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지타국에 계실 때 편발범지라는 바라문이 있었다. 그리고 그 나라에 사가타비구라는 스님이 계셨다. 편발범지는 거대한 코브라를 키웠다. 그 코브라가 얼마나 크고 길었는지 사람들은 그 뱀을 용이라고 불렀다.
범지는 그 코브라를 길들였다. 그리고 불교승려들을 위협하였다. 스님들이 아침마다 걸식을 나가는데 아예 그 집 쪽으로는 방향조차 잡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 소식을 들은 사가타비구가 그 집을 방문해 하룻밤 유숙하기를 청하였다. 범지는 오늘 너의 제삿날이다고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그 스님을 안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튿날 멀쩡하게 걸어 나온 사가타비구의 발우에는 그 코브라가 물뱀처럼 잡혀 있지 않은가. 범지의 신호로 사가타비구를 공격하였지마는 그 비구의 신통력으로 꼼짝없이 잡히고 말았던 것이다.
이것은 마치 일본이 사명대사를 태워죽이고자 방바닥을 불로 달구었지만 아침에 고드름을 수염에 매단 모습을 보인 것과 같다. 그런 일로 인해 편발범지는 그 사가타스님의 진실한 신자가 되었다.
어느 날 사가타비구가 멀리 만행을 떠났는데 하필 그때 부처님이 그 마을을 지나가시게 되었다. 편발범지는 나무 밑에서 쉬고 계시던 부처님을 찾아가 간절히 자기 집으로 초청하였다. 부처님은 그의 정성을 받아들여 대중들과 함께 그 범지의 집으로 가서 쉬시었다.
오고가는 상인들에 의해 멀리서 그 소식을 전해들은 사가타비구는 편발범지 집에 계시는 부처님을 뵙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갔다. 하지만 며칠 계실 줄 알았던 부처님은 하루만 주무시고 바로 제자들과 같이 벌써 다른 곳으로 떠나시고 없었다.
사가타는 너무 허탈하였다. 그래서 슬피 울었다. 그것을 본 범지가 그의 기분을 달래주려고 술을 내왔다. 사가타비구는 그 술로 허탈감을 달래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는 것이다. 그때 비구는 아침 한 끼만 먹었다. 그런 빈속에 밤새도록 들이킨 술은 그를 결국 인사불성으로 만들고 말았다. 그는 술에 완전 취했다.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렸다. 눈앞도 어질하고 가슴도 답답하였다.
벌써 아침이 되어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 인파를 헤집고 사가타비구는 사찰로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였다. 사람들이 그를 흘깃거리며 이리저리 피해 갔다.
그는 마침내 길거리에서 구토를 하였다. 머리를 깎고 황색가사를 걸친 스님이 술에 취해 길가에 엎드려 꿱꿱거리는 그 행태는 차마 봐서는 안 될 더럽고 추잡한 볼썽사나운 모습이었다.
불교가 일어나기 전에 모든 외도의 수행자들은 머리를 기르고 흰 옷을 입었다. 그래서 부처님은 그들과 구별하도록 특별히 당신 제자들에게 황색가사를 입히고 머리를 깍도록 하였다.
그런 불교의 수행자 하나가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그 모습은 사람들에게 더 없이 흉스럽고 해괴하게 보였다. 길을 가던 사람들이 모두 다 욕을 하고 손가락질을 하였다. 결국 그 소리는 얼마 뒤 부처님께 들어갔다. 부처님은 그 사실 확인을 위해 그를 불렀다.
"사가타비구여. 들리는 소문이 사실인가?"
"사실입니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은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런 행위는 수행자의 위의가 아니다. 부처의 제자가 행하는 위의가 아니다. 이제부터 내 제자는 술을 마셔서는 아니 된다. 품위와 체통을 지켜라. 누구든지 술을 마시면 니살기바일죄에 걸린다. 명심하라.
이렇게 해서 불음주라는 계율이 니살기바일죄인 단타로 내려지게 되었던 것이다.
ㅡ계속ㅡ
출처: 대승기신론 해동소 혈맥기 7_공파스님 역해_운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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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의 불음주 계율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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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거대한 코브라를 길들이고 바라문까지 개종시킨 사가타비구가 부처님께 불려간 심정은 어땠을까...
벌써 11번째 법문이네요.
봄비내리는 아침. 문득
자경문, 발심수행장, 유언경까지 역해하신 분이 폼나는 안전빵을 버리시고 민감한 음주 문제를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다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생각해봅니다.
불음주 계율을 완전 분해를 해버리시네요. 이런 내용이 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어지는 다음 편도 궁금 속에서 기다려집니다.
글 올려주시는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