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곡장(好哭場)
울기 좋은 장소를 말한다.
好 : 좋을 호(女, 6획)
哭 : 울 곡(口, 10획)
場 : 마당 장(土, 12획)
요동벌로 첫발을 내디딘 연암 박지원이 끝없이 펼쳐진 벌판을 보며 내지른 일성은 "좋은 울음터다. 한바탕 울만하구나"였다.
곁의 정 진사가 이 좋은 구경 앞에서 웬 울음 타령이냐고 퉁을 준다. 연암은 예의 너스레로 울음에 대한 장강대하와 같은 웅변을 토해냈다. 이 글이 저 유명한 열하일기 속의 호곡장론(好哭場論)이다.
가슴 속에 답답하게 쌓인 것을 풀어내는 데는 소리보다 빠른 것이 없고, 사람이 내는 소리 중에 울음보다 직접적인 것이 없다.
갓난아기는 왜 태어나면서 고고(呱呱)의 울음을 터뜨리는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근심 때문에? 천만에, 갓난아기는 통쾌하고 시원해서 운다.
그는 열달 동안 엄마 뱃속에서 캄캄하고 답답했다. 팔다리를 조금만 내뻗어도 태에 가로막혔다. 그러다가 하루아침에 드넓은 곳으로 나와 손과 발을 마음껏 쭉 뻗어도 더 이상 아무 걸리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통쾌한 마음이 참된 소리가 되어 한바탕 울음으로 터지는 것이다. 이 울음이야말로 일체의 거짓이 배제된 진정한 울음이 아닌가?
그러면서 연암은 자신도 이 요동벌에서 갓난아기의 첫 울음 같은 우렁우렁한 울음을 울고 싶다고 고백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금강산 비로봉 꼭대기와 황해도 장연의 금사산(金沙山) 정도가 한바탕 통쾌하게 울만한 곳이라고 덧붙였다.
일주일을 내처 가도 지평선에서 해가 떠서 지평선으로 해가 진다는 요동벌. 백리의 넓은 들판도 찾아보기 힘든 조선 땅에 갇혀,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신분으로 나뉘고 동서남북의 색목으로 갈라져 아웅대며 살다가, 비로소 문명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설렘과 기대를 연암은 이렇게 요동벌의 한 울음에 담아냈다.
추사 김정희는 요동벌(遼野)이란 작품에서, 연암의 이 글을 떠올리며 "천추의 커다란 울음터라니, 재미난 그 비유 신묘도 하다. 갓 태어난 핏덩이 어린 아이가, 세상 나와 우는 것에 비유하였네"라고 노래했다.
千秋大哭場, 戱喩仍妙詮.
譬之初生兒, 出世而啼先.
지난 올림픽에서 프리 스케이팅을 마친 후 김연아 선수가 울음을 터뜨렸다. 우는 모습을 처음 봤다는 기자의 물음에, 그녀는 "이제 모두 해냈다는 생각이 들자 속이 시원해져 눈물이 나온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더할 수 없이 통쾌했던 것이다. 같이 운 국민 모두도...
