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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심심찮은 문학기행 ㅡ
논두렁에서도 철학이 탄생한다!
ㅡ 첫 날ㅡ
늦가을 어느 날 아침에 ...
저의 인생의 멘토이신 부산시 영재교육진흥원의 조갑룡 원장님으로부터 반가운 연락을 받았습니다. 홍콩 출장 중이신 바쁜 일정 중에서도 저를 생각해서 해외에서 연락을 주시니 그 감동이 두 배였습니다.
이번 주말에 1박2일 일정으로 문학기행을 가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저는 너무 반가운 마음에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덜컥 가겠다는 대답을 하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을 대할 때,
선생님이 행복해야 아이들에게도 행복한 에너지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마침 문학과 예술의 영감이 절실히 필요하던 찰라였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신문발행과 신입기자 면접시험, 기자단 캄보디아 봉사탐방 준비까지....
그 많은 일들을 해내기 위해서는 메마른 가슴을 문학기행을 통해 좋은 기운으로 가득 채워야 또 신나게 해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11월 25일 금요일 밤부터
소풍가는 아이들처럼 설렘으로 들떠서 문학기행에서 뵙게 될 작가들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50페이지 가까운 자료를 메일로 미리 보내주신 조갑룡 원장님 덕분에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하시는 점은 저도 배워야 할 부분이라 반성을 했습니다.
우선, 동행하시는 이미도 선생님 책부터 다시 읽었습니다. 몇 년 전 큰딸 학교에서 강의를 들었을 때의 그 감동을 되새기며, 이런 대단하신 분과 문학기행을 함께 한다는 사실에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습니다.
토요일 첫 일정으로 뵙게 될 조정래 작가님의 태백산맥은 우리 애들이나 제자들에게 고등학교 입학 전에는 반드시 읽게 하는 책이라 더 반가웠습니다.
곽재구 작가님의 '사평역에서' 를 시작으로,
'곽재구의 포구기행', '우리가 사랑한 1초들', '아기참새 찌꾸' 등에도 빠져들었습니다.
'기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로 시작하는
국어 교과서에도 실린 그 유명한 시 사평역에서... 얼마 전 고등학생 제자에게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를
임철우 작가가 '사평역'이라는 소설로
다시쓰기 했다고 하니,
그럼 저작권료를 받았을까요?
라고 해서 작가님을 만나면 꼭 여쭤보겠다고 한 적이 있는데,
미처 여쭤보지는 못했지만 조갑룡 원장님께서
미리 답을 주셨습니다.
두 분이 친분이 두터운 관계이시라고...
그러니 그 질문은 피했답니다.
그리고 둘째 날 뵙게 될 김승옥 작가님의 무진기행을 다시 읽으며...
무진의 안개에 갇혔다가,
'나에게 필요한 무진은 어디일까'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박재삼 시인의 '울음이 타는 가을 강' 을 다시 읽으며, 늦가을 밤을 붙태웠습니다.
11월 27일, 새벽부터 부산하게 움직여서 이번 문학기행에 함께 하실 분들을 만났습니다.
이런 훌륭한 분들과 1박2일로 문학기행을 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차에 타자마자 이미도 선생님께서 직접 사인까지 하신 책 선물을 주셔서 감동했습니다.
제 이름과 꿈나무 기자단에 대한 응원의 글까지 미리 적어서 주시다니...
저자 사인책을 받는 그 기쁨이란...
제가 준비해간 이미도 선생님의 그 유명한 책 '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 라는 책에도 사인을 받아서 날아갈 듯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그 후, 차에서부터 작가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선생님들도 이렇게 열심히 공부를 한다는 것을 학생들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특히 '사평역에서'의 시를 노래로 만든 어느 가수의 곡까지 담아오셔서 들려주신 조갑룡 원장님께 감탄을 했습니다.
첫 일정으로,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 작가가 살았던 선암사를 들렀습니다. 조정래 작가의 아버지가 당시 선암사의 주지스님이었기에 작가는 이곳에서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된 것입니다.
비가 올듯말듯 흐린 가을 하늘,
이른 아침이라 인적이 드문 늦가을의 선암사는 단풍을 떨군 채 조용한 산사의 고즈넉함으로 우리 일행을 숙연하게 했습니다.
선암사 입구에 도착했을 즈음 최현주 연수원 원장님께서 허리를 굽히시길래 뭐하시나 하고 쳐다보니 길에 떨어져있는 종이를 아주 자연스럽게 주우시더군요.
그리고는 그것을 휴지통이 있는 곳까지 십 분 이상을 들고 다니시더군요.
순간 그 모습에서 무한한 감동이....
제가 그걸 미처 발견하지 못한 죄송한 마음과 고마움이 함께 했습니다.
