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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듯
그 말만 하고 병실을 나가 버리는 은유천이었다.
그리고 은유천을 뒤따라 나가는 이사랑.
날 몇 초간 쏘아보다가 그의 손을 꼭 붙들고 쪼르르…
병실을 빠져나가는 이사랑.
언제나 그랬듯 은유천이 내게 등을 보이면
난 눈물을 흘려야 하는 바보가 되어 버린다.
그런 규칙이 내 몸에 익숙히도 배인 듯
어김 없이 이러한 반응을 나타낸다.
나…다시 노력 할거야.
널… 깨끗히 잊을 수 있도록.
너와 나… 서로 모르던 그 때로 완벽히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게.
그 때까지만 눈물 쏟아 낼게.
+ 나에게 있어 눈물이란 너를 사랑했단 마지막 증거 +
★ 1주일 후
"돼지 같은 게 맨날 뭐 먹고 싶대.
너한테 지갑 통째로 맡겼다니? 웃기지도 않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같이 와 줬으면서.
투덜투덜 거리는게 구비연의 매력이지.
"그러게… 우리 떡볶이 먹고 갈까?"
"떡볶이? 좋지!"
"아줌마, 떡볶이 2인분 주세요! 여기서 먹고 갈 거예요!"
"오뎅 많이 넣고요! 국물도 많이요!"
벌써 꼬챙이 오뎅을 입에 물어 놓고선
오뎅을 찾아 대는 비연이.
뭐하나 먹을려 치면 완전 본전을 뽑으려고 한다니까.
"알았어. 많이 줄게!
1주일 세에 우리 집 단골 됐으니까!"
정말 아줌마 말대로 병원 앞 떡볶이 집에 단골이 되었다.
하루에 적으면 한 번, 많으면 다섯 번씩 왔다갔다하는
그런 곳이 된 이 떡볶이 집.
원래가 떡볶이를 좋아하는 나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떡볶이 중독자 마냥
떡볶이를 찾아 먹진 않는데
요근래엔 떡볶이 집이 자기 집인냥 찾아 들게 됐다.
그 이유는 비연이 말대로 돼지 같은
친구 녀석이 하나 있기 때문이었다.
돼지 같은 친구.
돼지 같은 류찬희.
맨날 떡볶이 사 와라, 순대 사 와라.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니며 류찬희의
주문에 응해주고 있다.
굳이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 가며 임신부의 구미를 자랑하는
류찬희에 심부름을 해주는 거냐면, 아프니까. 많이 아프니까.
나 때문에 다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류찬희였으니까.
"배에 거지를 키우는 게 확실해!"
"그러게… 정말 먹성도 좋아."
"어떻게된게 맨날 떡볶이 순대냐고!
정말 단순한 놈이라니까!"
"나도 떡볶이 순대가 제일 좋은걸."
"얼씨구. 너 왜 류찬희 안 헐뜯는데?
우리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너 왜 자꾸 이탈하는데?
왜, 한병원에서 1주일씩이나 지내다 보니깐 정 들었냐?"
"정?"
정… 정 들었나?
"그럴지도 모르지."
내 이 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게 다시금 조잘 거리기 시작하는 비연이.
"너 그 말뜻은… 류찬희를…."
"그런 거 아니야. 우린 친구니까.
그리고 나 때문에 병원신세를 지게 됐는데
내가 어떻게 나몰라라해?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우린 친구사이니까."
이렇게 못을 확 박아 놓고 웃어 보이자
수긍의 의미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비연이.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쑤시개를 입에 물곤
또 다시 조잘 거린다.
계속 조잘 거려서 소화 다 되겠다.
"너 친구 친구 하다가 자기,
여보 되는 거 몰라? 딱 그 분위기인데! 기대하겠어!"
대체 뭘 기대하겠다는건지.
"구비연!"
"난 류찬희 찬성!"
"뭐가 찬성이라는거야?"
"류찬희가 네 남자친구 되는 거!
나 그거 찬성. 진하 친구라서가 아니라,
류찬희 걔 얼굴도 그 정도면 반반하고,
남자가 남자답기도 하고, 성격도 좀 괜찮은 거 같구.
뭐 음식 밝히는 게 좀 흠이기는 하지만.
그리고 결정적인 건 은유천 보다 낫다는거."
...........
......
.....................
"이렇게 말하면 네 기분 안 좋을거라는거 아는데.
너한테 은유천은 정말 아니올시다야.
절대로 안 어울려. 깨지기 정말 잘했어!"
...........
......
.....................
"응. 네 말대로 나 은유천이랑
깨진 거 정말 잘한 것 같아."
"……."
"너도 알지?
나 은유천이랑 함께 하면서
웃은 날 보다 운 날이 더 많았던 거."
"걔가 인기가 많으니까.
네가 좀 피곤했지.
걔랑 너랑 사귄다는 소문 퍼졌을 때
여선배들이 너 가만 안두려고 작정하고 덤볏었잖아.
그거 걔가 막아 주긴 했었지만."
"…응. 그랬어."
그 때 내가 위험에 처해 있을 때 영화에서나
볼법했던 슈퍼맨이 내 눈 앞에 쨔잔하고 나타났었지.
그리곤 여주인공을 보호하지. 멋지게… 눈부시게…
현란한 싸움실력을 발휘하면서 말이야.
"내가 또 괜한 얘길 꺼내 가지고… 미안해."
웬만해서는 자기가 먼저 사과 안 하는 비연이인데…
뭐가 그렇게 미안한 건지 대뜸 사과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미안해 할 필요없어.
어차피 다 예전 일이잖아? 그리구 나…."
"……?"
"은유천 잊고 있는 중이야."
많이 힘들 거 같은 데
한가지 한가지 해보려구.
