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가 그날인감 신경질이 늘어나네
엄처시하 매여사는 이내팔자 기구하다
벽에걸린 달력보니 어이쿠야 명절이네
짐싸면서 투덜되는 당신보면 괴롭구나
마누라야 니만되나 눈치보는 나도되다
아내들은 육체노동 가장들은 마음고생
전부치고 고기굽는 당신처지 부럽구나
화투치고 술마셔도 좌불안석 당신곁에
시엄마와 얘기해도 야단맞나 속이철렁
시누하고 마주봐도 싸움났나 속이덜컹
그리힘이 든다하면 다음부터 내가하마
당신하고 시댁식구 온천가라 내가한다
눈치코치 살폈더니 눈째지고 코피났네
쌍시옷을 연발해도 당신낯에 침뱉기다
욕을해도 명절가고 웃고해도 세월간다
속편하게 보여지는 직장얘기 들어보게
직장에서 더러운꼴 속속들이 밝혀봄세
새파란게 상사라고 반말거리 예사하고
영업실적 나쁘다고 결재서류 날라가네
봉급쟁이 오장육부 시꺼멓게 다탄다네
존심눌러 꾹꾹참다 눈을치켜 떠보자니
짤라삐까 지방갈래 막말마구 하는구나
쉬바쉬바 욕나와도 아부웃음 지어야지
내자리에 돌아와서 담배뻑뻑 피워대니
주위동료 안됐는지 소주한잔 하자하네
술에취해 실려온날 그날낮에 벌어졌네
내일은꼭 사표낸다 이새끼야 잘살아라
사직서를 주머니에 꼭꼭써서 간직했네
해장국을 끓여주며 학원비를 걱정하는
당신얼굴 쳐다보며 사직서를 찢었다네
눈물펑펑 쏟으면서 변소에서 찢었다네
당신없고 자식없음 내가멀라 이라겠노
어릴적꿈 장군이요 주위기대 컸었다네
마누라야 잘난서방 직장에서 이래산다
일년하고 열두달을 이런꼴로 살아간다
당신또한 돈번다꼬 생색마라 이말이가
당신이야 그만두면 기댈언덕 아이있네
나는명색 가장인데 기댈데가 어디있노
무슨죄를 지었관대 이고통을 받고사노
내생에는 태어나면 여자로서 살고싶다
엄마옆에 있으면서 모든것을 잊고싶다
욕잘하는 김부장도 짜른다는 박이사도
한국남자 사십대의 세계최고 사망율도
직장생활 더러워서 당장그만 둘까해도
받은월급 쥐꼬리라 장사밑천 모자라고
컴퓨터도 모르지요 영어또한 모르니까
꼼짝달싹 할수있나 발을땅에 띨수있나
잘난이사 잘난상무 외국가서 휴가보내
내휴가는 엄마옆에 어리광을 피우는거
돈안들지 잘해주지 부러울게 뭐가있노
엄마무릎 베고자는 나를보고 질투하나
친정가면 어떡하노 입장바꿔 생각하소
친정엄마 하녀처럼 이리저리 부려먹고
밥먹으면 팍퍼져서 커피다오 후식다오
올케라고 죄지었나 간섭에다 잔소리에
식사마련 설거지에 시집온게 원통하다
오죽하면 더미울까 말린다는 시누이가
애키울땐 육아핑게 매일같이 친정가도
피곤하다 힘들다며 시댁에는 몇번갔노
친정식구 생일이면 이리저리 부산떨고
시댁식구 생일에는 전화한통 달랑하네
육아비용 준다면서 친정엄마 퍼준고는
월급적다 못살겠다 더벌어라 닥달이네
걸핏하면 친정식구 모이자고 야단치곤
어쩌다가 시댁가면 오만인상 찌푸리네
노는날은 잠만잔다 천둥번개 야단이네
애교육만 장땡이고 신랑건강 생각않나
가정위해 살아가니 돈만버는 기계취급
구박받는 며느리도 성질못된 시누되네
명절휴가 끝나면은 인자부터 당신세상
자네친구 전화하고 친정동생 연락하네
친정엄마 보고픈면 전광석화 달려가네
애들공부 핑계대고 학원가고 학교가고
엊그제도 학부형계 저녁먹고 노래방에
시간없다 나는뭐꼬 꼼짝달싹 못하겠네
월급날이 되었다고 돈을한푼 만져보나
사고싶은 물건보고 팍팍산적 있었는가
술집가서 돈낼때도 신발끈만 매고싶고
출세당당 친구들이 전화해도 가기싫다
젊을때는 힘있으니 몸으로도 때우지만
나이들면 체력달려 요리저리 요령핀다
몸이조금 아파오면 걱정된다 죽을병이
아프다고 힘이들까 죽는다고 무서울까
자식아내 살아가는 유산재산 걱정이지
생명보험 들라하면 돈액수가 눈에번쩍
쉬고싶다 쉬고싶다 일주일만 쉬고싶다
마누라야 우지마라 속상하다 울지마라
남편신세 처량타고 눈물콧물 내지마라
당신건강 새끼건강 그기내가 바라는거
힘들어도 참아봐라 술상본다 불평마라
시누하고 시동생이 당신자랑 침마른다
시엄마가 섭섭해도 잠시잠깐 참아봐라
동서들이 미워뵈도 형님노릇 쉬운일가
모로가도 사흘가고 도로가도 사흘간다
힘에지쳐 짜증나면 신랑얼굴 쳐다보고
피곤해서 깜빡하면 연애할때 기억해라
부모들이 사신다고 천년만년 사실쏘냐
부모에게 베푼만큼 자식들이 돌려주니
콩심은데 팥이나나 효도해야 효도받네
마누라야 고맙구나 자네정말 착하구나
자네조금 참았더니 온집안에 칭찬자자
당신얼굴 밝게하니 보름달이 따로없다
이번명절 마치거든 우리둘만 시간내자
이리옆에 오자꾸나 내팔베개 빌려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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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 봄날은 간다..
