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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갇힌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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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아뜨리에,.. 애송시 스크랩 시인통신 외 / 임보시집 <은수달 사냥>에서
동산 추천 0 조회 96 09.10.04 19:39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은수달 사냥    '혼을 실은 가락'

 

- 독자를 위하여

 

시는 노래다.

시는 ‘진술되는 언어’가 아니라 ‘읊어지는 언어’다.

읊어진다는 것은 음악적인 가락에 실린다는 뜻이다.

진부한 얘기라고 생각지 말라.

언어가 가락을 안았을 때 가슴 속에 파고드는 마력

지닌다. 우리는 이미 다 아는 스토리의 소설

「심청가」를 들을 때 가슴이 더욱 뭉클함을 느낀다.

우리의 가슴을 찌르는 것은 ‘의미’에 앞서 ‘가락’이다.

현대시가 운율을 배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 것은

외형적 율격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보다 자유스러워

지고 싶다는 의지이지 운율 자체에 대한 거부는 아니다.

그러기에 자유시에서도 내재율을 문제 삼지 않는가?

자유시도 내재율뿐만 아니라 율격과 압운 등의 외형률

얼마든지 포섭할 수 있다. 시에서의 운율의 관리는

시인의 역량에 속하는 문제이다. 운율은 시의 무기다.

 

시는 영혼의 노래다.

시가 지닌 메시지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시인의 ‘혼’

담고 있는 것이어야 한다. 가락에 실린 모든 글이

시일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러한 소치 때문이다.  

시 속에 담긴 시인의 ‘혼’은 바로 ‘시정신’인데 이는

사물에 대한 시인의 ‘성(誠)’이며 ‘도덕률(道德律)’이

바탕이 된다.

시인은 세계에 대한 개성적 도덕률을 지닌 자다.

그래서 시인은 장인(匠人)이 아니라 도인(道人)이다.

영원히 죽지 않을 영혼의 시를 원하는 자는 우선

‘시인’될 일이다.

시는 곧 그 ‘시인’이 낳은 영혼의 노래다.

말로는 이렇게 쉬우나 어찌 시인 되는 일이 그렇게

쉬울 것이며, 설령 얼마쯤 시인에 가까워졌다 손치더

라도 어찌 그의 노랫가락이 천만 사람의 가슴을 울릴

명창이 다 될 수 있겠는가?

 

나 역시 한 30년 시공부를 해 오지만 시의 길은 갈수록

멀고도 험하기만 하다. 더러 강한 가락(律)을 빌어,

아직 설익은 생각들을 조급하게 기워 세상에 드러내

보이지만 이 얼마나 어리석고 어리석은 부끄러운

일인가? ‘혼’이 담긴 시는 아직도 멀기만 하다.

 

1988년 가을 북한산 곁에서  林 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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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통신 -시집을 뿌리며 / 임보  

 

 

시집 『木馬日記』를

한 짐 지고

우체국으로 가네,

 

나는 봉투를 쓰고

아내는 우표를 붙이고

조선 팔도에

내 시집을 뿌리네,

 

전라도 목포로

강원도 강릉으로

점촌, 청주 멀리 제주까지

숨어 사는 고독한 시인들을 찾아

내 피의 노래를 실어 보내네,

 

어제는

그들이 보내온 시집들이

나의 잠을 깨웠는데

오늘밤은

나의 이 『木馬日記』가

그들의 서재에 혹

말굽소리로 다가가길 꿈꾸며,

 

읽는 이 없는

이 노래들을 허공에 뿌리네,

늙은 아내도

미친 남편 곁에서

영문도 모르고 그렇게 따라 하네. 

 

 

- 回信을 받으며

 

 

팔도에 뿌린 내 시집

『木馬日記』가

흥보네 제비 박씨를 물어오듯

반가운 회신들을

매일 날라오네,

 

전라도 어느 시인은 「兩班打作」을

충청도 어느 시인은 「山中問答」을

경상도 어느 시인은 「버팔로 이야기」를

강원도 어느 시인은 「律」연작을

즐겨 읽었다는 소식들,

 

나이답지 않게

칭찬에 귀를 세우다니 이 무슨 망발인가?

