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수전노
아침 햇살이 정원의 한쪽에 퍼지고
주변에 있는 나무에 부드러운 빛을 반사하고 아지랑이가 피고 있다.
현관의 양쪽 울타리를 꾸미고 있는 침정향이
봄의 발소리를 몰래 잠입하듯이 작은 꽃을 몇 개 피우고 있다.
현관으로부터 문에는 밤이슬을 맞은 수석이 빛나고
그 양측을 덮은 각종 초목이 큰 정원석과 조화를 이루며 심어져 있다.
정원과의 구분은 참대나무의 작은 가지를 작은 종려나무로 묶은 울타리가
아주 새롭게 아무래도 이 집이 유복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문기둥은 우러러보듯이 하얀 신불상이다.
오른쪽에 두꺼운 노송나무판에 검은 글씨로
미타무라 상사주식회사의 문자가 보이고
왼쪽에는 이 집 주인 미타무라 키요시의 표찰이 걸려 있다.
미타무라 키요시의 집은 도심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이케가미선의 나까하라역으로부터 남쪽으로 걸어서 10분,
윗 이케가미의 고급주택가에 있다.
대지 6백평 건평 85평 집도 정원도 사치를 다해서 지었다.
키요시는 이 고급집에서 금융과 부동산의 2개의 간판을 갖고
정식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못빌리는 상점, 작은 공장 사람을 상대로 장사하고 있다.
사계절의 푸름으로 둘러싸인 화려한 고급집도
10일에 1할이라고 하는 폭리가 떠받치고 있다.
이러한 토지도 건물도 장사상의 신용을 얻기 위해서 필요한 도구에 불과했다.
그리고 사는 집을 빼앗긴 자 또는 자살로 내몰린 사람들에게는
악마의 동굴같은 고급집일 것이다.
가족은 내연의 처 다무라 게이코와 두 명뿐이다.
야마구치라고 하는 청년이 사무원으로서 왕래하는 이외에
일하는 사람도 없다.
게이코는 비서 겸 사무원으로서 일하고 충실하게 일해주고 있다.
키요시의 아버지는 군마현 이세사키 출신으로
어머니는 대만에서 살았던 중국인이다.
게이코의 입적이 아직 안 된 이유는
이러한 사실을 게이코에게 알려지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게이코를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언제라도 정식 부인으로 맞이하고 싶었다.
그러나 모친이 대만인이라는 것을 게이코가 알면
그녀는 자신의 곁을 떠나 갈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키요시에게는 두려웠다.
그런 면도 있는 한편 키요시는 돈에는 지독했다.
하루에 필요한 경비만 게이코에게 주었다.
물건을 사도 영수증을 갖고 오게 시켰고 남은 돈은 전부 회수했다.
물론 게이코에게 용돈 등은 한 푼도 주지 않았다.
키요시의 한 팔인 사무원 야마구치 신은
전쟁 중 탄환의 파편으로 왼팔을 잃은 남자다.
그 때문에 직장을 못찾고 전쟁 후 잠시 암거래로 입에 풀칠하고
같은 동료인 키요시와 알게 되어
대부대상자의 재산상태 조사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가난한 야마구치에게는 처와 2명의 애가 있다.
급료가 적은 데다가 일급제이기 때문에 매일매일의 보수로는 부족해서
키요시로부터 돈을 빌리고
그 이자분은 매일 밤늦게까지 잔업을 해서 갚는데 충당하고 있다.
미타무라 상사에는 출장소가 있다.
장소는 이세사키시에 있다.
키요시는 그 마을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마쳤다.
본점의 위에 이케가미는 3인이지만
이세사키시에는 출장소장에 야마모토 야스오, 사무에 아라키 미츠루가 있다.
두 명은 말하자면 야쿠자로
불량대부로 변제할 수 없는 채무자가 있으면
협박하고 강제로 담보를 잡고 손해금을 빼앗는 냉혈한들이다.
두 명은 키요시의 지시에 따라 어디라도 징수하러 가서 그 수수료로 생활하고 있다.
키요시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돈을 쫓고 있다.
생활도 불규칙하고 안색도 나쁘고 체력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이 아침도 6시에 일어나 대부대장을 뒤지면
담보 물건의 토지의 처분에 머리를 굴렸다.