[시론] 제사제도를 바꾸자
우리 사회 풍습의 하나인 제사제도에 대한 여성계의 불평은 많이 들어 알고는 있었으나 박미라씨가 기고한 '며느리를 위 한 詩를 읽으며'를 읽고 충격을 받은 남성은 나만이 아닐 것 이다.
박씨는 "명절은 부계(父系) 혈통 중심의 결혼문화가 안고 있는 모든 부조리를 응축시켜 놓은 날이다" 라고 하면서 근 본문제는 남성중심의 가족문화와 혈통권위주의가 낳은 산물 이라고 통박하고 있다.
****여성에 부담주는 제삿날
토장(土葬) 문화와 더불어 제사문화도 현대사회에서 다시 생각해야 할 문제 중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명절 제사는 농경시대의 산물이다. 가을 추수를 마치고 하루를 명절로 보낸다. 농사가 잘 된 것도 조상 덕으로 돌려 조상에게 절을 하고 일가친척이 모여 마음 편하게 쉬는 것이 추석의 유래라고 알고 있다.
조상을 모시는 일이 잘못됐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농경시대 문화를 그대로 이어가야 할 것인가는 다시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명절뿐 아니라 1년에 몇 번씩 돌아오는 제삿날이 박씨가 말한 것같이 여성의 육체적.정신적 부담은 말할 것도 없고 마치 남성의 날인 양 착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조상 섬기기 문화도 달라져야 하고 달라지게 할 책임은 남성의 몫일 것이다.
그런 뜻에서 박씨의 글에 화답이 될는지 모르겠으나, 묘지문제와 제사에 대한 내 개인적인 생각을 우리 가족에게 유언으로 남기고 몸에 지니고 다니는 유서를 그대로 전재하기로 한다.
*** 변화시킬 책임은 남성의 몫
"사랑하는 처와 자식들에게
나는 내 평생을 행복하게 살았다고 생각한다. (중략) 죽어서 내 몸으로 불행한 사람과 앞으로 살아야 할 젊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죽은 몸 하나 바치는 것은 아깝지 않다. 우리나라는 시신을 병원에 기부하는 사람이 적어 젊은 의학도들이 해부학 공부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장기화하면 의사의 실력이 저하돼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기왕에 내 장기를 기증하는 마당에 내 시신도 의학도들의 실험공부를 위해 대학병원에 기증하기 바란다.
나중에 화장(火葬) 을 하고 유골은 내가 좋아하는 동해 바다에 뿌려주기 바란다. 평생을 바다와 함께한 나로서는 바다로 돌아가는 것이 나의 큰 기쁨이다. 우리나라는 토장풍습 때문에 선원이 바다에서 사고로 사망하면, 유족은 시신을 고국에 가지고 오도록 요구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으로는 우리나라 해운.수산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해운의 기업가가 모범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 나머지 결단을 한 것이니 지켜주기 바란다.
*** 누군가는 먼저 시작해야
또한 일반적인 제사는 지내지 마라. 어느 집이나 맏며느리 되는 사람의 노고가 너무나 크다.
기일 아침에 각자의 집에서 나의 사진과 빨간 꽃 한 송이 꽂아놓고 묵념추도로 대신하기 바란다. 그리고 저녁에 음식점에 모여 형제간의 우의를 다지는 기회로 삼아라. 식비는 돌아가면서 내도록 하여라. 그리고 이러한 추도도 너희들 일대(一代) 로 끝내기를 바란다. "
나는 '며느리를 위한 詩' 를 읽고서 몸에 지니고 다니는 유서에다 한마디 덧붙이기로 하였다.
"친척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말고 내 유언대로 하여라. "
누군가 시작하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는다.
2001년 9월 30일 중앙일보에서
박종규(바른경제동인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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