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힘] 1부 힘든 시절 ㉖ 긍정적 사고방식
잠들기 전 10분 마음상태가 중요하다
셔터스톡
월요일 오후에 바로 병원을 찾았다. 원장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을 극복하라”고 했다.
“치료를 등산에 비유하자면 정상(완쾌)에 오르기까지 여러 가지 힘든 일이 발생합니다. 그때 포기하면 일종의 심리적 절벽이 생겨 평생 병원이나 약물 신세를 면치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는 내게 평소 투여하던 항우울제의 분량을 두 배로 늘려주었다. 어차피 이 싸움은 장기전이다. 심리적으로 넘어질 때도 있다. 이때 다시 올라서려는, 활기를 되찾으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여기서부터는 환자의 의지다. 차에 시동도 걸렸고 옆에 조교도 있지만 삶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다. 스스로 저 언덕을 다시 올라가야 한다. 나는 가속페달을 밟고 이를 악물었다.
약물치료, 운동에 이어 우울증 치료의 세 번째 단계는 ‘긍정적 사고방식’이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인지행동치료의 하나로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긍정의 훈련’을 강조한다.
극심한 절망감이나 자기혐오에 빠진 환자들에게 긍정적 사고를 불러일으키고 훈련으로 부정적 사고방식을 극복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환자에게 매일 반복하게 하는 실행 리스트는 대략 이렇다. 운동, 명상 및 좋은 생각 떠올리기, 기도하기, 성경이나 불경, 논어 등 양서(良書) 읽기, 음악 듣기, 감사하기, 웃기, 입으로 남을 비판하거나 부정적으로 말하지 않기, 화내지 않기, 자기 전 하루 즐거웠던 일 다섯 가지 떠올리기 등등….
우울증과의 장기전에 돌입한 이상 ‘24시간 특별관리 체제’를 가동했다. 하루 24시간 중 내 의지가 작용하지 않는 수면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 즉 의식이 깨어 있는 시간은 늘 긍정적 사고방식으로 관리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오전에 하는 운동을 비롯해 오후에도 틈만 나면 단전호흡, 스트레칭, 산책 등 육체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한편으로 정신에 힘을 주는 책의 좋은 말이나 구절, 시 등을 수첩에 적어놓고 울적하면 꺼내 보거나, 큰 소리로 낭송했다. 길을 걸을 때면 반복해서 외우며 다녔다.
잠자리에 들기 1시간 전에는 기체조와 단전호흡 운동을 했다.
국선도나 단학선원에서 가르치는 방식으로, 우선 경직된 근육을 풀고 몸의 기가 원활히 순환되도록 단전 치기와 기체조 등을 한 다음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는 단전호흡을 한다. 약식으로 하면 보통 30~40분 정도 걸리는데 몸과 정신이 아주 개운해진다.
단전호흡을 마친 후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 배변을 했다. 원래 배변은 매일 아침에 했으나 우울증 치료 기간 중에는 당분간 아침, 저녁 하루에 두 번 하기로 했다.
배변하고 나면 육체적으로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후련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끝나면 샤워로 몸을 깨끗이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끝이 좋으면 다 좋아’라는 말이 있듯이 하루에 마지막 시간이 우울증 환자에게는 특히 중요하다. 하루의 마지막이 기분 좋으면 하루 전체에 대한 기억이 좋게 되며, 자기 전 심리 상태가 바로 수면으로 이어져 편안한 잠을 잘 수 있게 된다.
침대에 누워서 우선 《긍정의 힘》을 꺼내 5분간 읽었다. 이 책의 메시지는 언제나 내 심리를 긍정적으로 만든다. 이후 눈을 감고 누워서 오늘 하루 지내면서 가졌던 기분 좋은 기억이나 생각을 떠올렸다.
‘오늘 일어났던 기분 좋은 일이나 경험 다섯 가지는 뭐지?’
별생각이 나지 않으면 과거에 즐거웠던 추억이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어렸을 적 소풍, 아내와의 데이트, 아이들이 어렸을 적 전 가족이 미국에서 함께한 자동차 여행, 기자 시절 자랑스럽거나 신났던 추억 등을 떠올리면 잠시지만 마음의 행복감이 찾아오곤 했다.
또 앞으로 생길 수 있는 좋은 일을 상상하기도 했다. 내가 우울증에서 완전히 벗어나 친지들과 즐겁게 지내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뿌듯했다.
장안의 화제를 몰고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그 작품이 영화화돼 미국 할리우드에서 상영되는 모습, 내가 몸담았던 언론계와 문화계를 이끄는 모습 등은 상상만이라도 신나고 기쁜 마음이 들었다.
이럴 때는 뇌 속의 엔도르핀이 팍팍 나오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다 잠이 들었다.<계속>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