키요시는 7시 반에 출근한 야마구치와 채무자 조사의 일로 협의를 했다.
협의 도중 그는 화장실에 들어갔다.
복도 길을 걸을 때 갑자기 현기증이 났다.
복도의 기둥에 몸을 맡겨 기분을 진정시켰으나 그대로 무너지듯이 쓰러졌다.
그때 키요시는 28세였다.
게이코는 복도의 소리를 듣고 곧바로 그곳에 급히 달려갔다.
쓰러져 있는 키요시를 안아 일으키려 했으나 남자의 몸은 의외로 무거웠다.
그녀는 큰소리로 “사장님, 사장님, 쇼씨 쇼씨“라고 부르며
”야마구치씨 와 줘요... 사장님이, 사장님이 큰 일.....“
이미 깜짝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야마구치는 게이코의 심상치 않은 외침에
현관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사무실로부터 안색이 변해서 날아왔다.
그는 키요시의 머리에 손을 대자 심장에 귀를 댔다.
야마구치도 어쩔 줄을 몰랐다.
게이코는 잠시 서 있다가 정신을 차려 사무실로 돌아가 119번에 전화했다.
구급차의 싸이렌이 아침 고급주택가의 정적을 깨뜨렸다.
키요시를 태운 구급차는 제2 케이힌 국도를 달려 이케가미의 구급병원에 섰다.
그는 4층의 개인실에 옮겨져 숙직 의사의 진찰을 받았으나
몸가짐을 정돈할 틈도 없었던 게이코는
긴장으로 창백해져서 인사불성에 빠져있는 키요시의 모습을
방의 구석에서 선 채로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생과 사의 골짜기
병원의 창을 통해서 부드러운 봄의 햇살이
침대에 누워있는 의식불명인 키요시를 따스하게 싸고 있다.
그리고 왼팔에는 링거 바늘이 확실하게 반창고로 고정되어
링겔의 용기가 매달려서 조용히 줄어드는 모습은 키요시의 증상을 가르키는 듯 하다.
머리맡에는 게이코가 꽃꽂이한 하얀 백합의 가늘고 긴 꽃잎이
키요시의 병상을 걱정하듯이 머리를 기울이고 있다.
수전노에 철저하고 악착스러운 키요시,
무자비한 키요시도 병에는 이길 수 없었나보다.
지금은 완전히 의식불명이다.
그리고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라고
헛소리를 하며 무언가에 겁을 먹고 있는 듯하다.
의사는 맥박을 짚으면서 회중시계의 초침을 쫓고 있다.
곁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은 허둥대고 있어도,
주변은 초를 재는 시계 소리만이 귀에 울려 온다.
곁에는 사무원 다무라 게이코와 야마구치 신이 걱정스럽게 숨을 죽이고
의사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조용히 긴장한 공백의 시간이 흘러간다.
간호사의 "선생님 절대안정이네요.“
라고 환자의 핏기를 잃은 새파란 안색과 여윈 입술을 보고 의사에게 갔다.
“그렇네. 외부에서 주는 자극에도 전혀 반응이 없으니까.
좀 더 상태를 보지 않으면 뭐라고 말 할 수 없구나.”
라고 혼잣말처럼 말하고 있다.
게이코는 키요시의 머리맡에 앉아서
“사장님, 사장님”
하고 불렀다. 역시 얼굴 표정은 변하지 않는다. 대답도 없다.
게이코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슬픔의 눈물이 한줄기 두줄기 뺨에 흘렀다.
게이코는 이것을 닦으려고도 하지 않고
키요시의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미움을 넘어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것이었다.
“이것으로 끝나 버리고 마는 것인가. 나는 어떻게 해.
인생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것일까.
나는 어떻게도 할 수 없다.
신이시여 키요시씨를 도와주세요. 구해주세요.”
게이코는 눈을 감고 기도하는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야마구치도 너무나 놀라,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른 채 혈색을 잃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다른 것은 생각할 여유도 없이...
검은 돔(dome) 속에서
그즈음 키요시는 검은 돔 속에서 아침 종을 치는 듯한
‘강강’ 하는 진동음을 들으며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이대로 죽고 마는 걸까.
무서워서 머리에 대고 있는 손을
첫댓글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