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가깝거나 멀거나 자주 다녀 낯익은 길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앞쪽만 진지하게 바라보고 날아간다. 항상 있는 힘을 다해 질주한다. 세차게 부는 바람은 뒷걸음질 없이 최선을 다해서 내닫는다. 수없이 부딪쳐도 눈치 보는 일 없이 밀치고 나아간다. 사람은 안주하려고 자꾸 뒤를 돌아보며 미련에 사로잡혀 제자리걸음에 핑곗거리를 찾는다. 경험이나 추억이 없는 아기는 넘어지면 일어서고 다시 내딛다가 비로소 반듯이 걸을 수 있다. 아주 열심히 노력한 대가다. 온 세상을 비추는 태양은 어제를 잊은 듯 오로지 오늘뿐인 것처럼 늘 새롭고 장엄하게 하루를 열며 뜨겁게 세상을 이끌고 간다. 가을도 막바지로 치닫는다. 싸늘해지면서 단풍잎이 지고 감나무는 감만 옹기종기 빨갛게 익어간다. 아주 신기한 걸음마에서 자신을 대견해 하던 아기는 쑥쑥 자라나며 궁금한 것이 자꾸 많아진다. 감나무는 잎이 없어도 감은 왜 빨갛게 남아 있느냐고 한다. 엄마는 감이 익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잎이 떨어지고 가지 끝에 몇 개만 남아서 바람에 바들바들 떤다. 무척 춥겠다고 안쓰러워하며 이상하게 보인다. 엄마는 곧 떨어지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감이 익으면 왜 물렁물렁해지느냐는 물음에, 감도 할머니처럼 늙어 쭈글쭈글해지고 기운이 빠져서 그렇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땡감은 떫어서 먹을 수 없다가 홍시가 되면 아주 달콤해진다. 홍시가 되기 전에 땡감을 따서 껍질 벗겨 말리면 쫀득쫀득한 곶감이 된다. 할머니가 나이를 많이 먹고 늙어서 주름이 많아졌으면, 엄마는 나이 먹지 말고 늙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아기는 감나무 밑에서도 본대로 엄마와 이야기 나누며 궁금한 것을 풀어가며 배운다. 그런 모습이 엄마는 한없이 대견하며 부듯하고 행복하다. 엄마는 아기에게 단순히 먹을 것만 넉넉하게 주면 되는 것이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아기에게 모범이 되면서 가르치는 선생님이고 아기에게 마르지 않는 샘물이며 절대적인 존재이다. 아기도 감도 동글동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