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이상의 SUV만 만들 것 같았던 캐딜락이 XT4를 갖고 소형 SUV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처음 만들었는데도 완성도가 꽤 높고 만족스럽다. 캐딜락이 본격적으로 젊은 감각을 가진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캐딜락이 이렇게 젊은 감각에 물들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 동안 대통령들이 주로 애용해 왔던 근엄한 캐딜락만 기억한다면, 미래지향적이면서도 날렵한 디자인을 가진 지금의 캐딜락이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20여 년간 전 세계에서 통하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기 위해 갈고 닦아 온 캐딜락의 감각은 이제 막 빛을 발하고 있는 중이다. 젊으면서도 개성을 챙기고 싶은 힙스터들이 선택하는 브랜드로 말이다.
그리고 지금 필자의 앞에는 소형(정확히 말하면 서브콤팩트겠지만) SUV, XT4가 있다.특유의 젊은 감각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뮤지션, 브루노 마스(Bruno Mars)의 노래, 그리고 리듬과 함께 등장한 바로 그 녀석이다. 그래서 너무나 궁금했다. 브루노 마스와 어울릴 정도로 젊은 느낌을 이 차에서 받을 수 있을지. 비록 국내에 상당히 늦게 상륙했지만, 이제라도 볼 수 있음을 다행으로 여기며 음악 재생 버튼을 누르고 신나게 달릴 준비를 한다.
젊은 감각 MAX
캐딜락이 지난 20여 년간 보여주었던 디자인의 기본은 ‘세로를 기반으로 한 미래지향적인 느낌’이었다. 그리고 XT4도 그 느낌을 따라간다. 단, 여기에서 변화가 조금씩 생기고 있다. 세로에서 가로를 추가하면서 좀 더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 시점이 된 자동차가 바로 대형 세단 ‘에스칼라 콘셉트’인데, 서브콤팩트 SUV인 XT4도 에스칼라의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가로로 보고 세로로 보아도 선명함이 두드러진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이 헤드램프를 가로와 세로로 장식하는 LED 주간주행등이다. 실제로 보면 꽤 멋진 데다가 야간에도 선명하게 빛나기 때문에 저 멀리서도 캐딜락이라는 존재를 인식할 수 있다. 검은색으로 처리한 메시 그릴은 XT4의 역동성을 더 빛나도록 만든다. 미국에서 태어난 자동차임에도 불구하고 크롬 장식을 최소화해 단정한 느낌이 든다. 보닛 위로 솟아오른 돔은 이 차가 사실은 잘 달릴 줄 아는 모델이라는 점을 알린다.
테일램프 역시 기존의 캐딜락들과는 다른 변화를 추구한다. 후면 양 끝을 길게 차지하는 것은 이전과 같지만, 중간 부분에서 안쪽으로 한 번 꺾어 ‘L’자 형태를 만들고 있다. 이 디자인은 개성을 드러내는 데도 중요하지만, SUV에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돌이 튀어 테일램프를 부수는 상황’을 막는 데도 도움을 준다. 앞으로 등장할 캐딜락의 전기차 리릭도 이와 비슷한 형태의 테일램프를 갖고 있는데, 미래를 지향하는 캐딜락의 의지가 잘 드러나는 것 같다.
차체 크기를 고려해도 실내는 조금 작다. 느낌만의 문제가 아니라 실측을 해 봐도 그렇다. 앉아보면 앞 좌석 탑승을 주로 고려한 서브콤팩트 SUV라는 것이 바로 느껴진다. 그래서 뒷좌석이 상대적으로 좁은데, 무릎보다는 머리 공간에 여유가 없다는 게 아쉽다. 등받이에 편안하게 기대려고 하면, 여지없이 머리가 천정에 닿는다. 게다가 등받이 조절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거의 정자세로 앉아야 한다. 성인은 뒷좌석에서 장거리 주행을 버티기 힘들 것 같다.
