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고향의 친모로부터 실공장의 경영을 잇기 위해,
빨리 돌아오라고 때때로 편지로 재촉해서 지로를 망설이고 있었다.
한편 그 무렵 대만에 거주하는 일본인의 대우는,
혼슈와는 달리 대단히 좋았다.
또 자연의 산물인 과일이나 다른 식량도 풍부하고,
기후도 항상 온난하기 때문에,
생활상으로는 죠슈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1년 내내 여름옷으로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죠슈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무렵 대만인으로 같은 회사에 근무하고 있던
이춘순이라고 하는 동년배의 친구가 있어,
가정에서의 교제가 계속되고 있었다.
이씨 가족은 미타무라 지로를 형제처럼 환대했다.
빠이빠이(축제)라고 하면서,
생일이라고 하면서,
한 달에 며칠씩 이씨 집에서 보내기도 했다.
이씨의 여동생에 레이카라고 하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었다.
여학생이었지만 미타무라를 형처럼 사모하고 있고
미타무라도 잘 돌보아 주었다.
한편 미타무라의 사택에도 레이카는 형과 자주 와서
청소, 세탁 등을 돕고 식사도 함께 하는 일이 많았다.
레이카는 다이쥬의 여학교를 졸업한 후는
혼담이 종종 있었으나 계속 거절하고
양친은 이씨 집안과 어울리는 집안으로부터
서너 차례 혼담의 신청에 거절하지 못하고
본인에게 맡긴다고 해서 난감해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레이카는
일본인의 부인이 된다고 말해
항상 친구들이나 양친에게도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으나
아이의 꿈, 아이의 이상 정도로 밖에
양친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인인 미타무라와 교제하게 된 레이카를 보자.
양친은 딸의 꿈이 실현된다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것은 같은 동양인으로
같은 얼굴을 가진 일본인과 연결되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아주 심한 인종차별 속에서
살아온 양친으로서는 레이카의 장래의 일이 걱정이었다.
그점 양갓집과 연결되면 레이카는 행복하게 되고
쓸데없는 걱정으로 고통받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이씨 집안의 양친과 형제는 갖고 있다.
레이카의 양친은 결코 일본인을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귀여운 외동딸의 장래의 불안을
보통 사람 이상으로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종종 미타무라의 사택에 가는 레이카에게 어머니는
“레이카야, 너는 미타무라씨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니?”
라고 간접적으로 레이카의 마음을 떠보았다.
그러나 레이카는
“좋은 사람이예요.”정도밖에 대답하지 않았다.
한편 미타무라는 레이카마저 좋다면 하고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인종차별을 초월한 애정이
미타무라의 마음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레이카는 미타무라를 사랑하고 있었지만
미타무라의 입에서 애정표현을 받고 싶었다.
말없는 미타무라는 이성에 관해서는
부끄럼쟁이로 항상 조심스러웠다.
레이카는 오빠에게 상담했다.
“오빠, 나 미타무라씨가 좋아”
오빠는 레이카가 미타무라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미타무라는 상사인 일본인이라는 것을
귀여운 여동생의 일을 생각해서 체념하도록 설득했다.
토요일 어느 날 이씨는 미타무라를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
그 도중
“미타무라씨 여동생이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 것 같은데
상사인 당신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양해 바랍니다.”
식민지의 지배 하에 있던 대만인은,
특히 일본인에게 신경을 쓰고 있었고,
이씨는 상사로서 이중으로 마음쓰였다.
레이카는 미타무라가 온다는 것을 알고,
아침부터 오늘은 양복으로 하자, 아니 이 드레스로 하자,
가슴이 설레이는 것을 진정시키느라 법석이었다.
미타무라는
“이씨 나도 레이카씨가 좋아요.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요.”
라고 결심하고 생각했던 마음속을 이씨에게 말해버렸다.
이씨는 여동생이 미타무라를
마음속으로부터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만큼
미타무라의 말을 듣고 귀여운 여동생을 위하여
두 사람이 연결되도록 협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레이카의 기쁜 얼굴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지금까지는 반대해왔지만
레이카가 행복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라도 힘이 되어 주려고 결심했다.
미타무라를 부른 것도
레이카가 너무 미타무라를 그리워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부르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이 사랑을 결실을 맺도록 하고 싶다고 이씨는 생각했다.
이씨는 레이카에게
“미타무라씨도 너를 사랑하고 있다.
결혼을 신청했어”
라고 말했다.
오빠의 말에 레이카는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뛰고 기뻐하며
“오빠 고마워”
레이카는 너무 기뻐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16세 때부터 호의를 갖고 3년의 세월.
기다리고 기다리던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의,
확실한 애정의 큰 파동이 레이카의 마음에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 기쁨은 레이카 한 사람의 것이었다.
3년의 세월,
미타무라 이외의 남성은 생각하지 않았다.
미타무라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것이 즐겁고 삶의 목표였다.
그리고 결혼하면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하고 생각하고
일본어도 일본인의 습관도
그러기 위해서 전부 레이카의 일상생활 속에 살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타무라와 결혼해도 걱정이 없고 자신이 있었다.
오빠로부터 미타무라의 마음속을 들은 레이카는
미타무라와 얼굴을 마주치기가 부끄러워
2층의 자기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미타무라가 좋아할 만한 흰색 드레스를 입은 채로
침대 위에 누웠다가
거울로 자신의 얼굴이나 스타일을 보기도 하면서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양친이나 형제들은 레이카를 걱정해서
오빠가 부르러 2층으로 올라가면
“오빠 부끄러워”
라고 하면서 오빠의 뒤로 숨듯이 따라와
미타무라의 곁의 식탁에 앉았다.
그러나 머뭇머뭇거리다가
식사도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차만 마시고, 평소의 레이카가 아니었다.
오빠 춘순은
“레이카,
미타무라씨를 빠이빠이(축제)에 안내해줘라”
고 레이카에게 말했다.
오빠 춘순은 레이카를 미타무라와 함께 외출하게 하려고
레이카에게 이 행복이 도망가지 않도록 마음을 썼다.
이 형제자매의 사랑은 곁에서 봐도 아름답고
레이카는 오빠가 말하는 대로
미타무라를 가까운 사당의 축제에 안내했다.
폭죽이 발밑에서 사방으로 튀는 소리에
레이카는 놀라서,
미타무라의 오른팔에 달려들듯이 몸을 기댔다.
미타무라도 레이카의 마음속을 알기 때문에
“레이카씨 위험해요”
라고 하면서 몸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손과 손을 잡았다.
지로도 레이카도 전류가 흐르듯이
사랑하는 사람의 따뜻함이 마음속에 전해졌다.
“레이카씨, 오빠에게도 말했지만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 고아, 아이, 리ㅡ,> 결혼해 주세요”
라고 이제까지 생각은 하고 있어도
말할 수 없었던 괴로운 마음을 전했다.
사람들로부터 떨어진,
자몽의 잎이 우거진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는 공원의 벤치.
축제의 소란스러움이 멀리에서 들려오지만,
두 명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두 사람의 애정의 고백이었다.
레이카도 미타무라를 짝사랑하고 있는 3년,
매일 괴로운 마음속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고
계속 괴로웠던 것을 지로에게 말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것은 괴로운 것.”
이라고 말했다.
통하지 않는 사랑은
마음속에 괴로움이 되어 축적되는 것이리라.
그것은 언제까지나 칙칙하게 계속되는 것이다.
그리고 애정은,
서로 의지가 통하면
신뢰에 의한 평정의 사랑으로 바뀌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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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