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1일(토)에 오카리나 마을 신년연주회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예의상 오카리나 마을에도 후기를 게재해 드려야겠지만 저 알아보시는 분도 얼마 안되실뿐더러 회원가입하는 것을 호환 마마 전쟁만큼이나 귀찮아 하기 때문에 까페에 올리고 입 쓱~~~
1. 줄거리
서울대에서 버스 한정거장 반 거리에 살고 있기에 손쉽게 연주회장인 서울대에 갈수 있는 점을 이용해 참석했습니다. 내내 따뜻하다가 토요일부터 조금씩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군요. 특히 일요일 연습모임에는 그야말로 코 떼어가는 칼바람까지 불더라구요. 그런데 서울대 구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잘못내려서 무려 20분이나 헤메다가 간신히 도착했습니다. 군대에서 오카교를 전도한 결과 1년 3개월빠른 고참에게 오카리나의 존재를 알려주었고, 결과 오카리나 마을에서 활동을 하더군요. 그 양반 전역한 이후로 처음 만나보는 기회가 되고 이런 저런 일로 겸사겸사해서 갔습니다.
역시 오카리나 연주회는 입추의 여지 없이 관객들이 들어차더군요. 특히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콘서트홀이라는 연주회장 특성상 공학적인 고려를 한 설계를 귀가 먼저 알아듣더군요. 멋있는 공연이었습니다.
특히 지역모임에 국한되지 않은 오카리나 마을 전국 지역모임이 합심해서 추진한 공연이라서 그런지 각지의 고수님들의 연주를 들을 흔치않은 기회였습니다. 이번 오카리나 공연의 특징은 MR(마스터 레코딩. 보통 가수들 음반을 사면 인스트루멘털이라고 해서 노래는 안나오고 반주만 수록한 경우를 볼수 있는데 음성채널을 빼놓은 상태 혹은 주 멜로디를 빼놓은 상태로 반주로 쓸 수 있죠)을 사용하지 않은 실반주 공연으로 희귀성에서 특기할만한 공연이었습니다. 실내 관현악을 위해 부채꼴 모양으로 음악대학내 설치된 그야말로 럭셔리한 공연장에서 엠알 반주가 아닌 실반주로 음향장비 없이 들려오는 생반주를 생각해보시길... ^^ 마치 공짜 부페 초대된 느낌이었답니다. 특히 3억원짜리 시커멓고 반짝거리는 스타인 웨이 피아노의 길쭉하고도 압도적인 위용은 피아노에 미친 청년 대굴이의 마음을 쿵쾅거리며 흔들어놨답니다.
2. 감상포인트 및 배울점들
아무래도 공연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태에서 들으러만 가서 그런지 보고도 놓친 요소들이 많았는데 이 감상후기를 쓰기 위해서 오카리나 마을의 다른 분들의 후기를 참고한 점이 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ㄱ. 완전 MR없는 실반주 공연
우선 공연의 가장 특기할만한 점은 뭐니뭐니해도 아직 시도된반 없는 완전 실반주를 이용한 오카리나 공연이라는 점이죠. 마이크라고 해봐야 2부의 두루 공연에서 창 하시는 분이 에라디야를 할때 쓴 것 말고는 전혀 안쓰더라구요. 완전 실반주 공연이라는 것이 가지는 무게는 매우 크다 하겠습니다. 오카리나가 다른 악기와의 조화가 실제 무대에서 어느정도 통하는지를 가늠할수 있는 데이터가 되기 때문이죠.
이번 공연 같은 경우는 공연장의 퀄리티가 그 조화를 충분히 담보해주었기 때문에 여러가지 다른 요소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만 오카리나의 본래 음색이 굳이 음향장비를 통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듣는이의 심금을 울릴수 있는 가능성 있는 악기라는 점에서 점수를 높게 주고 싶습니다. 뿐만아니라 처음 시도되는 실험적인 형식이라는 점에서 공연 기획을 하시는 분들같은 경우에는 참고할만한 여지가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연의 성공여부와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한발짝 앞으로 내딛은 그 경험의 가치라는 것은 절대 무시하지 못하거든요.
