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1일 강론>(2023. 12. 21. 목)(루카 1,39-45)
복음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39-45
39 그 무렵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40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41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42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43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44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45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하다.』
“그 무렵에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39-45)”
이 이야기는,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님에게 한 말들은
틀림없는 진리라고 엘리사벳이 ‘증언’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천사는 인류 구원에 관한 하느님의 뜻과 계획을 성모님에게
전해 준(루카 1,26-38) ‘첫 번째 증인’이고,
엘리사벳은 그 일을 다시 확인해 준 ‘두 번째 증인’입니다.>
그 일은, 어떤 일이 진실이라는 것을 확정 지으려면
둘이나 세 증인이 증언해야 한다는(마태 18,16; 신명 19,15)
율법에 연결되는데, 그 율법은 범죄 사실을 확정 지을 때뿐만
아니라 복음 선포에도 적용됩니다.
<예수님께서 사도들을 파견하실 때 둘씩 짝지어
파견하신 일도(마르 6,7) 바로 그 율법에 연결됩니다.>
그렇다면 성모님이 엘리사벳을 방문하신 일은,
“성령의 인도를 받아서 하신 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냥 단순히 인간적인 판단으로, 또 개인적인 이유로 방문하신
것이 아니라, 엘리사벳이 증언을 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
성령께서 인도하셨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활동을 시작하시기 전에 광야로 가셨을 때에도
‘성령의 인도’를 받으셨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마태 4,1).>
아마도 성모님께서는 ‘성령 잉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요셉 성인에게 알리셨을 것이고, 그 다음에 성령의
인도를 받아서 엘리사벳에게 가서 그 사실을 알리셨을 것입니다.
따라서 그 일은 단순한 친척 방문이 아니라, ‘기쁜 소식’을
선포하기 위한 일이었고, 성모님은 세상 사람들에게
복음을 선포한 ‘첫 번째 선교사’가 되는 셈입니다.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라고 단순하게 기록되어 있지만,
성모님께서는 의례적인 인사만 하신 것이 아니라,
‘성령 잉태’ 사실과, 메시아의 구원 사업에 관해서
천사가 알려 준 말들도 모두 전하셨을 것입니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라는 말은, 뜻으로는 “마리아가 전해 주는
‘기쁜 소식’을 듣자 엘리사벳은 크게 기뻐하였다.”입니다.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라는 말은, 엘리사벳의 큰 기쁨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고, 구원에 관한 기쁜 소식은
인류 전체에게 큰 기쁨을 주는 소식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이기도 합니다.
<물론 세례자 요한 자신의 기쁨도 나타냅니다.
“신랑 친구는 신랑의 소리를 들으려고 서 있다가,
그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크게 기뻐한다.
내 기쁨도 그렇게 충만하다(요한 3,29).”>
엘리사벳이 성령으로 가득 차서 큰 소리로 외쳤다는 말은,
성령의 힘에 사로잡혀서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외쳤다는 뜻이 아니라, 성모님이 전해 주신 기쁜 소식의 의미를,
‘성령의 인도’로 깨달았고, 믿었고,
그래서 기쁨에 넘쳐서 찬양했다는 뜻입니다.
<깨닫는 것까지는 성령의 인도로 이루어지는 일이겠지만,
믿고, 찬양하는 것은 인간 쪽에서 자유의지로,
또 능동적으로 하게 되는 일입니다.>
여기서 ‘여인들 가운데에서’는 ‘모든 사람들 가운데에서’입니다.
성모님은 남자들을 제외하고 여자들 가운데에서만 복되신 분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신 분입니다.
성모님이 가장 복되신 분이 되신 이유는, 하느님께서
구세주(메시아)를 세상에 보내시려고 한처음부터
뽑으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성모님 태중의 아기, 즉 예수님이 복되신 분인 이유는,
온 세상 사람들을 구원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내 주님의 어머니” 라는 말은,
“예수님은 나의 주님이신(메시아이신) 분”이라는
신앙고백이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한 말입니다.
엘리사벳은 예수님을 ‘내 주님’이라고 고백한
첫 번째 신앙인입니다.
<우리 교회가 성모님을 “천주의 성모(하느님의 어머니)” 라고
부르면서, 해마다 1월 1일에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지내는 것은 예수님을 하느님으로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교는 메시아 예수님을 하느님으로 믿는 종교입니다.
예수님을 하느님으로 안 믿는 종교는 이단입니다.>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라는 엘리사벳의 말은,
‘메시아 강생’에 대한 기쁨을 나타낸 말입니다.
따라서 ‘저에게’ 라는 말은, 뜻으로는 ‘저희에게’입니다.
<겉으로만 보면, 두 어머니의 만남이 성모님과 엘리사벳의
사적인 만남으로만 보이지만, 뜻을 생각하면, 메시아 강생이라는
기쁜 소식을 선포하기 위한 ‘공적인 방문’입니다.>
45절의 “행복하십니다.”는 “복되십니다.”로 바꿔야 합니다.
이 말은,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을 받으신 분이라는 찬양입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은 천사가 전해 준 말들을,
즉 인류 구원에 관한 하느님의 뜻과 계획 등을 가리킵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전해 준 말들 가운데에서, 성모님이 특별히
선택되었고, 은총을 가득히 받으신 분이라는 말은, 과거와
현재의 일을 나타낸 말이지만, 예수님의 잉태와 탄생,
또 예수님께서 하실 일들은 모두 미래의 일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일들까지도,
또 먼 미래의 일들까지도 모두 믿으셨습니다.
그래서 성모님은 복되신 분입니다.
[출처] 12월 21일 강론|작성자 송영진 모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