저런 훌륭한 분이 부산 교육을 맡고 계시니 우리 부산의 미래가 밝은 듯 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 후 선암사 입구에 있는,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건넌다는 그 유명한 승선교를 지나서,
대웅전 앞 좌우를 지키고 서 있는 삼층석탑을 둘러본 후, 선암사에서 꼭 가봐야 할 특별한 곳인 해우소에 갔습니다.
선암사에는 목놓아 울어도 된다는 특별한 해우소가 있습니다. 다음에 목놓아 울고 싶을 때 조용히 한 번 더 가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선암사의 유물인 수로와 거대한 바위에 조각된 마애불!
이곳은 펌프 하우스의 반미희 대표님 덕분에 구경하게 된 것이라 더욱 감사했습니다.
동절기에는 수로가 얼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는다고, 내년 4월에 다시 오라는 스님의 말씀을 전해주시는 반미희 선생님의 밝은 미소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보고 싶은 것을 찾아다니며 보는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행복한 미소였습니다.
그 후 전문가 입장에서 보는 좋은 그림은 어떤 그림이냐는 저의 질문에,
"각각의 그림에는 잘 그린 그림, 열심히 그린 그림이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이게 좋은 그림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열심히 그린 그림도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
고 하셔서 순간 울컥했습니다.
지금까지 기자단을 이끌어 오면서 제가 늘 고민하던 점을 이 한마디로 해답을 주셨습니다.
잘하지는 못해도 12년 동안 열심히 봉사를 했으니, 앞으로 완벽하게 잘 하려고 하면서 스트레스는 받지 않아야겠습니다.
어느덧 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여 우산을 펼쳤는데, 조봉권 국제신문 문화부장님의 우산이 너무 독특해서 한참을 보았습니다.
비를 피하는 기능만을 가진 단순한 우산이 아니라 한 편의 명화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저런 우산은 도대체 어디에서 사는지 궁금해서 여쭤보니,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르느와르전을 할 때 거금을 주고 사셨다고 합니다. 우산의 그림은 '르느와르의 퐁네프'라고 귀띰을 해주셨습니다. 인터넷으로 사면 절반 가격으로 살 수 있는데, 문화부 기자로서 취재를 갔다가 일부러 구매를 했다는 말씀에 문화를 정말 사랑하는 기자님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가는 차 안에서 전문기자로서, 우리 꿈나무 기자단의 활동에 대해 많은 조언과 용기를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제가 지금 잘 가고 있는지, 능력이 부족하여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은 아닌지 늘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었다고 하자,
지금까지 잘 하고 있다고 격려를 해주셔서 다시 용기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산사를 걸어내려오는데,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형제가 나란히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보통 산사에는 어른들만 오든지 가족과 함께 오는 경우가 많기에 저도 참 궁금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신 조갑룡 원장님께서 그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셨습니다.
너희 둘이 여기는 어떻게 왔냐고...
그 아이는 망설임없이 대답했습니다.
"그냥 왔는데요..."
"맞다. 좋아하는데 무슨 이유가 있겠노? 그냥 좋은 거지. 누가 나한테 집사람이 어디가 좋냐고 묻던데, 그냥 좋은 거지. 좋아하는데 무슨 이유가 있겠노" 하시며 소탈하게 웃으시는 원장님.
순간 저는 명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도 '그냥 좋아서' 하는 문학기행입니다.
늦가을 비를 맞은 터라 추위에 언 몸으로 곽재구 작가님께서 추천해주신 벌교의 대표음식인 꼬막정식집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찾은 곳은,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 문학관!
이곳은 2년 전에 다녀갔지만, 그때는 일행들이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 자세히 보고가지 못해 늘 아쉬웠는데, 이번은 문학을 사랑하시는 분들과 함께라서 너무 좋았습니다.
세계 석학들이 뽑은,
죽기 전에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선정된 책이 태백산맥과 박경리 작가의 토지 !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태백산맥을 능가하는 책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1894년의 동학농민운동을 배경으로, 여순사건, 한국전쟁까지의 방대한 우리나라 근대사를 다양한 시각으로 아우러는 작가의 통찰력에 매번 놀랍니다.
자료 준비 기간 4년, 집필 기간 6년! 총 10년의 세월을 들여서 완성한 태백산맥은 그 후 이적성 시비에 오랫동안 휘말리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지켜낸 책이기에 작가님께 늘 감사하며 읽게 됩니다.
또, 태백산맥 문학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백두대간의 염원을 담은 세계 최초, 최대의 원형 옹석벽화와
작가의 육필원고 16.500매,
그리고 독자 필사본입니다.
