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목자
지난 2000년 초 즈음에 순환고속도로 성남 복정동 구간을 지나다보면 건축중에 중단된 어느 교회의 앙상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2~3년 정도 철골만 앙상한채 녹슨 상태로 방치된 느낌을 주었다. 원래 전가화목사가 천호동에서 개척한 믿음의집 이라는 교회가 서울과 성남의 경계지역에 넓은 토지를 구입해 비교적 큰 규모의 교회를 건축중 건강문제와 재정고갈로 건축이 중단되었다고 하였다.
건강문제와 재정문제라는 중대한 현실에 결국 담임목사는 권고사직 당하였다고 한다. 그 후임으로 오신분이 교회명을 선한목자교회라고 개명하였다. 그 목사님은 안산에서 비교적 안정된 중형교회를 편안하게 목회하던 중 갑작스런 믿음의집 교회로 부터 청빙을 받아 고민하던 중 차마 하나님의 부르심을 거역할 수 없다는 사명감 때문에 고난의 길을 선택했다고 간증하였다. 부임당시 은행빚만 100억이었고, 건축회사에 갚아야 할 채무가 45억이었다고 하였다. 교회가 담임목사 부재중인 2년간을 보내며 많은 교인들이 흩어져 남은 교인들로서는 은행 대출이자 갚기도 벅찼다고 하였다.
새로 부임한 담임목사는 엄청난 현실의 장벽 앞에서 암담함 그 자체였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기도뿐이라고 하였다. 교회를 위해 헌금하자고 호소해도 교인들의 반응은 냉담할 뿐이라고 하였다. 기도덕분인지 기적적으로 재정이 채워지면서 은행이자를 감당하게 되면서 경매의 위기를 넘겼다고 한다. 그는 부임직후 부터 18년 동안 오로지 건축채무를 감당하는 일에 자신의 일생을 불태운 셈이라고 회고를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70세 정년이 되려면 아직도 5년 정도가 남았음에도 자신이 받은 은사를 널리 보급하는 일에 남은 일생을 헌신하기 위해 원로목사가 될 수 있는 20년 연속목회의 규정을 겨우 2년 남기고 조기 은퇴를 한다니 그야말로 "선한목자"가 틀림 없다.
목사가 되었거나 되려는 사람들의 결단 동기는 너무나 상이하다. 일생을 직장생활로 보내고 60넘어 은퇴한 이후에 대충 신학교 과정을 마치고 목사가 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리고 이들은 한술 더떠 "목회학박사"학위를 취득한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당신은 양심이 있기나 한가?"라고 질문 한다. 목회학박사가 되려면 최소한도 10년 이상의 담임목회 경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돈벌이에 눈이 어두워진 목사들이 원칙을 무시하는 일에 앞장을 서고 있는 것이 오늘의 한국교회 현실이다.
설교자중에 자신이 설교한 내용을 솔선수범 하는자 과연 몇이나 될까? 어느 목사는 "당신의 인생과 자녀의 미래를 하나님께 맡기라"고 설교하지만, 정작 자신은 자기 아들을 편법으로 자기 후임목사로 세우고 있다. 교인은 담임목사의 설교에 세뇌를 당하면 그의 말이나 행동이 진리라고 혼동을 하게 된다. 마치 특정한 정치집단에 매몰된 자들이 자신들이 리더라고 생각하는 지도자의 행동을 무조건 옹호하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설교자가 "자식의 미래를 하나님께 맡기라"라고 설교했다면 본인의 자식도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 교인들이 눈감아 준답시고 얼렁뚱땅 자기 아들을 편법으로 후임자로 세우는 목사들은 지금도 여전하다.
“나는 선한 목자라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거니와
삯꾼은 목자도 아니요 양도 제 양이 아니라 이리가 오는 것을 보면 양을 버리고 달아나나니 이리가 양을 늑탈하고 또 헤치느니라” (요 10:11~12, 개역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