▶️ 好(좋을 호)는 ❶회의문자로 女(녀; 사람, 나중엔 여자를 나타냄)와 子(자; 아이)의 합자(合字)이다. 어머니와 아들 혹은 여자와 남자의 두터운 애정이라는 데서 좋아하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好자는 '좋다'나 '아름답다', '사랑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好자는 女(여자 여)자와 子(아들 자)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여자와 남자가 함께 있으니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好자는 보통 이런 식으로 풀이를 하곤 한다. 하지만 好자는 본래 엄마가 아이를 지긋이 바라보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왜 母(어미 모)자가 아닌 女자가 엄마를 뜻하는지에 대한 반론 때문이었는지 母자가 들어간 㝀(좋을 호)자가 만들어져 있기도 하지만 쓰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好(호)는 성(姓)의 하나로 ①좋다 ②사이좋다 ③아름답다 ④좋아하다 ⑤사랑하다 ⑥구멍 ⑦우의, 정분, 교분(交分) ⑧친선의 정 ⑨곧잘, 자주, 걸핏하면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미워할 오(惡)이다. 용례로는 썩 좋은 상황을 호황(好況), 무슨 일이 잘 되어 가기 시작함을 호전(好轉), 사물의 사정이나 상태나 경기 등이 좋음 또는 잘 되어감을 호조(好調), 좋아함과 미워함을 호오(好惡), 친절한 마음씨 또는 좋게 생각하는 마음을 호의(好意), 좋은 평가나 좋은 평판을 호평(好評), 좋은 값을 호가(好價), 좋은 감정을 호감(好感), 좋은 일이나 일을 벌이기를 좋아함을 호사(好事), 여럿 중에서 가려서 좋아함을 선호(選好), 어떤 사물을 즐기고 좋아함을 기호(嗜好), 벗으로 사귐을 우호(友好), 사랑하고 좋아함을 애호(愛好), 성적이나 성질이나 품질 따위가 주로 질적인 면에서 대단히 좋음을 양호(良好), 더할 수 없이 좋음을 절호(絶好), 좋아하지 아니함이나 좋지 아니함을 불호(不好), 사이 좋게 지냄을 수호(修好), 좋은 일에는 방해가 되는 일이 많음을 이르는 말을 호사다마(好事多魔), 좋은 옷과 좋은 음식 또는 잘 입고 잘 먹음을 이르는 말을 호의호식(好衣好食), 살기를 좋아하고 죽기를 싫어함을 이르는 말을 호생오사(好生惡死), 남과 겨루어서 꼭 이기기를 즐기는 성벽을 일컫는 말을 호승지벽(好勝之癖), 학문을 좋아하여 책 읽기에 게으름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호학불권(好學不倦) 등에 쓰인다.
▶️ 哭(울 곡)은 ❶회의문자로 외친다는 뜻을 가진 吅(훤)과 犬(견)으로 이루어졌다. 개가 울부짖는다는 뜻에 사람이 슬픔에 겨워 울다의 뜻으로 변화되었다. ❷회의문자로 哭자는 '울다'나 '곡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哭자는 두 개의 口(입 구)자와 犬(개 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哭자의 갑골문을 보면 머리를 헝클어트린 사람 주위로 두 개의 口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상중(喪中)에 있는 사람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갑골문에서의 哭자는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곡하다'를 뜻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금문에서부터는 사람 대신 犬자가 쓰이면서 지금의 哭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哭(곡)은 (1)소리를 내어 욺, 또는 그 울음 (2)상례에서 사람이 죽었을 때 또는 제(祭)를 지낼 때나 영전에서 애고애고 혹은 어이어이 소리를 내어 욺 또는 그 울음 등의 뜻으로 ①울다, 곡하다 ②노래하다 ③사람의 죽음을 슬퍼하여 우는 예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옛날 장례 때 곡하며 따라가던 여자 종을 곡비(哭婢), 슬피 우는 소리를 곡성(哭聲), 소리내어 슬피 욺을 곡읍(哭泣), 국상 때 궁중에 모여 우는 관리의 반열을 곡반(哭班), 임금이 몸소 죽은 신하를 조문함을 곡림(哭臨), 조문함을 곡부(哭訃), 별자리 이름의 곡성(哭星), 상사가 났을 때 상제들이 모여 곡하는 곳을 곡청(哭廳), 소리를 높여 슬피 욺을 통곡(痛哭), 큰 소리로 섧게 욺을 통곡(慟哭), 하던 곡을 그침을 지곡(止哭), 밤에 곡함을 야곡(夜哭), 소리내어 슬피 울음을 읍곡(泣哭), 큰 소리로 곡함을 대곡(大哭), 장사를 지내고 돌아와서 정침에서 곡함을 반곡(反哭), 목을 놓아 욺을 방곡(放哭), 맞아들이며 곡함을 영곡(迎哭), 목놓아 슬피 욺 또는 그 울음을 호곡(號哭), 소리 내어 슬프게 욺을 애곡(哀哭), 근심하여 슬피 욺을 우곡(憂哭), 조상할 때에 한 차례 곡을 함을 일곡(一哭), 울어야 할 것을 마지못해 웃는다는 뜻으로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곡부득이소(哭不得已笑), 정신에 이상이 생길 정도로 슬피 통곡함을 일컫는 말을 실성통곡(失性痛哭), 가난으로 겪는 슬픔을 이르는 말을 궁도지곡(窮途之哭), 울려는 아이 뺨치기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불평을 품고 있는 사람을 선동함을 비유한 말을 욕곡봉타(欲哭逢打), 큰 소리로 목을 놓아 슬피 욺을 일컫는 말을 대성통곡(大聲痛哭), 하늘을 쳐다보며 몹시 욺을 일컫는 말을 앙천통곡(仰天痛哭), 한바탕의 통곡을 일컫는 말을 일장통곡(一場痛哭), 하늘을 부르며 목놓아 욺을 일컫는 말을 호천통곡(呼天痛哭) 등에 쓰인다.