반면에 음향장비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 큰 플러스 요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다른 악기들과의 음량 밸런스 문제는 숙제로 남습니다. 상당히 많은 경우 오카리나 소리가 자연스럽게 귀에 흘러들어오는 반면에 일부 연주에서는 오카리나의 음색을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찾아서 들어야하는 점이 몰입을 방해하게 하더군요.
여러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오카리나 마을 분들은 호흡량이 적게들어가도록 개량을 한 악기에서 찾기도 하더군요. 확실히 2002년 이전의 오카리나 제작 추세상 호흡량이 많은 악기가 호소력 있게 들렸다는 의견을 피력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으신 전성융님께서 연주하신 기타반주 연주곡-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같은 경우는 반주악기가 기타 한가지 뿐이기 때문에 좀더 생각해볼 여지가 있겠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단일악기 반주에 오카리나 1관으로 연주한 연주곡인 김진욱님의 비창소나타 2악장이나 강나루님의 Galoche같은 경우 확실히 오카리나가 훨씬 돋보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현악 4중주 반주팀의 반주를 통한 곡들 같은 경우에는 현악기들의 특성상 지속되는 선율이 오카리나의 울림을 먹어버리는 듯한 효과를 발견했습니다.
실반주가 주는 화려한 느낌이 굉장히 좋았지만 오카리나 특유의 울림음색을 위해서는 약간의 이펙트 효과가 필요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ㄴ. 외부팀 섭외의 중요성
이번 공연의 경우에는 실반주위주로 갔는데 17곡의 레파토리중에서 11곡을 외부팀 섭외가 들어간 레파토리였습니다. 그 중에서 7곡을 앞서 말씀드린 현악팀의 반주로 사용하였고, 2부의 4곡은 퓨전 국악그룹인 '두루'와의 합동공연 형식으로 갔습니다.
얼핏 들은 이야기로는 현악팀과의 호흡은 리허설 동안 몇번 맞춘것인 전부이고 실제로 1부 공연이 끝나자 그 분들은 다른곳으로 이동했습니다. 본래 생음악을 좋아하는 대굴이인지라 이분들이 해주신 반주는 그야말로 최고였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외부팀이다보니 함께 맞춰볼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 듣는 사람 입장에서가 아니라 막상 공연을 뛰어야 되는 연주자 입장에서는 참으로 심장떨리는 일이었을것입니다. 아쉽게도 아마추어 동호회다보니 발생하는 문제인 음악 전공자가 많지 않다는 것, 오카리나 말고 악기 다룰줄 아는 분이 적다는 것이 문제죠.
2인 듀오 피아노곡을 연주해본 입장으로서는 팀에 대한 신뢰감이라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더군요. 팀에 대한 신뢰감이란 다른 팀원이 실수 하지 않으리라는 기대와 함게 반복된 연습으로 인한 편안함 또한 이 편안함이 무대에서의 몰입을 쉽게 해주죠. 아무리 완벽한 프로팀이 반주를 해줬다하더라도 반복된 합주 연습의 안정감을 따라갈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두번째로 '두루'팀과의 공연은 보기 드문 퓨전 국악에 오카리나가 합세한 보기 드문 공연이었습니다. 다만 태평소와 피리(국악기)의 음량이 너무 커서 오카리나 소리가 많이 묻히는 느낌이었습니다. 두루팀과의 레파토리는 4곡이었는데 캐논 변주곡 D장조는 나무랄데 없는 훌륭한 연주였습니다. 그냥 듣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른 곡들도 훌륭한 연주였는데 오카리나의 소리가 거의 묻혀서 많이 아쉬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카리나의 음량이 작은 것을 음향장비로 맞춰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외부팀 섭외의 중요성은 공연의 완성도 예술성을 높여주는 좋은 시도임에는 틀림이 없겠지만 지금까지의 오카리나 공연과는 다른 '밸런스'와 '예측불허의 상황'을 컨트롤 해야되는 숙제를 안겨주는 힘든 과제가 아닐수 없습니다. 그런점에서 오카리나 마을 공연 기획운영진들의 노고가 절로 그려집니다.