'필사는 정독 중의 정독이다'라는
작가님의 말씀에 따라 총10권의 책을 모두 필사한 작가의 가족과 독자들의 필사본을 보면서, 숙연한 마음으로 저 자신을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음 일정으로는 순천문화예술회관에서 곽재구 작가님을 만났습니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사평역에서'와 '포구기행'이 수능 문제에서도 자주 출제되어 학생들에게도 친숙한 작가입니다.
지난 번 영재원에서 만났을 때와는 또 다른 작가의 매력에 반했습니다.
비가 내리자 친절히 우산을 씌워주셔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작가와 같은 우산을 쓰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빗길을 걷는다는 것....
소녀처럼 가슴이 마구 두근거렸습니다.
곽재구 작가님과 함께 순천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와온바다'로 가는 길 중간중간에는 논두렁길이 나왔습니다.
이번 문학기행에서 2일 동안 계속 스타렉스 차를 운전해주시고, 우리의 전일정을 완벽하게 준비해주신 강병수 교감선생님께서 논두렁에서 큰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좁은 논두렁길을 가고 있는데, 맞은 편에서 작은 트럭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쪽이 이미 도로 진입을 절반 이상 한 상태이기 때문에 상식적인 측면에서는 상대편이 차를 후진해줘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트럭은 끝까지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할 수 없이 우리 쪽에서 한참을 후진하여 그 차가 지나가도록 해줬습니다.
그 상황에서 강병수 교감선생님께서 보여주신 침착함과 상대에 대한 배려에 감동을 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이런 말씀을 하시면서 더 큰 감동을 안겨주셨습니다.
" 차라리 트럭을 본 순간부터 내가 먼저 후진을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상대가 비켜주리라 생각해서 더 가는 만큼 내가 후진해야 하는 거리가 더 멀어진 것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상황에서 상대를 욕하기 바빴을 텐데, 논두렁 위에서도 삶의 지혜를 터득하시는 인품에 그저 놀랐습니다.
뒤이어 곽재구 작가님의 말씀,
"순천 사람들이 대부분 저러지 않는데, 순천 사람인 제가 대신해서 사과드립니다. 그 상황에 대해 해명을 한다면, 논두렁길은 농로이기 때문에 농부들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한 듯 합니다."
그제서야 우리 일행은 고개를 끄덕이며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렇게 문학기행은 논두렁에서도 삶의 철학을 터득하게 되니 이 어찌 감동스럽지 않는가요?
그렇게 논두렁길을 달려서 작가님이 추천해주신, 순천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인 '와온바다'에 도착하여 일행은 감탄사를 자아냈습니다.
작가님의 설명에 의하면 '와온'이란 이름은
누울 와 따뜻할 온...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 기가 막히게 잘 지었다며 이구동성으로 감탄했습니다.
우산이 뒤집힐 정도의 비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일행은 작가님의 설명을 들으며 '나름 작품사진' 찍기에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그날의 최고의 작품은 이미도 외화번역가님의 개구쟁이 포즈입니다.
이 작품은 곧 발간 될 이미도 작가님의 책 표지 그림이 될 터이니 기대하시길...
그 후 곽재구 작가님과 함께 바다가 보이고 따뜻한 벽난로가 있는 예쁜 찻집으로 가서 작가님께 책사인도 받고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각각의 독자에게 꼭맞는 너무나 위로가 되는 글을 남겨주셔서 그 또한 감동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차를 마시며 나눈 첫마디가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다' , '쉽게 쓰는 글이 아닌 힘들게 쓰는 글이 되어야 한다'고 하시며 인도에 가신 이유를 설명해 주셨답니다.
그리고 작가님이 독자와의 만남을 꺼리는 이유가 독자들에게 혹시 실망을 줄까 두렵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작가로 살아가는 삶의 무게와 작품에 대한 고뇌를 들으며, 최근에 읽었던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와 베니스의 죽음이 떠올랐습니다.
작가는 평범한 삶을 살아서는 좋은 작품이 탄생할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어떤 작가는 책이 출간되기 전에는 손목이 잘리는 악몽을 꾼다고 하니, 독자 앞에 책이 나오기까지의 힘든 과정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신문발행을 할 때 인쇄소에 넘긴 이후의 그 긴장감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님과의 만남을 통해서 큰 위로를 받는 정말 가슴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작가님도 이번 문학기행 일행에게서 좋은 기운을 느꼈다고 하셔서 더욱 흐뭇했고, 우리 기자단을 응원해주시는 글도 남겨주셔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 후에 작가님이 추천해주시는 식당으로 가서 함께 먹은 저녁밥은 글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로 너무 맛있었습니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숙소인 순천만 부근의 순천에코촌에서 간단한 다과를 즐기며 나눈 뜻깊은 대화 또한 잊을 수가 없습니다.
