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열 위험 높은 ‘취약성 동맥경화’, 스텐트 시술로 예방 가능
심장내과 연구팀,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 1606명 추적‧관찰
관상동맥 중재 시 심혈관 위험 8.5배 ‘감소’파열 위험이 높은 ‘취약성 동맥경화(Vulnerable Plaque)’ 환자에게 예방적으로 스텐트 치료를 하는 게 약물치료에 비해 더욱 효과적이라는 국내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텐트 시술은 좁아진 혈관에 그물망 모양의 의료기구를 삽입해 혈관을 확장시키는 치료법이다.
박 심장내과 석좌교수와 박·안·강 교수 연구팀은 파열 위험이 높은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 1606명을 최대 7.9년간 비교‧분석한 결과,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ACC 2024)에서 8일(현지시각) 발표됐으며, 국제학술지 ‘란셋(LANCET)’에 같은 날 게재됐다.
동맥경화는 심장 혈관 내부에 지방이나 염증 등의 이물질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는 질환이다. 특히 취약성 동맥경화는 혈관 막의 두께가 얇고 염증이나 지질 성분도 쉽게 쌓여 갑작스런 파열 위험이 큰 상태를 뜻한다. 동맥이 파열되면 혈관 내 혈전(피떡)이 발생하고,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갑자기 막히는 급성 심근경색(심장마비)과 돌연사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취약성 동맥경화는 증상이 심각해질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관상동맥조영술이나 초음파‧심전도 등 기본적인 검사로 발견되기 어렵다. 또 취약성 동맥경화로 진단되더라도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으로 진행되기 전에는 혈관이 좁아지는 속도를 늦추는 약물치료가 유일한 치료법인 상황이다. 좁아진 혈관에 그물망 모양의 의료기구를 삽입해 혈관을 확장시키는 스텐트 시술이 있지만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를 대상으로는 치료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연구팀은 2015~2021년 한국‧일본‧대만‧뉴질랜드 등 4개국 15개 의료기관에서 혈관 내 영상장비를 이용해 취약성 동맥경화를 진단받은 환자 1606명을 모집했다. 이후 참가자들을 약물치료와 함께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시술(스텐트 시술)을 함께 받은 그룹(실험군) 803명과 약물치료를 시행한 그룹(대조군) 803명으로 나눠 치료결과를 평균 4.4년(최대 7.9년)간 추적‧관찰했다.
그 결과 실험군과 대조군의 2년 후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은 각각 0.4%와 3.4%로, 스텐트 치료를 받은 환자 그룹의 발생 위험이 약 8.5배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은 ▲심장질환에 따른 사망 ▲급성 심근경색 ▲재시술 ▲불안정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 등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뜻한다.
특히 최대 7.9년 동안 진행된 장기 추적‧관찰에서도 스텐트 치료 그룹의 주요 임상사건 위험이 1.4배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취약성 동맥경화에 예방적으로 스텐트를 삽입해 파열을 방지하면 급성 심근경색과 급사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취지로 2014년 연구를 시작했다”며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참여해준 의료진과 환자의 노력이 모여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 것 같아 뜻깊다”고 말했다.
박 석좌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계적으로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의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시술 효과를 분석한 첫 번째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에게 적극적인 예방 치료를 시행해 예후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