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마음이 어린 후 이니
서경덕
마음이 어린 후(後)이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萬重) 운산(雲山)에 어늬 님 오리마는
지는 닙 부는 바람에 행여 긘가 하노라
♣어구풀이
-어린 : 어리석은(愚), 옛말에서는 ‘어린’은 ‘어리석은(愚)’의 뜻으로 쓰였으나, 오늘날엔
어의전성(語義轉成)이 되어 나이가 어린(幼)의 뜻으로 쓰임.
-만중운산(萬重雲山) : 구름이 겹겹이 쌓인 산. 즉, 험하고 깊은 산. 여기서는 작가가 거처한
성거산(聖居山)을 가리킴.
-오리마는 : 올 것이냐마는
-어늬 : 어느, 어떤
-닙 : 잎. 고어에서는 ‘입’과 구별해 쓰임.
-행여 : 혹시나
-긘가 하노라 : 그인가 하노라. 님인가 하노라.
♣해설
초장 : 마음이 어리석은 후이니 하는 일이 다 어리석은 것 같구나
중장 : 구름이 몇 겹으로 둘러싸여 이 깊은 산 속에 어느 님이 찾아 올 것이냐마는
종장 : 그래도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와 부는 바람 소리만 나면 혹시 님이 찾아 오는
소리가 아닌가 하고 가슴이 설레인다.
♣감상
이 시조는 서경덕이 벼슬에 뜻이 없어 성거산(聖居山) 속에 은거하며 도학에 전념하고
있을 때 지은 작품으로, 속설(俗說)에 따르면 황진이(黃眞伊)가 서경덕에게 글을 배우려
다날 때에 그를 생각하여 지은 시조라고 한다. 곧 이 시조는 인간 본연의 마음은 어쩔 수
없어 님을 기다리는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초자의 ‘어리석다’함은 종장의 내
용을 두고 이른 말이며, ‘떨어지는 잎’, ‘바람소리’는 환각을 불러 일으키는 소재로 쓰였
는데, 낙엽지는 소리를 임의 발자국 소리로, 바람 소리를 옷깃 스치는 소리로 느낄 만큼
임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함을 말해 주고 있다. 체념하면서도 님을 기다리는 안타까운 심
정이 잘 묘사된 작품이다.
♣작가소개
서경덕(徐敬德, 1489~1546) : 자는 가구(可久), 호는 복제(復齊), 화담(花潭), 시호는 문강
(文康), 벼슬에는 뜻을 두지 않아 어머니의 간청으로 사마시(司馬試)에 응시하여 합격하였
으나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개성 동문 밖 화담에 집을 짓고 도학에 전념하여 이기론(理氣
論)의 체계를 세웠다. 선조때 우의정에 추증(追贈)됨. 황진이, 박연폭포와 더불어 송도삼
절(松都三絶)이라 불림. 저서에 「화담집(花潭集)」(여기에 원리기(原理氣), 이기설(理氣說),
태허설(太虛說) 등이 수록되어 있다)과 시조 2수가 있다.
첫댓글
그리움
감사합니다
무공 김낙범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오늘도 무한 건필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