아닐세, 꾸며 짓지 말 것일세,

나는 아직도

미워하는 이보다는 사랑 주는 이 좋고,

굶는 것보다는 배부른 게 즐겁고,

꾸짖음보다는 칭찬이 맘에 들거늘,

기우는 그 마음 기운 대로 두는 것이

이 아니 천진인가?

 

잔치라도 한판 벌이고 싶구나,

내 시 읽고 좋다는 팔도 사람들

한 마당 모아 놓고

걸굿이라도 한판 치고 싶구나,

 

   동동주에 용수 박고

   미나리에 홍어무침

   달을 잡아 등을 매고

   임방울네 북장구로

   적막강토 밟고지고

   무진 세상 울려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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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論 / 임보   

 

한 소년이

시인은 무엇하는 사람이냐고 묻기에

아름다운 노래 만들며 살아가는

제법 멋있는 사람이라고

일러 주었다.

 

한 청년이 또

시인은 무엇하는 사람이냐고 묻기에

과학자가 현미경이나 망원경으로도

볼 수 없는 그런 것까지 보고 가는

눈이 깊은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한 장년이

그런 질문을 또 하기에

가난하게 살지만

세상을 여유있게 하는

다정하고 게으른 사람이라고 했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며 지나갔다.

 

한 노인이 멈춰 서서

소매를 붙들고 또 그렇게 물었다,

‘정말 시인은 무엇하는 놈들이냐’고

 

‘죽음을 너무 일찍 깨우친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놈‘이라고

그의 막힌 귀에 대고 악을 썼다.

  

 

 

  

 

눈밭에 서서 / 임보  

 

지난 이른 봄에

친구 따라 팔도 명승지를 돌면서

내가 얼마나 산과 물을 모르고 살았던가

무척 부끄러워했다.

 

지난여름엔

우이동(牛耳洞) 숲속을 혼자 헤매면서

내가 얼마나 저 수목들의 이름에 눈이 어두운가

심히 뉘우치기도 했다.

 

지난가을엔

내 집 뜰 한 귀퉁이에서

시들어 가는 이름 모를 풀잎을 보며

그놈이 한해살이인지 여러해살이인지 몰라

못내 안타까와도 했다.

 

그런데 이 겨울

저 눈밭에 나가 서 보고

내가 살았던 한 해가 얼마나

헛된 것이었던가를 드디어 보았다.

 

그놈들이 무슨 이름을 달고 있든

내가 그놈들을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아무 상관도 없는 것을

공연히 쓸데없는 데 마음을 쓰면서

한 일 년 허송세월한 것을

비로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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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를 등에 지고 / 임보  

 

충청도 강청(江淸) 산골

옥매원(玉梅園)이란 매화밭에 가서

조선종 단엽설백매(單葉雪白梅)를

서울 시인 몇이 만지다가

마음이 가려워 와서

몇 마리씩 다투어 낚아 왔다.

 

나도

주인 곽(郭)씨가 마당 한귀퉁이 흙 속에

깊이 묻어 감춰 둔 못생긴 한 늙은 놈 골라

등에 지고 돌아오는데

주인이 그렇게 애석해 하는 꼴을 보면

묵을수록 귀한 것도 세상엔 더러 있기는 있는 모양,

우리의 육신도 나이 들어 홈이 패고

검버섯이 돋아 매화등걸처럼 될 때

누가 우리들 볼 비비며

곁에 두고 저렇게 반겨 주겠는가?

 

하기사 모를 일일세

우리도 저놈들처럼 묵은 등걸에

청아한 꽃잎 몇 송이 매달고 가다 보면

이 세상 눈먼 자들은 몰라도

혹 天上의 어느 매화밭 주인이

눈독들여 두었다가

볕 환한 자리에 옮겨 심을는지……

 

옥매원에서 조선종 단엽설백매(單葉雪白梅)

그 묵은 놈 하나 골라

등에 지고 돌아오는데

공교롭게도 매화꽃잎 같은 눈발이 북천(北天) 가득 몰려와

온 세상을 가득 덮은 것은 무슨 연고인고?

옳거니, 그것이 그러한 천상(天上)의 소식을

이렇게 땅이 꺼지도록 알리는구나.

나는 등에 진 매화 궁둥이를 몇 번 두들기며

길을 재촉해 천상의 꽃잎을 밟고 돌아왔다. 

