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라이프
황정민·김윤석·설경구…
청춘 여기서 불살랐다, 學田 30주년오늘 30주년 대학로
‘學田’… 문화예술인 ‘배움의 밭’으로
조승우 “나를 배우로 만든 곳” 장현성 “순한 막걸리 들고 찾겠다”
박돈규 기자입력 2021.03.15
2001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독일 투어를 할 때 촬영한 사진.
뒷줄 왼쪽부터 배우 이황의, 장현성, 설경구, 가운데줄 왼쪽부터 김은영, 김효숙, 황정민, 이미옥, 이지은,
최무열, 이주원, 앞줄 왼쪽부터 권형준(권재환)과 연출가 김민기.
독일 정부는 김민기에게 ‘괴테 메달’(문화훈장)을 수여했다. /학전
‘아침이슬’ ‘상록수’로 기억되는 싱어송라이터 김민기(70)가 1991년 3월 서울 대학로에 만든 학전(學田)이 15일 서른 살 생일을 맞는다. 학전은 소극장이기도 하고 극단이기도 하다. ‘배움의 밭’이라는 이름에 “문화예술계 인재들의 못자리가 되겠다”는 초심이 담겨 있다.
30년 전 음반을 팔아 학전 소극장을 열 때 김민기는 “여기는 조그만 곳이라 논바닥 농사는 아니고 못자리 농사다. 못자리 농사는 애들을 촘촘하게 키우지만 추수는 큰 바닥에서 거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황정민 김윤석 설경구 장현성 조승우 등 ‘독수리 5형제‘를 비롯해 방은진 배해선 이정은, 가수 김광석 나윤선 윤도현···. 학전에서 뿌리를 잡고 큰 무대로 나가 성공한 인물은 거명하기 어려울 만큼 많다. 하지만 소박한 스승 김민기는 30주년에도 인터뷰를 사양했다.
김민기
배우들은 학전과 김민기를 어떻게 기억할까. 영화 ‘춘향뎐’(2000)으로 부담스라은 신고식을 치른 뒤 학전에 들어간 조승우는 “학전은 뮤지컬 데뷔(‘의형제’)를 하고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연을 할 수 있게 모든 걸 만들어준 곳”이라며 스승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연습할 때 가끔 웃으시며 ‘미친놈’ 내지는 ‘또라이’라고 하셨는데 그것이 당신께서 제자에게 하는 가장 큰 칭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았습니다. 격식을 버리고 권위적인 것도 혐오하셔서 언제나 친구처럼 남아 계십니다.”
극단 학전 창단 멤버인 장현성은 “지금도 가끔씩 찾아가면 순식간에 추억이 밀려오는 학전은 언제나 푸근한 친정”이라며 “벌써 30년이라니, 그곳에서 보낸 시간들이 그립다”고 말했다. 그는 김민기를 향해 “조만간 순한 막걸리 한 통 들고 찾아뵙겠다”고 했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 출연한 황정민(왼쪽)과 김윤석(오른쪽).
두 배우는 설경구 장현성 조승우와 함께 '학전 독수리 5형제'로 불리며 인기를 모았다. /학전 제공
학전의 대표작은 김민기가 독일 원작을 한국적으로 번안해 연출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 1994년 초연해 4000회를 돌파하며 71만 관객을 실어 날랐다. 거쳐간 배우도 200명에 이른다. 라이브 연주가 함께한 이 소극장 뮤지컬은 선녀가 부르는 ‘6시 9분 서울역’의 후렴구 “이른 아침, 이 낯선 도시에~”로도 기억된다. 미대를 졸업한 김민기는 “노래로 그린 그 시절 서울의 풍속화”라고 했다.
학전 30년 역사상 최다 출연 배우는 이황의(1437회)다. 그는 “작품이 나온 배경부터 발음 하나, 음표 하나까지 기본을 다 짚어가면서 쌓아가는 게 김민기 스타일”이라며 “초등학교 국어 수업처럼 장·단음을 구별해서 천천히 읽는 연습을 수없이 많이 했는데 그것이 몸에 배자 배우로서 탄탄해졌다”고 했다. 김민기도 “배우는 모국어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학전 입구에는 김광석 노래비가 있다. 1980년대 중반 김광석이 “가수를 하고 싶다”며 김민기를 찾아왔다. 노래를 들어보니 너무 못해서 “너 가수 하지 마라”고 했단다. 그런데 90년대 초 학전이 개관하고 나서 빚이 늘어날 때 연 김광석 콘서트가 ‘복도 문짝까지 떼어 관객을 받을 정도로’ 흥행했다. 김광석은 학전에서 1000회나 공연하며 대학로의 스타로 떠올랐고, 김민기도 그의 등장으로 운영난을 덜었으니 서로가 서로를 구원한 셈이다.
배우사관학교 ‘학전’ 30년
대중은 김민기를 저항 가요의 전설로 기억하지만 그는 “농사짓던 때가 제일 행복했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김민기는 1970년대 말부터 농사를 지었고 겨울엔 탄광이나 김 양식장에서 일당 잡부를 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탄광 같은 지하 소극장에서 ’빛'을 캔다.
학전은 2000년대 중반부터 초등학생을 겨냥한 어린이 공연에 집중해 왔다. ‘고추장 떡볶이’ ‘우리는 친구다’ 등은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민기는 아동극을 하는 이유를 “아이들에게도 절망이 있고 삶이 있는데 아동문학은 판타지를 줄 뿐 리얼리티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우리 교육 현실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해서 고3때까지는 아무런 문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돈이 되지 않아도 묵묵히 씨를 뿌리고 김을 매야 하는 ‘농사’다.
학전은 코로나로 30주년 기념 행사를 무기한 연기했다. 하지만 아동극 ’진구는 게임 중'부터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아동극 ’우리는 친구다' 등을 릴레이 공연할 예정이다.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소극장 입구. 현재 어린이 연극 '진구는 게임 중'을 공연하고 있다.
오른쪽 벽엔 가수 김광석 노래비. 김민기는 김광석추모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다.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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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정애
2021.03.15 17:32:40
학전 30주년을 축하합니다. 많은 배우들이 성장하며 거쳐간 곳이네요. 코로나로 무대 공연의 상황이 힘든데도 아동극을 계속 공연해 주시는 점 훌륭합니다. 학전의 발전이 계속되기를 빕니다.
박상호
2021.03.15 10:52:10
세월빠르다..광석이 공연보고 막걸리 마시던게 엊그제 같은데...
문기홍
2021.03.15 07:42:25
김민기...매력적인 저음으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게 엊그제같은데...이제 스승님 소리를 듣네. 참...세월이 빠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