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르는 원주민 언어에서 차용한 러시아어
아무르 강 또는 흑룡(헤이룽) 강은 상류의 실카 강과 오논 강을 포함하면 길이 4,444 km, 면적은 205만 2000 km²가 된다. 유역은 러시아 ·중국 ·몽골에 걸쳐 있다.
아무르강에서 아무르라는 말은 어디서 기원했고 무슨 뜻일까? 러시아어로 아무르(Амур)는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사랑의 신, 에로스(Eros)를 뜻한다. 그리스신화에서 에로스를 아무르(Amour)라고 부르기도 하며, 사랑을 뜻하는 프랑스어 아모르(amour)도 그리스어에서 파생했다. 그래서 아무르강을 ‘에로스의 강’, 즉 ‘사랑의 강’이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르강과 관련한 역사적인 배경을 모르는 사람들의 잘못된 해석이다.
아무르(Amur)라는 영어식 표기가 직접적으로는 러시아어 표기에서 유래했다고 하지만 사실 고유한 러시아어가 아니다. 아무르강 하류에 살아가는 소수 원주민들이 아무르강을 일컫던 ‘마무(mamu)’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러시아인들이 극동지역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은 19세기 중반이었으며, 그 전에는 탐험가나 군인, 범죄자, 박해를 피해 도망친 러시아인들이 일부 있었다. 따라서 러시아인들이 진출하기 훨씬 전부터 아무르지역을 포함한 극동지역에 살아가던 원주민들이 부르던 이름을 그대로 차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르강은 선사시대부터 고유 민족들이 살아가던 터전이었고 각 민족과 부족마다 강을 부르는 고유한 이름이 있었다. 예를 들어 만주족은 아무르강을 ‘검은 강’이라는 뜻의 ‘사할리얀 울라(sahaliyan ula)’라고 불렀다. 중국에서 부르는 흑룡강(黑龍江)도 만주어 뜻과 비슷하다. 왜냐하면 흑룡강은 청나라를 세워 중국을 지배했던 만주족이 붙인 한자식 이름이기 때문이다. 또 몽골인들도 검은 강이라는 뜻의 ‘카하라 무렌(khara muren)’이라고 부른다. 아무르강 물빛은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일 만큼 깊고 맑아서일까? 아무르강을 가리키는 많은 말에 공통적으로 검다는 뜻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푸르다못해 검게 보이는 아무르강(헤이룽강)>
아무르는 물+물의 합성어, ‘큰물’이라는 뜻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이 더 발견된다. 앞서 언급한 원주민 말 ‘마무’와 몽골어 ‘무렌’, 그리고 우리말 ‘물(水)’이 형태적으로 같은 계통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알타이어 계통의 많은 언어들에서 물이나 강을 뜻하는 단어를 비교하면 그 형태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을 뜻하는 만주어 ‘무케’, 강을 뜻하는 위구르어 ‘무란’ 등이 그 예다. 또 일본어에서 물을 뜻하는 ‘미즈(みず)’도 그렇다.
따라서 국어학자 서정범은 아무르가 ‘아’와 ‘무르’를 합친 말이며, ‘아’는 물이라는 뜻을 가진 다른 고어이고 ‘무르’는 우리말 ‘물’과 같은 뿌리의 말이라고 설명한다. 요즘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의 수돗물 상표로 더 잘 알려진 ‘아리수’는 역사적으로 한강, 압록강, 청천강 등을 가리키던 옛말이다. 서정범은 아리수의 ‘아리’ 역시 물을 뜻하는 옛말로 아무르의 ‘아’와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고 말한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아무르는 ‘물+물’의 구조로 다시 말해 ‘큰물’을 뜻한다.
* 참고로 아메리카인디언이 우리 민족의 후예라고 주장하는 배제대학교 손성태 교수님은 아는 우리라는 뜻이고, 무르는 물이라는 뜻으로 우리물이라고 해석한다. 멕시코어 '아나화'(우리나라)에서도 아는 우리라는 뜻이고 나화는 나라(예전에 ㄹ은 ㅎ으로 발음, 예를 들어 뿌리는 예전에 불휘로 발음)를 뜻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주장하신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면서 시베리아와 몽골을 포함한 아무르강 유역에 개발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그런데 걱정인 것은 아무르지역은 우리나라에서 이미 멸종한 것으로 보이는 호랑이와 표범, 즉 아무르호랑이와 아무르표범 같은 대형 육식동물들이 야생에서 살아갈 수 있는, 동아시아에서 마지막 남은 터전이라는 점이다. ‘큰물’(물+물)에서 놀던 이들을 앞으로는 동물원과 박물관 표본 전시실에서만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관심과 실천의 폭을 넓힐 때다.
* 내용출처 : 자연과 생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