 

 

   

 

梅花 / 임보  

 

지난 이른봄 동대문 근처에서 어정거리다

한 시골 아낙이 매화 몇 그루 안고 졸고 있기에

제법 밑둥 굵은 놈 하나 골라 데려와

아내 눈치보며 안방 머리맡에 앉혀 놓고 지켰는데

그 놈이 마른 가지 끝에 봄을 몰아 눈을 틔우는데

처음엔 분홍 좁쌀알로 며칠 밤 몸부림을 치다가

그 꽃눈이 토함산 해돋이짓을 하며 점점 터져나오는데

그 포르스름한 백옥 다섯 잎이 다 피었을 때는

한 마리 나비로 검은 등걸에 앉아 있는 셈인데,

그런 나비가 꼭 다섯 마리 앞 뒤 가지에 열렸다 지면서

방안에 사향분 냄새를 쏟아 놓고 갔는데

이것이 무슨 시늉인가 두고두고 생각해 보았더니

옳거니, 내 아내가 내게 시집오기 전에 지녔던

그 갸름한 눈썹허며, 그 도톰한 흰 종아리허며,

명주실 같은 목소리 허며

이런 것들이 제법 간드러지게 나를 불렀는데

촌수로 따지자면 이놈의 그 나비 시늉도 내 아내가 뿜어대던

그 부름인가?

아니면 내 아내가 미리 이 꽃시늉을 훔쳐 그리했던 것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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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달 사냥 / 임보  

 

경상남도 통영군 한산 앞바다 비진도(此珍島)라는 외로운 섬에 갔더니, 기미년(己未年)에 태어나 일흔 해 동안 섬을 지킨다는 김근찬(金今瓚)옹이 수달을 잡고 있었다. 바닷가 먹바위 곁에

홀로 앉아 동백나무 몽둥이 하나 들고 수달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도, 제왕의 수염을 잡고 흔들 만한 어느 희빈의 밑자리에나 깔림직한 귀하디귀한 백호 은수달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달이 문어 고기를 좋아해서 문어를 잡는 날이면 바위 위에 올라 앉아 문어를 즐기는데, 잘못하면 그 문어발이 수달의 눈동자를 파고 들어 눈을 멀게도 하므로 수달이 문어를 씹을 때는 항상 눈을

감는다고 했다. 그러니 문어를 먹는 수달을 만나기만 하면 동백나무 장대 하나로도 놈을 너끈히 잡을 수가 있다고 장담을 했다.

김(金)옹의 움집에서 하루 저녁 얻어 자며 무학 막소주 둬 홉쯤 고소한 청태에 싸서 서로 나우었을 때 그는 그렇게 수달 잡는

얘기를 해 줬다. 그동안 몇 마리나 잡았느냐고 물었더니, 한참 있다 빙긋이 웃으면서 그도 그의 조부에게선가 증조부에게선가 그런 얘기를 듣고 기다리다 어느덧 한평생 보냈노라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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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초 書房 海里 ―律 17 / 임보 

 

세이천(洗耳泉) 오르는 솔밭 고개 

바다만큼 바다만큼 난초(蘭草)밭 피워 놓고 

한란(寒蘭), 춘란(春蘭), 소심(素心), 보세(報歲) 

흐르는 가지마다 그넷줄 얽어 

구름을 박차고 하늘을 날다 

빈 가슴에 시가 익으면 

열 서넛 동자놈 오줌을 싸듯 

세상에다 버럭버럭 시를 갈긴다.

 

 

 

 

부르크 실즈 ―律 19 / 임보  

 

나이 오십이 다 되어

부르크 실즈를 처음 보았네

 

친구가 보낸 사진엽서로

그 예쁜 종아리도 보았네

 

미국애 치고는 꽤 괜찮은

그런 년이라고 했더니

 

중학생 문방구 책받침에도

팔리고 팔린 얼굴이라네. 

 

YES!

 

月岳山 ―律 22 / 임보  

 

11월

월악(月岳)에서

첫눈을 만났는데,

 

천지가 눈에 묻혀

산도 보이지 않는

구름 같은

눈바람 속에서

 

달을 보았는데

칼처럼 솟은

쪼개진 달을 보았는데,

 

눈 속에서

산을 잃고

떨어진 달만

만지고 왔는데. 

 

 

Owl Family

 

 

裸月 ―律 26 / 임보 

 

 

달이 왔네,

벗은 달이 왔네,

 

우리 첫날밤

어둠을 밝히던

그대 젖무덤 같은

환한 달이 찾아왔네,

 

가세,

달 따러 가세.

