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 한 벌 외 1편
이현주
수술을 며칠 앞둔 노옹
얼마 전부터
아들의 손을 꼭 부여잡고
양복 한 벌을 불러제낀다
아비의 마음을 알아챈 중년의 인생은
양복이 많은데 무슨 관심이냐며
애써 그간 표현하지 못한 아비의 마음을
무심한 듯 지나친다
급기야 늙은 아비의 취향으로 들려온 옷 한 벌
애꿎게도 바지 길이는 길기만 하고
옷 치수를 재며 가계를 꾸려가던 소싯적만 떠올려
노안을 꿈적인 채 줄자를 아들 몸에 드리운다
아들은 숨을 몰아쉬며
그네 안에 쌓인 짜증과
마냥 흘러만 가는 세월의 무상함을 탓하며
필요 없다니까! 늙은 아비에게 주문을 건다
서로 다른 언어들을
각자만의 외침으로 사랑이라 길어 올리며
그렇게 순간의 시침은
가분재기* 허붓하다**
** 가분재기(순우리말) : 뜻하지 아니하게, 갑자기, 별안간
** 허붓하다(순우리말) : 멋쩍게 입을 벌리며 슬며시 한 번 웃다
쓸모없어진 오래된 것들의 찬미
손잡이 떨어진 와플메이커
먼지의 두께만이 시간을 알려준다
전원버튼을 다시 올려본다
크로와상 생지가 바삭바삭
손에 익은 탓인지
잠재된 호기심이 생긴다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집 안 가득
또띠아, 식빵, 가래떡이 멋지게 재탄생
불편하면 쓸모가 없나
쓸모없다고 무작정 버리는가
순간을 멈춰선 채
사유의 숲을 거닌다
오래된 익숙함 살살 움직여가며
명을 다할 때까지 불편함을 벗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