은유천이란 이름 세글자를 나에게서 지우기까지 걸리는 그 시간이,
은유천이란 사람의 향기를 나에게서 지우기까지 걸리는 그 시간이,
은유천이란 사람과의 추억을 나에게서 지우기까지 걸리는 그 시간이.
내가 죽어 다음 생… 그러니까,
환생 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될지라도…
나 잊을 거야. 잊고… 좀 웃을래.
자꾸만 인상 쓰니까…
내가 할 줄 아는거라곤 인상 쓰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애.
내가 할 줄 아는거라곤… 그 애를 생각하면서 눈물만 짜는 거 같애.
★
"자."
네가 아침부터 먹고 싶다던 떡볶이랑 순대야.
"거기 놓고 가. 나 지금 열 받았어."
"너 또 게임해?"
"어. 그거 놓고 가."
침대를 톡톡 두드리며 이거 놓고 가라고.
정말 너 그래 봤어. 맨날 게임 밖에 할 줄 모르지?
어떻게 네가 그렇게 좋아한다는 떡볶이랑 순대를 게임이란것 때문에
이렇게 외면 할 수 있는 건지.
덩달아 내 마음도 상하고. 그래, 속상하고.
"너 이거 꼭 다 먹어야돼."
"걱정마. 다 먹고 또 사다 달라고 할 테니!"
"오늘은 이게 끝이야!
사달라면 내일 사달라구해. 이 게임중독자야."
"차효주, 삐졌냐?"
뭐래? 삐졌냐? 내가 이까짓 게임 하나에 삐질리가 있냐구.
"나 갈게. 게임이나 실컷 하면서 혼자 잘 놀아 보시지."
"차효주, 삐졌네."
...........
......
.....................
류찬희의 일순위 게임을 끄다니.
...........
......
.....................
"……."
"차효주는 게임을 왜 싫어할까 몰라. 진짜 재밌는데."
바스락 바스락 거리면서 내가 사 온, 아니,
비연이랑 같이 사온 떡볶이랑 순대를 꺼내어 먹는 찬희.
맛있는 표정까지 지어 보인다.
정말 이럴 때 엄마가 된 기분을 만끽 할 수 있다.
자기 자식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며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엄마의 느낌이랄까? 덩달아 배가 부르는듯한 느낌?
"너도 먹어."
내게 순대를 들이밀며 말하는 찬희.
난 싫다고 고개를 저었다.
"나 먹었으니까, 게임중독자님이나 많이 드세요."
"너…."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찬희였다.
그 표정은 대체?
"아니라더니."
"뭐?"
"아니라더니."
지금 얘가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왕따 맞았네."
"……."
"진하가 짐작은 했었지만
내 기분이 그리 썩 좋지만은 않네.
다음부턴 혼자 먹지 말고 이 오빠를 초대하도록해.
단! 회 같은 거, 생선 같은 거 먹을땐 초대하지 않아도 돼."
방금 이 말을 하면서 생선을 생각했는지
몸을 푸르르 떠는 찬희였다.
정말… 너 지금 뭐하는거니?
정말 저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잘한다 정말!
"누가 왕따라고 그래?
너 정말 웃긴다, 자기는 게임중독 자면서!"
"야. 우리 아직 그런 사이 아니잖아."
또 다시 심각한 표정을 짓는데.
오늘따라 이상한 소리를 너무 많이 한다니까.
"우리 서로 자기, 자기 할…."
"아, 정말 못살아! 순대나 먹어!"
그렇게 대뜸 소리쳐 놓고
류찬희의 병실에서 나왔다.
쿵소리 나게 문도 닫아 주고,
그렇게 쿵쿵 거리며 복도를 거닐어 내 병실 앞에 도착했다.
역시… 내 병실이 최고야.
아까, 류찬희 병실에선 게임기 냄새가 났었어.
흥. 게임기 주제에 내 친구를 앗아 가다니.
네가 사람이었음 어떻게든 내 친구에게서 널 떼어놓고 말거야.
"……?"
[양파 먹지 말고 이거 먹어]
웬 침대 위에 상자가 있기에 열어 봤더니…
그 상자는 다름 아닌 아이스크림 케이크 상자였다.
혹시 이거 직접 만든 건 아니겠지?
하는 착각 마저 일게 만드는 서툴고 서툰
데코레이션이 눈에 들어왔다.
삐뚤삐뚤하게 초코렛으로 써져 있는… 이 글…
맨날 내가 우니깐 양파 먹는 줄 알았나보다.
자기는 게임중독자 주제에…
손가락으로 스윽 아이스크림을 퍼서 입에 넣었다.
달콤한 이 맛…
양파맛이랑은 감히 비교도 할 수 없는 맛…
있잖아. 찬희야.
나 네가 준 이 아이스크림 먹으면 잊을 수 있을까?
눈물나게 매운… 양파의 그 맛을 잊을 수 있을까?
+ 세상이 정전이 되어 깜깜할 때 제일 먼저
너에게 달려가서 촛불을 켜 줄 수 있는
그런 친구가 되어 줄게 +
첫댓글 후후 1빠네요 ^^ 재밌어요~~ 찬희랑 효주 어울려요 ^^
효주불쌍해요~ㅠ
진하는 요즘안나오네요 ㅋㅋㅋ
아 .. 5번째 안에 들었당 ㅎㅎㅎㅎㅎ 너무 오랜 만에 오시니까요 !!!!! ㅠㅠㅠ 그래도 소설을 짱 ! ㅋㅋㅋㅋㅋ
유천이랑효주는이제어떻게되는건지 ㅋㅋㅋㅋ
궁금짱
유천이가 양파군하ㅋㅋㅋㅋ
찬희 호감 굿.. 허허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