▶️ 場(마당 장)은 ❶형성문자로 埸(장)은 통자(通字), 场(장)은 간자(簡字), 塲(장)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흙 토(土; 흙)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昜(양, 장)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昜(양, 장)은 해가 솟아오르다, 오르다, 밝다, 흙을 쌓아 높이고 위를 평평하게 하여 신을 모시는 곳으로 제단(祭壇), 나중에 그러한 넓은 마당, 장소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場자는 ‘마당’이나 ‘구획’, ‘장소’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場자는 土(흙 토)자와 昜(볕 양)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昜자는 햇볕이 제단을 비추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볕’이라는 뜻이 있다. 이렇게 햇볕이 내리쬐는 모습을 그린 昜자에 土자가 결합한 場자는 넓은 마당에 햇볕이 내리쬐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場(장)은 (1)장소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 (2)많은 사람이 모여 여러 가지 물건을 팔고 사는 곳. 지방에 따라 다르나 일반적으로 한 달에 여섯 번섬. 시장 (3)장날 (4)막보다 작은 연극 진행의 한 부분 어떤 한 막중 무대 정경(情景)의 변화가 없이 한 장면. 장면으로 구분한 부분 또는 이것을 세는 단위로도 쓰임 (5)물리학에서의 기초 개념의 하나. 고립된 물질이 공간에서 어떤 힘을 받았을 때, 공간 자신이 그와 같은 힘을 작용시키는 원인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지게 하는 것과 같은 공간 힘의 성질에 의하여 중력장(重力場), 전장(電場), 자장(磁場), 핵력장(核力場) 등으로 불림 (6)발생 초기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 기관의 형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도입된 개념. 기관의 재생에 관해서도 이 개념이 쓰임 (7)정신 현상이나 사회 현상이 생기는 전체 구조나 또는 상황을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이르는 말. 물리학에서의 장의 개념을 도입한 것임 (8)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마당 ②구획(區劃) ③때(시기), 경우 ④곳, 장소 ⑤밭, 논밭 ⑥들판, 일구지 않은 땅 ⑦무대(舞臺) ⑧시장, 장터 ⑨시험장(試驗場) ⑩신을 모신 곳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어떤 일이 이루어지거나 일어나는 곳을 장소(場所), 어떠한 장소의 겉으로 드러난 면 또는 그 광경을 장면(場面), 어떠한 처소의 바깥을 장외(場外), 어떠한 처소의 안을 장내(場內), 그 장면의 광경을 장경(場景), 시장의 시세를 장세(場勢), 도회지에 날마다 서는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을 시장(市場), 처하여 있는 사정이나 형편을 입장(立場), 무슨 일에 어떠한 사람이 나타남을 등장(登場), 많은 노동자를 써서 물건을 만들거나 가공이나 생산에 종사하는 시설을 공장(工場), 일이 생긴 그 마당을 현장(現場), 지금 바로 이 자리 또는 닥쳐 있는 현재를 당장(當場), 너른 마당이나 너른 빈터를 광장(廣場), 장내나 무대 등에서 물러남을 퇴장(退場), 물건을 파는 곳을 매장(賣場), 장내로 들어감을 입장(入場), 장면이 갈리어 바뀜을 장면전환(場面轉換), 과거 보는 자리에서의 득과 실이라는 장중득실(場中得失)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