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기지 않아, 일절 신변의 보살핌은 게이코가 봐주고 있었다.
그렇기는 해도
“게이코, 너를 사랑하고 있어”
라고 하는 상냥한 말도 듣지 못한 사이에,
4년이 흘러 게이코는 25세가 되어 있었다.
돈만이 사는 보람이었던 키요시를 버리고,
새로운 길을 가려고 생각했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고독한 키요시를 버리면 누가 이 사람을 돌볼 것인가.
이 사람의 뒷바라지를 하는 사람은 자신 이외에 없다고
자신에게 들려주며 격려하면서,
게이코는 지금까지 참고 견뎌왔다.
그 결과가 이 꼴이다.
게이코는 아무리 울어도 슬퍼해도 충분하지 않았다.
불운한 여성이었다.
게이코도, 키요시와 같은 딱한 여자였다.
전쟁으로 부모 형제를 잃은, 고독한 사람이었다.
회사에서는 사무원이었으나
가정에서는 부부처럼 생활하고 있던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고
야마구치도 두 사람을 보고 언제나 답답하게 생각했다.
본인동지의 일에 대해서는 야마구치가 말 참견을 하지 않았다.
특히 키요시는 상사이고 어려운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이세사키 출장소의 야마모토도 아라키도 알고 있지만 봐도 모른 척하고 있다.
몇 년인가 전의 일. 야마모토가 입사한 초기 즈음에 키요시에게
“사장. 게이코씨를 제 아내로 맞이하고 싶은데요.”
라고 그 관계를 모르고 상담했을 때,
“게이코가 좋다고 할 지를,
나는 게이코에게 말할 수 없기때문에 네가 직접 물어보는 게 좋겠다.
나는 사람의 마음속까지 몰라.”
야마모토는 선배격인 야마구치에게 상담하지 않고
직접 게이코에게 이 문제를 물어왔다.
그때 게이코는
“나는 전부터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이 좋다고 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요.
일생 ‘응‘이라고 말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평생 기다리고 있어요.
그 사람이 다른 여자와 결혼하면
나는 이 세상에 살고 있지 않을 것이예요.
그러니까 당신과는 결혼할 수 없어요. 알았어요?”
장부를 적으면서 게이코는 야마모토의 얼굴을 보지 않고
미련 없이 키요시에 대한 사랑의 강력함을 말하는 것이었다.
야마모토는 이만한 여성이 반한 남자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게이코씨 내가 지금 말한 것은 잊어주세요.
포기합니다.
당신의 꿈이 이뤄지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기도합니다.”
라고 말하고 그 이후 야마모토는 독신인 채로 현재까지 지내오고 있다.
그 후 야마모토는 게이코의 키요시에 대한 태도를 보고,
게이코가 계속 생각하는 사람은 키요시라는 것을 알았다.
돈만을 목숨처럼 여기며 다른 사람을 돌아보지 않는 키요시를
사랑하고 있는 게이코의 마음을,
주위의 사람들은 오직 그 일에만 열중하는 사랑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
모두들 항상 동정했다.
게이코는 그것도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의 시련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갑자기 키요시는 잠꼬대를 하기 시작했다.
“어머니, 어머니, 나야”
게이코는 키요시의 땀을 닦는 수건으로 훔치면서
이전에 키요시로부터 들은 적이 있는
지금은 돌아가신 다정했던 키요시의 어머니라고 생각했다.
“훌륭한 어머니였다.”
라고 말한 키요시의 말이 생각났지만,
게이코는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죽은 사람의 이름을 부를 때는 이미 안된다”
라고 하는 것을 친구들로부터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게이코는 당황해서 키요시의 머리맡의 부저의 버튼을 눌렀다.
간호사가
“무슨 일 있어요?”
라고 체온계와 그래프를 겨드랑이에 끼고 들어왔다.
“실은 죽은 어머니를 부르고 있어요. 괜찮을까요?”
“의식이 몽롱할 때는 흔히 있는 일이예요.
선생님은 2, 3일이 어쨌든 고비라고 했습니다.
당신도 힘내세요.
남편은 반드시 좋아질 것입니다.
당신의 따뜻한 애정으로요.”
라고 말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남편” 게이코는 얼굴이 붉어졌다.
당당히 겉으로 드러날 수 없는 여자였다.
(이것이 진짜 아내일지도)
남의 이목을 서슴치 않고
“나의 남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아내가 되고 싶었다.
손님이 와도 언제나 쭈볏쭈볏하면서 키요시의 눈치를 살피면서
생활을 해온 게이코에게 있어서,
그것은 여자로서 쓸쓸한 인생이었다.
그것만으로 뭔가, 가슴이 두근거렸다.
즐겁기도 부끄럽기도 한 기분이었다.
야마구치씨나 야마구치의 부인이,
간호사에게 나에 대해 말해 버릴까 봐,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뭐라고 생각해도, 뭐라고 말해도,
키요시씨가 건강하게 되면 좋다.
게이코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그래도 지금의 잠꼬대는 걱정됐다.
아무리 게이코가 키요시의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다.
메아리조차 대답해주는데... 라고 게이코는 생각했다.
게이코는 자신의 마음속을 돌아봤다.
키요시가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오는 도중의 마음과,
입원해서 진찰을 받고 있던 때의 마음과,
지금 자신의 마음을, 여러 가지 분석해 보는 것이었다.
쓰러졌을 때는 정신없이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헷갈렸다.
“야마구치씨 야마구치씨 빨리 와요. 사장님이 사장님이...”
그때는 자기이면서 자기가 아니었다.
허둥대며 소란했던 자신의 모습.
구급차에 실려서도 의식불명. 빨리 병원으로-- 길었던 그 시간.
“사장님, 정신 차리세요. 정신 차리세요.”
라고 부른 일. 구급차의 승무원이
“그렇게 큰 소리를 내어도 소용 없어요.
빨리 병원에 입원하지 않으면 안돼요.
이런 때야말로 바른 판단이 중요해요.”
라고 훈계받은 것.
그리고 겨우 도착한 병원의 현관
병실에 들것으로 옮겼을 때,
그리고 의사의 진찰. 마음은 오락가락 했다.
그리고 안심과 불안이 한꺼번에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이런 일이라면 자신이 병이 난 쪽이 마음이 편하다.
정말로 몸을 바꾸고 싶다.
이러한 체험은 두 번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게이코는 생각했다.
지금은 생각했던 것보다 냉정하다.
인간은 막상 괴로울 때, 슬플 때,
진짜 가치가 나타나는 것이다.
보통의 생활 속에서는 진실한 것을 알기가 어려운지도 모른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도 냉정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게이코는 자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키요시의 경우에 이러한 냉정함을 결여한 것은
정말로 키요시를 사랑하고 있는 증거인지 모르고,
다른 사람이 가령 넘어졌다고 해서,
이렇게 당황하는 것은 아마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특히 관계가 깊은 사람이 아닌 한,
이러한 마음 상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게이코는 자신이 키요시를 사랑하고 있는 정도를
자신의 마음과 행동의 모습을 보고 가늠하고 있다.
사랑이라는 것은 정말 신기한 것이라고
게이코는 생각이 들어서 혼자서 웃고 있었다.
그리고 괴로운 것이라는 것도.
전생(轉生)의 증거
키요시는 어두운 동굴 속에서
‘돌이켜 생각하라’
고 한 천상의 목소리의 의미가 이해되고
어렸을 때부터의 일을 생각해 내고 있었다.
그때 동굴위의 밝은 방향에 어머니의 웃는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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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