특히, 오늘 대입 면접이라 오후에 순천에서 합류한 박진희 입학사정관님의 고뇌에서, 우리나라 교육의 희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성적만이 아니라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과 봉사 부분 등 그 학생의 숨은 잠재적인 면을 보고 선발하려고 한다는 말씀에, 우리 꿈나무 기자단 활동을 자세히 설명해드렸더니 그런 학생이 진짜 멋진 학생들이고, 앞으로 그런 다양한 활동을 한 학생들을 선발하겠다고 하셔서 너무 뿌듯했습니다.
ㅡ둘째 날ㅡ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서 순천문학관으로 향했습니다.
순천문학관에는 순천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방이 있는데, 오세암의 정채봉관과 무진기행의 김승옥관이 초가지붕 밑에 소담하게 꾸며져 있어서 무척이나 정겨웠습니다.
순천만 옆의 갈대숲에 자리하고 있기에 늦가을 정취와 이른 아침의 새소리, 보일 듯 말듯한 운무에 휩싸여 무진기행의 그 몽환적인 분위기를 느끼기엔 충분했습니다.
이곳에서 찍은 강병수 선생님의 논두렁길 위를 자전거 타고 가는 사진은 길 위에서 만난 최고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간 포착도 능력임을 알았습니다.
미리 약속한 10시가 되자 김승옥 작가님이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김승옥 작가님은 2003년에 동료 문인인 이문구 소설가의 장례식장에 다녀오는 길에 갑자기 뇌졸증으로 쓰러지셨답니다.
현재 말씀을 못하시는 상황이라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대화가 아닌 글로써 의사전달을 하시는 상황이라 조심스러웠지만, 우리 일행을 너무나 행복한 표정으로 밝게 맞아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저 상황에서도 저렇게 밝은 미소를 보일 수 있는 것은 어떤 힘일까요?
문학의 힘일까요?
삶에서 체득하신 연륜일까요?
무언의 대화에서 느낀 그 감동은 백 마디의 말보다 더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조갑룡 원장님과 강병수 교감 선생님께서 준비하신 선물을 전해드렸더니, 환하게 웃으시며 몇 번이나 고맙다고 하셔서 보는 제 마음까지 환해졌습니다.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그 진리를 다시 가슴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순천문학관과 주변 순천만을 잠시 산책한 후 삼천포로 달렸습니다.
삼천포 노산공원의 박재삼 문학관에는 다른 문학관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공간이 있어서 시인을 더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너무 가난해서 제 나이에 학교도 다닐 형편이 안 되어서 학교 소사로 일을 했다는 시인은, 가난한 일상적인 체험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로 표현을 하셨습니다.
바다가 낳은 시인,
'울음이 타는 가을 강'
한국 서정시의 맥을 잊는 시인을 통해서 언어의 힘을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후 박재삼 문학관 직원이 소개해준 시장통의 작은 분식점에서 이미도 선생님의 내면에 있던 아름다운 인간미를 볼 수 있었습니다.
시장 안에 있는 소박한 분식점인 '유정식당'의 후덕해 보이는 주인 아주머니께서 김밥 한 줄을 서비스로 주시자, 이미도 선생님께서 일어나시더니 마치 일하는 직원처럼 칼국수를 직접 식탁으로 나르시고, 김치가 떨어지면 알아서 다시 갖다주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인 아주머니께 감사하다고 수고비까지 주셨지요.
아주머니께서는 놀라시며 몇 십년 장사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시라고 당황해하셨답니다.
나오는 길에 제가 살짝
"저 분 굉장히 유명한 분이세요"
하면서 잠시 설명을 드렸더니,
" 아이구~~ 그라면 사진이라도 같이 좀 찍을 걸 그랬네요." 하며 아쉬워하셨어요.
그 얘기를 전해드렸더니,
유정식당의 간판을 찍으시고는 전화번호로 찾아보면 주소가 나올 테니, 우리가 장난삼아 찍어 둔 서빙하는 사진을 인화해서 사인을 해서 액자로 만들어서 소포로 보내주시겠다고 하셨어요.
그 아주머니 인심이 너무 좋으셔서 그런 마음이 생겼다고 하셨어요.
유명인사들의 거만함이라고는 전혀 없으신 소박한 인간미에 다시 반했답니다.
이렇게 너무나 멋진 분들과 함께 한 이번 문학기행은 작가들과의 만남도 좋았지만,
함께 하신 분들에게서도 너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행복한 여행이어서 정말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좋은 기회에 초대해주신 조갑룡 원장님과 함께 해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걸어가는 길에 많은 격려를 해주신 선생님들께 다시 한 번 더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강병수 선생님께서
"우리는 현재를 쓰고 있고,
꿈나무 기자단은 미래를 쓰고 있다"는
말씀 꼭 기억하며 살겠습니다.
제게 이번 문학기행은,
고단한 삶 속에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