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에서의 1박 2일
2009/08/15-2009/08/16
늘 바쁘게 살아오던 우리가 반백의 몸으로 옛날을 회상하며 회갑이라는 세월이 주는 선물을 안고
함께 동행하여 이국의 거리를 걷고 있을 줄이야. 구송회는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커다란 계기를
만들어 문을 활짝 열고 친구를 부른 게지. 모두는 나이를 잊고 소년소녀처럼 설레이는 가슴으로 도시락 들고 갔던 옛날의 첫 소풍에서 가진 행복을 안는다. 함께 한 친구들이 늘 파노라마에 엮이
어 간직되리라라. 최순응, 박용배, 조우준, 박창효, 이형수, 전광춘, 이기석, 이양훈, 이성배,이응
탁, 최석훈, 전제훈, 이응희, 오원현, 박영하, 김옥배, 김덕배 부부 34명이 1968년 고등학교 교문
을 나서고 서울, 대구, 김천, 상주 문경에서 마음을 같이 한 게 다.
새벽을 가르며 달려온 부산 연안부두에는 약속된 친구들이 모인다. 낯선 땅에서야 고향 까마귀 소
리도 반가울 판인데, 송정에서 함께 딩굴던 친구들의 만남이야. 무슨 말을 하랴. 그저 보고 허허허
웃음일 뿐. 구미에서 출발한 버스 안에서는 아내들도 금방 오랜 친구로 변해 있고, 이국에서의 추
억 만들기에 모두 들더 있다. 외국으로의 여행이야 쉬워진지 오래지만, 새로운 삶의 기점을 만드
는 의미를 담은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인가.
우리는 그렇게 부산을 떠나 현해탄을 가로 지른다.
대마도 이즈하라 작은 항구는 왁자지끌한 경상도 투박한 사투리가 날린다. 피오르드식 해안으로
둘러쳐진 대마도는 섬 깊숙히 항구가 들어 앉아 천혜의 요새가 많단다. 이즈하라 역시 잔잔한 호
수와 같은 항구를 가지고 있고, 시가지나 바다, 샛강까지. 깨끗하기 그지 없다. 샛강에 물만큼 많
은 고기 떼들 자연이 제대로 숨을 쉬고 있다. 어느 쪽을 보아도 우거진 나무들, 그 틈에 사람들은
자연과 함께 공존한다.
대마호텔 거창한 간판에 비하여, 우리네가 바라던 것에 반도못미치는 곳 그러나 일본의 알뜰한
공간활용이나, 검소함을 대표한다. 우리네 공간은 늘 너른 여유를 찾고자 하지만 축소의 문화에
걸맞은 의식주가 자연에 더 가깝다는 경이감을 들게 한다. 단촐한 식단의 한끼 식사,
거리를 누비는 경승용차들, 불편없도록 공간을 이용한 최소한의 생활 공간,
낭비 요소를 없앤 수도꼭지와 화장실을 보면서 우리네 삶을 되돌아 본다. 무엇이 잘 살고 있다는
진실에 가까운가. 모두 호텔의 정식을 보면서 '허허 병아리 모이 만큼일세.' 한식의 거창한 밥상
을 이식당 저식당 비교하여 남길지라도 가짓수가 더 많은 곳으로 했던 게 잔반이 하나도 없는
검소한 밥상에 고개를 끄덕인다.
짐을 호텔에 정리하고 두편으로 갈라 대마도의 향기를 호흡하러 나선다. 아리아께 등산 팀과, 시
내 관광 팀으로 나누어 오후 일정을 시작한다. 이즈하라는 큰 도시가 아니기에 도보로 신사나, 옛
조상들이 신사유람단, 조선통신사, 역관의 명목으로 내집처럼 드나들었던 자취를 찾아 오늘 우리
와 일본을 생각하면서 이 나이 이후의 삶의 활력을 찾는 게다.
