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는 술을 마시면 안된다. 마찬가지로 정식승려가 아닌 예비승려, 즉 사미가 마시는 것은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 하지만 비구는 누구에게 간섭을 받거나 인격적으로 침해를 받아야 하는 나이브한 분들이 아니다. 그분들은 이미 성장할 대로 성장한 그들 세계의 어른들이다.
가끔가다 동료를 만나 술 한잔에 안부를 묻고 우정을 나누는 일이라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도리어 삭막한 수행생활에 활력을 넣어주는 시간이 될 수가 있다.
사회통념상 그렇다고 한다. 사회통념이 무엇인가. 유교적 사고와 시선인가. 그렇다면 유교적 공간에 맨발걷기를 못하게 한다고 투덜거릴 필요는 없다. 맨발은 왕과 조상에 대한 심대한 불경이기에 그렇다.
불교는 어떤가. 불교성지에는 신발을 신고 들어가지 못한다.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부처님이나 불교적 공간에 큰 실례가 된다. 그래서 남쪽나 불교성지에는 언제나 맨발로 들어가야 한다.
그처럼 불교는 유교적 통념을 뛰어넘어 있다. 머리도 깎고 괴색옷을 입었다. 결혼도 안 하고 자손도 잇지 않는다. 출가한 서양여성처럼 성씨도 바꿔버렸다. 그렇게 스님들은 이미 사회적 통념을 뛰어넘어 인간사회의 굴레를 벗어나 있다. 그게 그들의 삶이다. 그러므로 사회 일반적 시각으로 그들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
"세속을 버린 스님들이 세속의 술을 마시니 그렇지요?" "뭔 소리?! 누가 세속을 버렸다고."
스님들이 세속을 버렸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부모형제와 일체중생이 세속에서 생사의 고통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세속을 버릴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을 가출자나 도피자로 만들지 말라. 세속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그들을 구제하고자 길을 찾아 나선 분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출가가 숭고하고 그들의 신분이 고상하다는 것이다.
보통의 성직자들이라 하더라도 그들의 사생활을 간섭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하물며 성직자의 신분을 뛰어넘는 수행자의 사생활을 갑론을박해서야 되겠는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을 상대로 하는 감시와 주시는 몰인격적이고 그들을 상대로 하는 시비와 관찰은 대단히 비문화적이다.
정리하자면 스님들은 술에 대한 금치산자도 아니고 덜 자란 미성년자도 아니다. 술 조금 마셨다고 그들을 무슨 범죄인 취급하듯이 세상이 법석을 떤다면 거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정말 오래 전에 일이다. 기억이 가물거리는 거 보니 벌써 반세기가 넘었는 것 같다. 함양 교당에 주지로 간 스님이 해인사 율원에 SOS를 보냈다. 양파를 먹어야겠는데 별난 신도들이 오신채라며 한사코 그것을 먹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율주인 일타스님께 허락을 받고 율원에서 작정하고 내려가 그들에게 말했다. 오신채에 양파는 없는 것이니 먹어도 된다고 선언해 버렸다. 그때부터 그 보림사에서는 공식적으로 양파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이미 편견으로 굳어진 세속인들의 인식을 돌려놓을 수는 없다. 우리를 알아달라고 하기에는 세상 민심이 너무나 각박하고 박약하다. 그러므로 우리가 먼저 현시대에 맞게 불음주의 계목을 개차법으로 새롭게 재정해 버리는 것이다.
말하자면 정식 승려들은 장소와 분위기에 따라 소량의 술을 마실 수 있다고 위의 양파처럼 선제적으로 선언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의 편견이 없어져 감시와 관찰의 대상으로 부터 벗어나 공격받을 빌미가 없어진다.
그렇지 않으면 승려들은 또 음지나 폐쇄된 장소에서 음주하게 되고 언론과 방송은 그런 스님들을 찾아내 대책없는 비난을 퍼부을 것이다.
그런 병폐와 피해를 없애기 위해서 불음주가 어떤 계율인지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보았으니 사부대중은 이에 참고하시기 바란다.
첫댓글 혈맥기를 보며 처음에는 그까짓 불음주계에 무슨 이렇게 긴 지면을 할애하시나 하고 의구심을 가졌었습니다. 다시보는 불음주계 법문은 제 안에 깊숙이 숨어있는 허물과 오류에 직면하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수십년을 절에 다닌 불자라고하면서 부처님의 진실된 뜻을 알고나 다녔는지 모르겠습니다.
스님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사를 올립니다._()_
계율은 그 어떤 종교든 간에 그 종교를 지탱해 주는 뻐대라고 생각합니다.
막연하게, 그리고 선입견으로만 알고 있던 불교의 계율을 이 불음주 계목의 설명으로 늦게나마 조금이라도 똑똑히 알아진 거 같습니다.
이 좋은 글을 찾아서 꾸준히 올려주신 분께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꾸벅!
오신체를 금하는 이유와 오신체가 정확히 무엇무엇인지 말씀해 주실수 있는지요?
말하는 분들마다 다 다르게 말씀들하셔서요.
출가 승려에게 입과 혀를 즐겁게 하는 음식이 바로 오신체이자 마구니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마카세. 유명셰프가 만든 음식. 등등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 입에 들어가는 음식을 공부의 바탕으로 생각해야지.
무슨 뭘 그리 잘 먹을려고 하냐고 하셨습니다.
재가신자라도 집과 직장에서 염불.주력.수행을 나름 열심히 하는 분들에게도 해당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즈음 폐지 줍는 어르신들 중에 하루 2끼 밖에 못드시고 그 중에 한끼는 라면을 드셔야 되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이라도 그 분들의 삶도 한번 즈음 생각해보면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袈裟長衫 어느정도 논리는 확실하게 보입니다.
고맙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너무 부족합니다.
저는 오신체를 먹지 않고, 육식을 멀리하지만
지금도 오신체에 대해 어느정도 설명된 글이 있는것을 찾지 못했습니다.
혹 알수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지초불 파.마늘.부추.달래.흥거를 대표적인 오신체로 보는데 자극이 강하고 냄새가 강한 것으로 봅니다. 선생님께서 드셔보시고 몸에 맞지 않거나 냄새가 심하다고 생각하시면 드시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계율에 대한 지극한 관심과 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상좌부와 대중부로 나누어진 이유도 계율에 대한 해석차이로 나누어졌습니다.
율장에 가면 진정한 수행자를 나누는 마지막 기준이 나타납니다. 성생활을 하는 사문과 하지않고 공부의 밑거름으로 생각하는 불사음계를 철저히 지키는 사문으로 나누어집니다.
율장에 비구는 젊은 여신도와 폐쇄된 공간에서 단둘이 부처님 법담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어서는 안된다고 적혀있습니다.
같은 남자로서 무슨 뜻인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출가한 사문에게는 불살생 만큼 무서운 계율이 불사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뜻깊고 훌륭한 글에 잠시 머물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성불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