고 얼마 전 중국 전역에 방송됐습니다.
이전 방송사에서 아나운서로 있을 때 진행했던 한중문화교류축제 이후
제가 두 번째로 중국 전파를 타는 순간이었습니다.
비록 아주 잠깐 나왔지만,
중국 인기 방송사의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반응이 있었습니다.
또 온라인 방송업계 모임에서 만난 관련업계 지인의 소개로
베이징TV의 프로그램 출연 기회도 얻어서
얼마 전 촬영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중국 최대 검색사이트 '바이두' 백과에
드디어!! 제 중국어 이름이 올랐습니다.
야호!!!
자랑이 좀 심하지요? ^^
스스로를 생각하면 가끔 저도 어이가 없습니다.
혼자서 아무것도 없이 무작정 왔으니...
무섭기도 하고, 걱정과 고민이 산더미처럼 밀려옵니다.
그런데요,
재밌어요. 매일 설레고 기대됩니다.
무모하고 겁 없는 도전,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아서요.
그래서 해보려고요.
꿈이요?
한국과 중국, 세계 각국을 돌면서
음악토크쇼 형식의 인터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
베이징에 오시면 연락주세요.
맛있는 국수 사드릴게요.
중국의 수많은 종류의 국수를 저는 사랑합니다. ^^
2010년의 마지막 날,
베이징에서, 저였습니다.
첫댓글 느지막히 드려다본 정은이의 글.. 멋집니다! 정은아 힘내! 늘 어느하늘에서든 응원해 ^^ 언젠가 너보러 베이징놀러갈께 ㅋㅋ
나도 베이징 국수 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