창을 열고

숲을 제치고

사다리 놓고

올라가세,

 

늑대여,

입이 큰 늑대여,

네 목으로

저 달을 흔들어라,

 

아, 달이 가네

달이 가네

벗은 몸으로 그냥 가네

토라져 그냥 가네.

 

 

 

 

오동의 말 ―律 29 / 임보 

 

시인아, 이 못난 시인들아, 

온종일 술만 죽여 무엇하리 

건너 마을 꽃각시나 하나 얻어 

세상 얘기 묻어 두고 그거나 보지 

소나무 가지 너머 보라꽃 오동 

봉황을 기다리다 남의 말 하네.

 

 

Krishna collection.

 

 

동무 줍기 ― 律 31 / 임보 

 

 

길을 가다

서점에 들러

시집을 찾네.

 

먼지 끼어

보는 이 없는

무명 시인의 꿈,

 

갱지 몇 장에

접혀져 있는

고독한 인생,

 

사람들은

기분도 좋게

야구장에 가는 날,

 

어두운 책방에

쪼그려 앉아

동무를 줍네.

 

 

 

ghaderi dervishes

 

 

대칭 ― 律 34 / 임보

 

어이 된 일인가 참 이상도 하네

같은 눈에 같은 코를 지녔는데

벌들은 꿀을 찾아 꽃밭에 들고

파리는 어이해서 시궁창에 가나?

 

허기사 우리들도 마찬가지네

어느 놈은 돈 찾아 시장에 들고

어느 놈은 배 곯으며 시나 쓰네

그러니 그놈이 그놈 아닌가?

 

 

 

 

그물을 던지며 ― 律 35 / 임보  

 

그물을 던지네

어제는 남한강(南漢江)

오늘은 한탄강

강 따라 옮기며

그물을 던지네

 

아니

어제는 종로통에서

오늘은 미아리 근처에서

빈 그물만 끌어올리네

 

던져도 던져도

잡히지 않는 고기,

어느 분은 사람을

낚으라 했지

 

그물에 혹 세상이 걸려들면

그 큰 걸 어이 걷어 올리지?

 

벼릿줄에 말뚝이나 박아 놓고

심심 산천에 금이 가도록

육자배기나 한바탕 뽑아낼 거야. 

 

 

 

 

 

韓 권사님 ―律 40 / 임보 

 

우리 동네 한 권사님은 인테리 할머니 

구황실 때 전라도 갑부의 딸 

東京女專에서도 날렸던 인재 

성경도 목사님보다 더 잘 알고 

매일 새벽기도도 빠진 적 없어 

그런데 하느님, 그 한 권사님이 

주무실 데 없어서 걱정이어요. 

아들도 딸들도 많이 있지만 

주무실 데 없어서 걱정이어요.

 

 

goldfish

  

 

하느님이 만일 ― 律 42 / 임보  

 

하느님이 야구장에 오시면

아마도 배꼽을 빼실 거야

공과 방망이만 가지고도

그렇게 신나게 노는 놈들 보고

허리가 꺾어지게 웃으실 거야

 

하느님이 여의도쯤 와 보시면

정말로 상을 찌푸리실 거야

권모와 술수로 얼굴을 가린

말과 행동이 다른 정상배들 보고

주리를 틀 놈들 하고 꾸짖으실 거야

 

하느님이 만일 내 다락방에 오시면

나 보고는 무어라 이르실까

밤늦도록 소주나 홀짝이며

시 나부랭이 쓴다고 뒤척인 걸 보고

못난 놈 못난 놈 하고 혀만 차실 거야.

 

 

 

Girls just wanna have fun.

 

 

참 이상해 ― 律 46 / 임보 

 

참 세상은 이상해

미국과 소련은 왜 싸우지?

 

참 사람들은 이상해

왜 그렇게 많이 가지려 하지?

 

참 나도 이상해

지나가는 예쁜 여자들 왜 그렇게 보지?

 

 

 

 

 

 

한계령에서―律 50 / 임보 

 

아흔 아홉 굽이를 돌아 올라

한계령 산마루 휴게실에서

우동 국물 마시며 내려다보네

해발 9백도 이리 신나거늘

9천쯤 올라서면 얼마나 할까?