아리아께는 560여미터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이라 2시간 30분 정도의 가벼운 산보로 생각하여 조선
통신사 기념비에서 출발한다. 삼나무와 편백 숲은 우리 산천의 숲을 되돌아 보게 하는 부러움이
다. 오랜동안 가꾼 정리된 숲은 숲 나름의 질서를 가지고 생사의 역사를 고스란히 가지고 싱싱한
삶의 동력이 활발하게 용솟음치는 듯하다. 정상까지의 등산로는 능선을 비껴 8부 기슭으로 좁은 길을 만들고, 인공을 가미해도 자연 친화적인 시설에 힘쓴 흔적이 역력하다. 땀을 쏟아 오른 정상
은 운무에 뒤덮여 별천지를 만들고 부근은 초원으로 이루어져 평화롭다. 정상에서 돌아오기 싫은
것은 정상이라서가 아닌 세상과 격리되어 나만의 자유로움을 스스로 느끼기 때문이 아니랴.
세상 살면서 나의 의지가 시키는 대로 해보지 못한 경허므이 축적이 정상의 걸음을 늦추는 게다.
허나 우리는 약속된 시계의 똑닥거림에 정상을 멀리 하고 다시 한팀으로 만난다.
우리들 여행의 절정은 구송회가 마련한 이시야끼 만찬. 여러 친구들의 세심한 아이디어가 꽃을
피워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이국의 밤을 가진다. 어패류와, 육류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돌구이에
한잔의 술, 그리고 너와 나 우리를 위한 건배. 우리의 삶은 또 하나의 출발임을 일깨우는 자리다.
아내와 함께 밝힌 촛불, 함께 한 모두는 이 시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자리에 선 게야. '벗들아
동행하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모처럼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우리는 함께 마음을 나누
어 멋진 잔치를 벌인다. 이국에서 뜻밖의 친구 안길룡과 최만 이 자리를 함께 하여 19인의 어울림
마당으로 늘어나니 참 축복일세. '자, 건배, 또 건배.' 조금도 앞서거나 뒤서지 않는 촛불의 어깨동
무처럼 언제나 함께 하새나.
잔치의 뒷풀이로 일본 소주가 몇 순배 더 돈다. 맞닿는 잔마다 부여한 삶의 의미를 한모금씩 마시
면서 예순해 지난 날들을 잊고 행복하다. 지금까지 함께 하는 기쁨에 목말라 하던 날들이 잔 속에
고스란히 녹아 기우는 잔이 온 몸을 환한 미소에 담근다.
이즈하라의 밤은 깊어간다. 일본인 가족이 마치 우리를 축복하는양 꽃등을 달고 지나간다. 샛강을
사이에 두고 지나는 행렬의 그림자가 멀어지고 샛강의 고기마저 활발한 몸짓을 거둘 때이나 아쉬
움이 남는다. 슈퍼에서 산 맥주 몇모금으로 밤을 닫는다.
둘째날은 선상 낚시. 역시 두 편으로 갈라 각각 다른배로 출항한다. 티하나 없이 맑고 잔잔한 바다
에 닻을 내리고 초보 낚싯군들이 월척의 꿈으로 부푼다. 새우미끼에 낚시를 드리우고 릴을 감아올
리면 한두마리 이름모를 고기가 낚이는 바람에 시가느이 흐름을 잊는다. 우리 배에서는 참돔과 방
어를 낚고 다른 편은 다금바리를 잠아 신이 난 조업이다. 싱싱한 활어회와 바다의 풋풋함이 참 어
울린다. 모다 몇시간만에 전문 낚싯군다운 허풍장이들이 되어 만나서 서로 팔을 걷어부치고 낚은
고기자랑이다.
대마도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한적한 식당에서 특유의 검소한 밥상을 받고 북섬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원래 붙어 있던 섬을 러일 전쟁 때 운하를 파서 갈랐다는 만관교를 지난다. 전쟁의 산물들은
우리들에게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오늘도 끊임없는 싸움이 어디에선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 전망대에서 본 부산의 야경이 잡힐듯 가깝다. 보이지 않는 땅의 소속이라기보다 우리땅의 섬 아니
랴. 운무로 보이지 않으나 수평선 너머 사진처럼 앉아 있을 우리 땅을 어림하면서 국제 로밍을 하지 않
고 휴대폰으로 가족들과 통화를 한다. 히타카츠 항구로 가는 길은 자연에게서 최소한의 공간을 빌어 쓴
좁은 도로이고 양 쪽에는 삼나무, 편백의 울창한 숲이 끝없이 이어진다. 작은 섬위에 소나무 한그루를 이고 해변의 모래벌을 장식한 미우다 해수욕장에서 우린 다시 한번 한덩어리로의 연출을 한다.