실용적이면서 단정하게 그리고 고급스럽게 만들어진 실내이지만,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의 모니터는 한 세대 이전의 모델을 떠올리게 만든다. 모니터는 스마트폰 무선 연결도 가능하니 기능 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없다. 그런데도 상위 모델인 ‘에스컬레이드’에 적용된 거대한 모니터가 생각이 나 조금 슬프기도 하다. 그러나 앞 좌석 시트가 꽤 품질이 높아 만족스럽다. 편안함과 신체 지지 능력을 잘 조합해서 만들었다는 게 느껴진다.
기본기 좋은 차? 바로 이것!
XT4의 파워트레인은 언뜻 평범해 보인다. 최고출력 238마력을 발휘하는 2.0ℓ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네 바퀴를 굴린다. 그래서 처음에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운전대를 잡고 조금 달려보니 단숨에 이 녀석의 진면목을 알게 됐다. 탄탄하게, 잘 달릴 줄 아는 스포츠 SUV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조금씩 흔들어 보니 조금 낮은 지붕도, 차체 크기에 비해 작은 실내도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많은 운전자들이 ‘기본기가 좋은 차’를 원한다. 그 기본기가 어느 정도까지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이 말하는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자동차’를 한 대만 말하라고 한다면, 필자는 이제부터 캐딜락 XT4가 그 정답이라고 말하겠다. 게다가 그것을 오래 달려야만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직업상 지금까지 수많은 자동차를 운전하고 비교해 왔지만, XT4만큼은 운전에 서툴다 해도 타 보고 단숨에 그 능력을 알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물론 단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엔진 회전이 낮을 때는 조금 거칠게 돌아가는 소리를 내기 때문에 도심 주행에서는 불평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속도를 붙여서 달리게 되면 신경 쓰지 않게 된다. 9단 자동변속기는 오른발에 얼마나 힘을 주든지 간에 허둥대는 일 없이 최적의 변속을 찾아 나선다. 평상시에는 앞바퀴만 굴리기 때문에 불안하다고? 주행 모드를 사륜구동으로 바꾸면 될 일이다. 그 상황에서도 연비는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서스펜션은 좋은 승차감도 만들지만, 코너에서 재미도 만들어낸다. 상위 모델인 XT6에도 적용된 액티브 스포츠 섀시(Active Sport Chassis)와 CDC(Continuous Damping Control) 서스펜션이 타이어를 노면에 잘 붙여주기 때문에 그렇다.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느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운전 실력이 한층 더 올라간 것 같은 쾌감은 제대로 가질 수 있다. 제법 옹골찬 차체를 가졌다는 것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긴급 제동 시스템을 포함해 다양한 ADAS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역시 기본은 잘 설 만큼 브레이크에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 이 점에서 XT4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단, 다른 자동차의 브레이크에 익숙하다면 초반에 약간 고전할 것이다. 브레이크의 반응이 앞쪽이 아닌 뒤쪽에 몰려있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깊게 밟아야 한다. 여기에 익숙해지면, 한 번의 조작만으로도 원하는 지점에 자동차를 정확히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지만, 정말 잘 만든 차라는 것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 정도라면 젊은이들이 멋을 내기에도 좋고, 때로는 경쾌하게 달리는 데도 아무 문제가 없다. 게다가 기본기가 좋으니 오랫동안 사랑받을 자격도 갖췄다. 처음에는 가격 때문에 조금 망설였지만, 며칠간 신나게 즐기고 나니 그 가격도 납득이 가기 시작했다. 감히 이야기하겠다. XT4와 함께한다면, 당신도 ‘브루노 마스’처럼 신나는 그리고 젊은 리듬을 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SPECIFICATION
CADILLAC XT4
길이×너비×높이 4595×1885×1610mm
휠베이스 2779mm |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배기량 1998cc | 최고출력 238ps
최대토크 35.7kg·m | 변속기 9단 자동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10.0km/ℓ
가격553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