누구는 동산에 올라 나라 좁음을 보고

태산에 올라 세상이 좁다 했거늘

하느님 내려다보신 그곳은

얼마나 얼마나 기똥찰까?

하기야 너무 높아 우리 눈으론

안 보일 거야, 아무것도 안 보일 거야.

 

 

 

 

 

 

 꺼욱꺼욱 ―律 51/ 임보

 

 

사랑 고백 같은 건

난 안 할 거야

한평생 묻어 둔 걸

인제 해 뭘 해

그 얘긴 그냥 품고

산천 갈 거야

동지섣달 쌓인 눈

그거나 녹여

떠 가는 가마귀 떼

불러 모을 거야

꺼욱꺼욱 꺼꺼욱

나도 꺼꺼욱

그렇게나 숨어서

목이 쉴 거야.

 

 

 

 

 

쇼핑 ㅡ律 53 / 임보

 

롯데 백화점 층계에서

한 여자를 기다리네,

詩 몇 편 팔아 얻은

기만원 주머니에 넣고

약속한 시간보다 미리 가

서성이고 있네,

 

꽃 같은 여인들 구름처럼

흘러가는데

눈에 익은 그 얼굴

눈에 띄지 않네,

진열장 속의 진주도 보고

관광 안내양 곁에 걸린

진부령 스키장도 구경하면서

분침이 서른 번을 더 돌도록

기다리고 섰네,

못생긴 늙은 여인 하나

기다리고 섰네,

무어 하나 사 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짜증난 얼굴로 기다리고 있네.

 

장미 꽃다발 같은

여인 군단의 홍수 속에

무엇이 하나 밀려 오네,

눈썹도 입술도 그릴 줄 모르는

박꽃처럼 주름진 아내의 얼굴

버스 속에 갇혀 한 시간이 늦었다고

숨을 헐떡이며 미안해 하네,

 

위층 아래층 오르내리며

진기한 상품들을 구경하네,

이것도 보고 저것도 만져 보고

보았던 것 다시 가서

또 한번 쳐다보고

무릎이 시도록 돌고 도네,

여자와 함께 물건 사기

다시는 안 하리라고

오늘도 예전처럼 또 후회하며

속으로 속으로 결심 결심하네,

 

한 둬 시간 그렇게 돈 뒤

아내가 결정한 건 겨우 세 가지

막내 실내화에, 시어머니 목도리

그리고 제일 비싼 건 남편 것으로

칠첩반상기 도자기 주발……

당신 것도 하나 골라 보라고

미안한 마음으로 그렇게 권해도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다고

고개만 설레설레 흔들고 있네,

 

간이식당 내려와 우동국물 마시며

주름 얼굴 지우고 옛날을 보네,

성깔도 몸매도 백합이던 처녀

무엇이 그를 예까지 데려왔나?

금은보화 산해진미 쌓인 집에서

우동국물 홀짝이며 아내를 보네

막내 덧신 보듬고 콧물 마시네.

 

 

 

  In honor of E. Van Mieghem, painter in Antwerp. 
He painted the harbour of Antwerp and the peop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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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10.04 22:59

    첫댓글 수십년 해 온 시 공부..아직도 험란하다는..그렇게 공부라도 하셨으니 할 말도 많으실터..어쩌다 몇줄 긁적이는 무식쟁이..망둥이 같은 저같은 사람은..흉내도 제대로 못내니..그도 부끄러움입니다만..아마추어니..하면서..피할 수 없는 시인님의 눈길을 읽습니다..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하는 운명을 봅니다..추석은 잘 보내셨나요? 감사드립니다..늘..^^

  • 09.10.05 01:49

    다른날들은 글은 읽는둥 마는둥 .그래도 다시한번 읽어바도 잘몬알아들엇어요 .컴에선 닉네임만 알고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어른신인지 젊은이인지 몬알겟어요 .동산 선생님은 젊은 아줌마이신줄알았습니다 .멋진 풍경사진만 보고 아줌마라고 생각했는지 무식용감인 정말이상한 나자신 입니다 .오늘은 사진을 직접 보여주시니 ...글도 어렵지않고 재미있습니다 .. 멋진글 .사진 .감사드립니다 ....안녕줌세요

  • 09.10.05 02:24

    정말 이상해요 .글을 읽은데 ..음악을 듣는거같아요 ..신기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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