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 별난 사람들은 말한다. 절에 돈을 가져다주니 승려들이 술 마신다고 한다. 공짜로 절에 돈 가져다주는 사람 보았는가. 신자들도 다 보통사람들이다. 그들이 왜 손해 보는 거래와 장사를 하겠는가. 다 돈 낸 거만큼 정신적인 위안과 보험적인 미래의 약속을 받아간다.
음악회나 전시회 같은 데 돈 주고 들어가도 아까워 않듯 절에 다니는 사람들도 그만큼의 대가를 충분히 가져가므로 그 돈은 결코 공짜로 낸 돈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는 그만둬야 한다.
요즘 스님들은 이조시대에 천시 받던 그런 스님들이 아니다. 못 배우고 조실부모해서 오갈 데 없어 출가한 사람들이 아니다. 사랑이나 사업에 실패하여 숨어든 나약한 자들도 아니다. 세상에 적응 못해 회피성 도망자의 신분들은 더더구나 아니다.
다 고등교육을 받고 집안이 좋은 자제들로 구도열에 불타는 분들이 출가하여 승단을 이루고 있다. 그들에게 옛날 시선으로 감시하고 통제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그들의 인생을 걸고 수행에 임하고 있다. 세속인들이 그런 스님들에게 음주 계목 하나를 가지고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정도로 무르고 약한 스님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스님들도 국방 납세 교육 근로 의무인 사대의무를 다 행하고 있다. 조금도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시장경제로 사찰을 운영하고 그에 합당한 보수를 받아서 생활한다.
그 보수에는 세금이 있다. 그래서 스님들도 세금을 낸다. 그 나머지 돈으로 반가운 동료를 만나 술 한잔 마시면서 정담을 나눈다. 사찰의 돈으로 산 술이 아니라 개인 돈이기 때문에 뭐라 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스님들이 술을 한잔 마시는 거 보면 그저 보통사람들처럼 그냥 자기 월급으로 사서 마시는 갑다 하고 넘어가면 된다. 뭣한다고 홀아비 과부 감시하듯이 그리 관심을 가지는지 모르겠다.
자기돈 주고 술 사먹는 사람을 자꾸 쳐다보면 싸움이 일어난다. 그러면 얻어터지는 수가 있다. 스님들치고 싸움 못하는 스님이 없다. 평생 동안 짓눌러놓은 성격이 한꺼번에 욱하고 분출하면 감당이 불감당이다. 조심해야 한다.
그럼 술을 권장하고 장려하는 것인가. 마시라고 해도 안 마신다. 머리 아프고 속 아프고 돈 낭비하고 시간 허비하는데 누가 찾아서 마시겠는가. 줘도 안 마신다. 더군다나 북엇국 끓여줄 사람도 없는데 뭐 좋다고 찾아서 마시겠는가.
담배 안 피우는 사람에게 담배 피우라고 해 보면 잘 알 것이다. 머리가 핑 돈다. 목구멍에 연기가 들어가면 바로 기침에 눈물과 콧물이 쏟아진다.
아무리 맛있게 보여도 당뇨병 환자들은 자신들의 건강을 위해 수박을 무턱대고 먹지 않는다. 그처럼 스님들도 자기들의 수행을 위해 술을 절도 없이 마시지 않는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기 바란다.
사십이장경에 너희들 비구들이여. 마땅히 머리를 만져보라고 하셨다. 그들은 아침마다 세수를 할 때 머리까지 손이 올라간다. 그러므로 자기들의 신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절제 없이 술을 마시면서 주어진 시간을 축내지 않는다.
그러니까 스님들은 강압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외적 힘에 의해 술을 못 마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수행을 위해 안 마시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좀 알아 두었으면 한다.
ㅡ계속ㅡ
출처: 대승기신론 해동소 혈맥기 7_공파스님 역해_운주사
카페 게시글
맑은 자유게시판
스님들의 불음주 계율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4
다음검색
첫댓글 스님은 신도들을 감동시켜 인기몰이를 하는 연예인이 아니라 깨달음을 목표로 부모까지도 버리고 출가하신 분들.
부처님의 적손이 되려는 배포가 크신 대장부들.
술을 좋아한 조선말기 경허선사는 그야말로 진속에 걸림없는 대 자유인으로 한 시대를 멋지게 풍미한 정말로 걸출한 장부.
부분이 전체인 줄 알고 거기에 목을 매고 사는 범부인 저는 그분이 과연 무엇을 보았기에 그토록 걸림없는 행동을 하셨는지 한번쯤 생각해 봅니다.
대승불교권 속에서의 5계와 10계, 그리고 불음주계를 자세히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
원래 할 짓없는 사람들이 남의 제사에 감놔라 대추놔라 한다 하잖아요.
밤낮으로 문화재도 지키고 사찰도 관리하고 신도들 교육도 시키고. 스님들 정말 수고많으십니다.
자기 월급 받아서 세금 떼고 그 돈으로 맥주한잔 하는게 뭐 그리 큰일이라고 그 난리를 치는지 답답하네요.
세속에도 이상한 사람들이 있듯이 절에도 가끔 이상한 스님들 때문에 참스님의 맥주한잔이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거 같습니다.
글 잘 읽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