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정의 라이플
원제 : 100 Rifles
1969년 미국영화
감독 : 톰 그라이스
음악 : 제리 골드스미스
출연 : 짐 브라운, 버트 레이놀즈, 라퀠 웰치
페르난도 라마스, 댄 오헐리, 에릭 브레이든
마이클 포레스트
'100정의 라이플'은 할리우드에서는 한 때 최고 흥행스타로 군림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듣보잡에 가까웠던 배우 버트 레이놀즈가 출연한 몇 안되는 개봉작 중 하나입니다. '샤키머신' 캐논볼' '방랑의 나바호조' '샤머스' 등 그가 인기를 누리던 60-70-80년대 출연한 영화 중 개봉한 영화들은 몇 안되죠. 그나마 '샤키머신' '캐논볼' 정도가 좀 성공한 영화들입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는 별 인기가 없었지만 할리우드에서는 '빙 크로스비' 이후로는 처음으로 5년 연속 머니메이킹 스타 1위를 차지했다는 건 늘 갸우뚱한 일입니다. 실제 그가 전성기 시절 출연한 영화들을 봐도 '별로' 입니다. 그다지 대단한 작품을 찾기 어렵지요. 비교적 평범한 오락물 정도. '100정의 라이플' 도 그런 수준입니다.
멕시코 혁명 시대, 얼떨결에 혁명군의 영웅이 되는 두 인물의 이야기입니다. '석양의 갱들'과 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지요. 멕시코 혁명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 분위기가 다 비슷한 부분이 있지요. '혁망아 사파타'나 '석양의 갱들'은 그중 꽤 잘 만든 영화에 속하고 율 브리너가 나온 '풍운아 판초 빌라' 같은 영화는 평범한데 '100정의 라이플' 역시도 지극히 평범한 수준입니다.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게 흑인 배우 짐 브라운이 크레딧을 가장 먼저 차지하는 주인공이고 버트 레이놀즈, 라퀠 웰치 등 3인이 공동 주연입니다. 정확히 어느 집권시기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폭압정치에 맞서서 혁명을 꽤하는 민중들의 이야기입니다. 인디오 출신 야키 조(버트 레이놀즈)는 한량끼 다분한 남자인데 미국 은행에서 거액을 탈취하여 100정의 라이플을 사서 혁명을 하려는 동족들에게 나눠주려고 합니다. 미국에서 그를 쫓아온 보안관 라이데커(짐 브라운)는 멕시코 군대의 방해로 그를 잡지 못하고 오히려 함께 붙잡혀 죽을 위기에 놓이는데 아버지를 군대에 잃은 인디오 처녀 사리타(라퀠 웰치)가 동료들을 이끌고 와서 구출하는 바람에 총살 직전에 살아납니다. 얼떨결에 야키, 사리타와 합류하게 된 라이데커, 야키를 끌고 가야 하기 때문에 그와 함께 움직이게 되지만 결국 자의반 타의반으로 멕시코 군대와 싸우게 됩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라이데커는 죽은 장군을 대신하여 그들의 영웅으로 추대되기에 이릅니다. 할 수 없이 혁명군의 지도자가 된 라이데커는 열차를 탈취하여 적진에 돌진 치열한 전투끝에 승리하고, 지도자 자리를 이어받게 된 야키를 뒤로 한 채 고향인 미국으로 홀로 떠납니다.
혁명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아주 치열한 영화이고 후반부에 열차와 요새로 대치하면서 벌이는 대규모 전투장면은 꽤 볼만합니다. 그런데 이런 숭고하고 진지한 내용이지만 넉살 좋은 두 남자와 관능적인 여인을 앞세워 전개되기 때문에 그다지 무거운 내용은 아니고 비교적 가볍고 경쾌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공룡 백만년'으로 떠오른 라퀠 웰치의 관능미가 볼만한 데 특히 열차를 세우기 위해서 옷을 입은 채로 샤워를 하는 장면에서의 관능미가 볼만합니다. 짐 브라운과 버트 레이놀즈 역시 터프하고 넉살맞은 매력을 앞세워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지요.
21세기 초를 배경으로 한 서부극들이 드물게 있는데 그래서 자동차도 잠깐 나오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19세기 배경 서부극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무법자들의 대결이 아닌 대규모 전투 위주로 많이 다루고 있고 한량끼 넘치지만 그래도 동족의 봉기를 위해서 합류하는 야키와 그를 잡으러 왔다가 얼떨결에 혁명군에 휘말리게 되는 라이데커의 모험으로 전개됩니다. 감독, 각본을 좀 더 역량있게 만들었다면 더 나은 영화가 될 수 도 있지만 아쉽게도 다소 평범합니다.
연출을 한 톰 그라이스 감독은 찰스 브론슨 주연의 '군용열차' 라는 영화로 알려졌고, 역시 찰스 브론슨 주연의 '브레이크아웃'을 연출하기도 했던 상업영화 감독입니다. 그다지 대단한 감독은 아니고 주로 TV시리즈물 연출로 활동하다가 60년대 후반부터 극장용 영화나 TV영화를 자주 만들었습니다. 국내에는 개봉이 안되었지만 찰톤 헤스톤 주연의 '윌 페니'라는 영화가 그래도 그의 작품 중에서는 완성도가 높은 수작입니다.
주연인 짐 브라운은 시드니 포이티어에 이어서 60년대에는 보기 드문 흑인 주연 배우로 당시 섹스 심벌인 라퀠 웰치와 제법 농도있는 러브씬을 연기한 것이 당시 흑백간 로맨스 장면으로서는 굉장히 파격이었습니다. 그만큼 대우를 받았던 배우이고 한때 밀어준 셈이고 이듬해 역시 비슷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엘콘도' 에서도 주연으로 발탁되는 등 흑인 배우로는 당시 많은 혜택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몇 년간 그냥 그런 액션 영화에 주연으로 전전하다가 80년대는 완전히 평범한 배우로 전락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초기에 시드니 포이티어보다 더 많은 푸쉬를 받았지만 본인이 그 수혜를 얻을 역량이 못된 느낌입니다. 반면 버트 레이놀즈는 70-80년대 인기배우로 크게 성공했지요.
당시로서 보기 드물게 69년 제작영화가 69년에 개봉되었습니다. 마카로니 웨스턴과 수정주의 웨스턴 등 당시에 서부영화들이 활발히 인기를 누리던 시대라서 이 영화도 편승해서 빨리 들어왔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런대로 많이 알려진 버트 레이놀즈 영화중 하나입니다.
평점 : ★★☆
ps1 : 배경이 배경이니 만큼 스페인어 대사가 꽤 많이 등장합니다. 뭔 말인지 알 수 없는 스페인어 대사가 수시로 튀어나오는 건 최근 개봉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와 유사하지요.
ps2 : 미국 인디언 만큼이나 라틴 아메리카의 원주민 인디오들도 못지 않은 탄압을 받았다고 하지요.
ps3 : 멕시코 혁명시기의 인물을 다룬 영화들이 제법 있습니다. '혁명아 사파타'나 '풍운아 판초빌라'도 있지만 1939년 '후아레즈'라는 영화도 있었지요.
ps4 : 영화의 완성도에 비해서 제리 골드스미스의 호쾌한 음악은 최고입니다.
[출처] 100정의 라이플 (100 Rifles, 69년) 멕시코 혁명기 배경 오락 서부극|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