ㄷ. 운영진들의 추진력
이번 오카리나 마을 공연은 지역단위 공연이 아닌 전국의 동호회급의 공연이었습니다. 서울에서 공연했지만 서울마을의 레파토리는 일부분이었습니다. 지역모임에서 팀을 짜서 공연곡을 준비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사람들의 사정을 맞춰야하는 힘든 일이었을것입니다. 공자님께서 말씀하셨듯 '잘 아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만 못하'듯이 오카리나에 대한 애정없이는 힘든 큰 규모의 사업이었습니다. 다시한번 운영진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엠알을 쓰지 않는 공연이라는 고집을 관철하고 실현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달랑 무대 한번 서 본 대굴이로서는 알수 없는 일입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3. 마치며
올해 오카리나 까페(서울클럽)에서 공연을 기획중이라고 하는데 무대에 공연한번 올리는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고 또한 좀 오래된;;; 운영진들께서 생업에 바쁜 것 또한 알지만 예전의 화려했던 나날들을 기억하는 분들을 위해서 반드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입니다.
또한 좀 연령대가 젊으신 20대 초반의 회원들께서 공연에 적극참여해주셨으면하는 바램도 있습니다. 새로운 연주자 풀의 영입이란 참으로 중요한 과제인 것 같습니다. 무대위에 서는 것 뿐만 아니라 무대를 준비하기 위한 과정에서 끓어오르는 피를 느낄 수 있습니다. 무대 경험 한번은 일취월장하는 실력을 보장합니다. ㅎㅎㅎ 그럼 저는 이만 ^^
참고자료 - 레파토리 목록
1. G선상의 아리아 - 허은정 (현악팀 반주)
2 .Eres Tu - 인천마을 (현악팀 반주) - 카톨릭 성가곡이죠. '이제와 항상 영원히~~'
3. Java Jive - 서울마을 (피아노 반주) - 경쾌한 재즈곡입니다.
4. 비창 소나타 2악장 - 김진욱 (피아노 반주) - 원곡악보를 통째로 조옮김해서 반주제작
5. 기도 - 허은정 (현악팀 반주) - 해신 OST
6. 서른 즈음에 - 김진욱(현악팀 반주)
7. 잊어야한다는 마음으로 - 전성융(기타반주)
8. Galoche - 강나루 (피아노 반주)
9. 학교 가는 길 - 강나루 (현악팀 반주)
10. 그대는 눈물겹다 - 전성융 (현악팀 반주) - MC the MAX
11. Time to say goodbye - 광주마을(현악팀 반주)
12. Scarborough Fair - 원주마을(피아노 반주)
13. 아름다운 세상 - 부산마을(드럼 건반 일렉 반주)
14. Canon in D - 백승수, 윤제민 (가야금 바이올린 첼로)
15. 제주의 왕자 - 두루 (가야금 바이올린 첼로 타악)
16. 어럴럴럴 상사리 - 두루(가야금 바이올린 첼로 타악 소리 징 피리 태평소) - 농요
17. 아리랑 - 두루(상동)
첫댓글 좋은 곡도 많았지만 마지막 두곡이 오카리나소리는 전혀 안 들려서..-_- 안타깝게도 돌아가는 귓가에는 태평소 소리만 맴돌더군요. 어럴럴러 상사리~
어느 쪽으로든 우리쪽이 공연 준비하는 데 꽤 시사하는 점이 많았던 공연이었죠.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 공연이었지요... ^^ 대굴이님이 쓰신 공연후기는 대체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고민거리를 제시하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고민들이 이루어지다 보면 훨씬 훌륭한 오카리나 공연들이 만들어 질것이라 믿습니다... ^^
음 .. 못가서 아쉬웠는데. 3월 공연은 멋지게 해보세. ㅎㅎ
어허허~ㅋ 이 정도까지 정보를 뽑아내가실 줄이야^^;;; 의미 하나하나 설명하기 귀찮아서 안 하고 있는데, 훌륭하십니다^^ 다음부터 더 머리좀 써야겠는걸요^^ㅋ 3월 공연때 꼭 갈게요^^
시사하는 점이 많았다는 말이 가장 기분 좋네요^^
저도 그자리에 참석했습니다. 저같은 초보에게는 현악반주의 한곡한곡이 감동이네요 ^^
좋은 공연리뷰 잘 보고 갑니다.. 제가 운영하는 카페에 참고자료로 퍼갑니다^^
확실히 클래식쪽이나 합주쪽을 공략하는 것이 요즘 트렌드인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