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아카시아라고 부르는데 공식명칭은 아까시나무이다. 가시가 있기 때문이다. (꽃과 꿀에는 아카시아란 이름 허용.) 아까시는 우리나라 토박이 나무는 아니다. 백 년쯤 전에 일본 사람들이 들여온 나무로, 헐벗은 산을 푸르게 하고 연료로 쓰기 위해 빨리 자라는 아까시 나무를 심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6.25이후에 많이 심어졌다.
아까시나무는 별로 쓰임새도 없고, 번식력이 좋아 다른 식물들이 살 수 없게 하고 심지어 묘자리까지 그 뿌리가 파고든다 하여 좋지 않은 나무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사실, 아까시는 장점과 쓰임새가 많은 나무일 뿐 아니라, 공해로부터 지켜주는 환경수로서의 가치도 큰 나무이다.
첫째로 아까시는 황무지를 옥토로 변화시켜, 다른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토대를 만든다. 극심한 황폐지, 척박지에는 아까시 이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또한 건조한 곳에서도 잘 자라고 병충해에 강하다. 무엇보다 빨리 자라는게 장점이다.
아까시 나무의 뿌리혹 박테리아가 공기중의 질소를 식물이 필요한 암모니아 비료로 바꿔 토양을 기름지게 만든다. 일종의 비료공장이라 할 수 있는 뿌리혹은 콩과식물만의 특징인데, 아까시는 다년생이라 지속적으로 암모니아질소를 생산할 수 있다. 뿌리혹 덕분에 척박한 땅을 기름지게 만들고, 이것은 다른 식물이 이동해 와 자랄 수 있는 바탕이 된다.
그렇지만, 재래 식물이 밀집된 곳에는 아까시가 양지식물이라 잘 들어가지 못하고,
다만 파괴된 토양이나 척박지에서 잘 자라는 개척자 역할을 할 뿐이다. 그러므로 '아까시가 번식력이 좋아 다른 식물들이 살 수 없게 한다'는 것은 잘못 정도가 아니라 정반대로 알려진 사실이다.
아까시는 자르면 자를수록 뿌리에서 맹아가 뻗어나와 퍼져나가는데, 20년이상 수령이 지나면 쇠퇴할 수 밖에 없다. 즉 척박지에 처음 들어와 땅을 기름지게 만들고 참나무류에 자리를 내주고 스스로 물러나는 나무인 것이다.
광릉 수목원에 '베브리지 아까시나무 기념조림지'의 경우, 지금은 고유수종인 참나무, 단풍나무들에 밀려나 아까시가 얼마 남지 않았다.
보통 아까시 수명은 30년 정도이다. 결국 우리나라 전체 아까시 면적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인데, 전국적으로 36만ha에 심어졌던 아까시 군락이 지금은 12만ha 정도만 남아있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 아까시가 많아보이는 것은, 숲이 우거진 곳에서는 살 수 없는 아까시가 점점 도심의 저지대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또한 매연에 강하고 도로절개지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이기도 하다.
둘째, 아까시는 산성비의 산성도를 완화시키는 기능이 여느 나무보다 우수하다.
그런 점에서 대표적인 환경수로 꼽히는 은행나무보다 환경순화기능이 우수한데, 이는 아까시 나뭇잎의 기공에서 대량으로 방출되는 양이온 때문이다.
식물생태기능을 파괴하는 수종으로 인식되온 아까시가 산성비의 산성도를 약화시켜 오히려 다른 생물에 도움을 주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다. 헝가리의 다뉴브강가에 위치한 국회의사당에는 아까시가 가로수로 심어져있는 등, 독일을 비롯한 유럽 몇몇 도시들은 아까시를 공해로부터 지켜주는 환경수로서,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하는 풍치수로서도 이용하고 있다.
셋째, 아까시는 목재로서도 우수하여 개발 이용할 가치가 높다. 헝가리가 가장 잘 이용하고 있는데, 아까시는 헝가리 전체 목재수요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수령 28년만 되어도 키 22m에 폭이 한자가 넘어, 잣나무, 참나무, 소나무 등 다른 나무에 비해 무려 10배의 생장속도를 보인다. 또한, 물관속이 타이로시스(충전된 물질)로 막혀있어서 습기에 강하고 잘 썩지 않는다. 건축재로 많이 쓰이는 소나무에 비해서도 비중, 강도가 월등히 높다.