대마도를 떠난다. 이국에서 보낸 1박2일의 여정이 히타카츠 항의 하늘과 바다에 투영된다. 이별하는 사
람은 없어도 뒤돌아 열적게 손을 흔들고 배에 오른다. 현해탄은 오래도록 우리네 조상들의 역사가 실려
있지 않으랴. 1시간여 달리는가 싶더니 오륙도가 다가온다. 헤어짐은 헤어짐이라기보다 만남의 꺼리를
만드는 게니 서운해 하지 말고 어이 가시구려.
버스에 오른 팀은 칠곡 휴게소에 자리를 펴고 마지막 만찬이다. 서로가 서로의 삶을 공유하기 어렵기에
만남이 쉽지 않아서인가, 누가 회 안주에 소주를 푸짐하게 싣고 와 거나하게 취하게 하는가. 취기어린
눈으로 으틀을 돌이켜 할 이야기가 많기도 하다. 상기된 얼굴 날이 선 목줄, 다 함께 한 1박2일을 몇번
이나 되새김질하는가 일어설 줄 모른다.
버스안은 여흥으로 음악이 끝없이 이어진다. 1ㅏ박 2일의 우리들의 이야기는 노래로 승화한다. 얼싸안
고 아름다운 추억을 머리에 다지고 또 다지고, 밖은 엄둠에 잠긴지 오래지만 버스 안은 한참을 우리만의
환한 세상을 창조하고 허물고 또 창조하고. 그러다가 제자리에 선다.
'잘 가래이.' '그래 니두 건강하구 술 쪼매 줄이거래이.' '마, 거기 내한테 하는 소리가 니한테 하는 소리가. 우쨌던 행복했데이. 잘 가.' 모두 자신의 공간으로 흩어진다. 이번 행사에 힘보탠 구송회를 비롯한 모든 친구들에게 감사와 모두 오늘만큼의 행복을 간직하고 살았으면 한다
잔잡아 마주 대면서
'우정, 행복, 건강, 화목, 장수,...... .'
숱한 기원을 타서 마셨지.
늘 아름답고 환한 오늘을 만들기를
소망하면서
1박2일의 추억을 덮는다
2009/08/25
문경 산북의 산돌
첫댓글 운해에잠긴 아름드리 편백숲을 안개에 뭍힌 밤길 건너듯 오른정상, 짙은 운무를 발아래 깔고앉은 파란 잔듸의 넓은 평온함... 하계를 벗어난 천상의 평화로움같은것에 무심의 선경을 느끼며 알싸한 바람결이 등줄기 땀을 식힐때 자네가 지고온 막걸리한잔은 그어느장소, 그어떤술보다 의미있는 기억으로 남네...조각이된 기억을 퍼즐 같이 엮어낸 얘기,감사하네...늘 건강하시게나....
운무 속의 아리아께 정상 초원에서의 한잔을 나눔의 행복은 잊을 수 없는 삶의 명장면이 아니었나 싶네. 늘 그런 행복을 손에 쥐고 활기찬 나의 삶을 꾸려 가시게나.
일본 대마도에서 19쌍의 만남은 우연이 아닌 좋은 인연이 틀림이 없음니다. 구송회의 계획과 추진은 처음부터 아름다운 추억 만들기의 멋진 프로그램이었습니다. TV에 나오는 1박2일의 다른 프로그램보다 더 알차고 멋진 행사였습니다. 사진과 글을 편집한 산돌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기획 연출한 우리들의 1박2일은 이 세상 어떤 프로그램보다 오래도롣 우리의 삶 속에 들어 앉아 있지 않을까. 늘 행복하게나
멋있다. 건강하고 행복들 하소서.
백두대간을 향한 친구의 발걸음이 어디 쯤일까.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