습기에 강하니 온천의 천정재, 야외 농작물창고, 건축재, 가구재, 내외장재, 농기구재 등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요즘 유럽에서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열대림 수입을 제한하기 때문에, 헝가리에서 아까시는 열대림을 대신하는 환경친화적인 나무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아까시는 줄기가 곧고 밑에 곁가지가 없어, 좋은 땅에 심어 육림하면 목재로서 우수하게 이용할 수 있다. 광릉수목원의 75년생은 둘레가 2m를 넘는다. 그러나 목재용으로서의 아까시는 30년생으로 충분하다. 광릉의 산림박물관에는 아까시로 만든 여러 생활용재가 전시되어 있어, 아까시나무의 아름다운 무늬와 다양한 쓰임새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넷째, 아까시는 어떤 수종보다 벌꿀생산량이 많다. 아카시아꿀은 우리나라 전체 양봉산업의 75%를 차지하며 800-900억원에 이르는 연간소득으로 이어진다. 다른 꿀보다 과당이 월등하게 많아 단맛이 강하며, 색이 연하고 맛이 부드럽고 순하다. 아카시아꿀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나라는 헝가리, 중국, 우리나라인데, 그 중에서도 우리의 아카시아꿀의 색, 맛, 향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섯째, 자연수정의 경제적 효과가 크다. 공해로 식물의 자연수정을 담당하는 야생곤충의 밀도가 낮아진 요즘, 인위적으로 보호되고 육성되는 꿀벌이 그 역할의 대부분을 담당하는만큼 아까시나무의 역할은 환경면에서나 경제면에서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꿀벌이 대신하는 자연수정의 경제적 효과는 양봉산물의 143배에 달한다고 한다.
그 밖에 아까시잎은 가축의 좋은 사료로도 이용된다. 콩과식물이 특히 많이 함유하고 있는 식물성 단백질이 동물들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이기 때문이다. 또한 봄철의 어린잎은 나물로 무쳐 먹고, 다 자란 잎은 차로 마신다. 뿌리는 이뇨와 변비에 효과가 있다.
아까시는 최근 환경친화적 나무로 유럽에서 관심이 높아져 EU에서도 네덜란드에 재단을 설립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92년 설립된 사단법인 '한국 아까시나무 연구회'가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차원의 아까시 연구는 전무한 상태이다.
성미산에 아까시가 많다는 것은 흙이 어느 정도 비옥해져 있다는 것이고, 또 계속해서 비옥해져 갈 것이며, 점차 고유수종이 자리를 넓혀가리라고 예고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잣나무, 버즘나무, 싸리, 미루나무, 오리나무, 참나무, 붉나무, 주목, 측백나무, 자귀나무, 누리장나무, 국수나무, 개나리, 아주까리, 애기똥풀, 뱀딸기, 질갱이, 쑥, 산딸기, 고사리, 청미래덩굴, 맥문동, 강아지풀, 닭의장풀 등 여러 가지 나무와 풀들을 어렵쟎게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자연적인 생태변화에 의해 다양한 식물종이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까시나무를 베고 복토하여 소위 '자연친화적인 수종'을 이식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아까시 자체만으로도 산성비에 의한 산성도를 약화시키는 도심속 환경수로서의 역할이 만만히 않겠다. 또한 인위적으로 꿀벌을 기르지 않아도 아까시 특성상 곤충을 품으며 자연수정에 기여하는 정도가 클 것이다.
아까시는 5월이면 온 동네를 꽃내음으로 휘감고, 산을 누비며 노는 아이들에게 시원한 그늘과 잎따기놀이, 미장원놀이 따위 뿐만 아니라, 정 심심하면 간식꺼리가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나무이다.
사람에게 산소를 만들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무는 주변온도를 낮추는 기능도 에어콘에 비할바가 아니라 한다. 개발로 나무를 거의 잃고 나면 알게모르게 산에 기대살던 사람들의 건강이 눈에 띄게 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자연숲을 파괴한 자리에 일부 인공조경으로 녹지가 생기더라도 살충제를 봄부터 가을까지 무분별하게 살포할 가능성이 많다. 이러한 무분별한 살충제가 주변 동식물 뿐 아니라 사람의 건강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사람은 숲에 기생해 사는 존재'라 한다.
자연개발이 아니라 복원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고 경제적 가치도 높다는 사실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양구군, 가을철 조림사업 본격 추진
양구군은 대형산불로 소실된 산림을 복구하기 위한 가을철 조림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11일 밝혔다.
군은 9억 4400만여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국토정중앙면 야촌리 산1번지 등 산불피해지 78ha의 산림에 자작나무, 헝가리아까시 등의 나무를 식재하는 등 복구사업을 시행한다.
앞으로 2030년까지 총 121억여 원의 사업비로 조림사업과 숲가꾸기, 산사태예방, 등산로 정비, 임도 설치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복구사업을 펼친다.
이에 따라 군은 피해지 복구를 위해 주민 의견 수렴과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지난 11월 산불피해지 복구방안 및 경관개선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올해 8월까지 산불피해지 198ha의 벌채를 완료했으며 126.8ha의 산림에 자작나무, 헝가리아까시, 대왕참나무(핀오크)등의 나무를 식재하는 등 봄철 조림사업을 진행했다.
5개 지구에 대해 산사태 예방 및 계류보전사업을 완료했고 1개 지구도 현재 추진 중이다.
군 관계자는 “봄철 조림사업에 이어 가을철에도 실시해 신속하게 산림을 복구하고 생태계 복원과 더불어 지역의 경제림, 경관숲으로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편 산불은 지난해 4월 양구읍 송청리에서 발행해 사흘간 계속되면서 영서 지역에서 가장 큰 산불로 기록됐고 이번 산불로 인해 축구장 1000여 개에 달하는 크기인 720ha의 산림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 산림의 90.4%가 사유림이고 4.2%가 군유림, 5.4%가 국유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