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박혜리(16) 학생이 두 눈을 크게 뜨며 이렇게 물었다. 옆에 있던 다른 학생이 외친다. "저도 그랬는데! 또 오시면 안 되나요?" 주위에서 "와!" 하고 웃음이 터졌다.
조선일보와 음반 기획사 스톰프뮤직이 매달 여는 '나눔프로젝트―찾아가는 무료 음악 콘서트'. 12월 공연은 피아니스트 김정원(34)씨가 지난 14일 부산 알로이시오 기계고등학교를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 출연해 더욱 유명해진 김씨는 클래식 대중화에 앞장서는 신세대 피아니스트. 오스트리아 빈에 거주하면서 국내외를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경희대학교 특임교수로 재직 중.
그가 이번 공연에 참석하게 된 건 학교 재단법인이기도 한 '마리아수녀회' 알로이시오 관현악단에서 근무하는 최진욱(24)씨가 사연을 보냈기 때문이다. 편지엔 "어릴 때 다니던 학교가 무료 콘서트에 당첨되면서 친구들과 함께 피아노 공연을 본 경험이 있는데, 그때 행복했던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며 "그런 예쁜 기억을 우리 학생들에게도 나눠주고 싶었다. 김정원씨가 꼭 우리 재단 학교에서 공연을 해줬으면 한다"고 적혀 있었다.
김정원씨는 "클래식 음악을 많이 접해보지 못한 이들일수록 더욱더 좋은 연주를 들려줘야 진정한 음악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12개 도시를 도는 전국 투어 리사이틀 공연 중인데, 마침 13일 부산에서 공연이 있어 연달아 나눔 콘서트를 하기로 결정했다. 전날 공연 때 코피를 쏟았을 정도로 몸이 좋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연주하겠다"고 말했다.
- ▲ 지난 14일 부산 알로이시오기계고등학교에서 열린 나눔 프로젝트‘찾아가는 무료 콘서 트’. 피아니스트 김정원씨가 쇼팽의 야상곡을 연주하고 있다./부산=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이날 공연의 주제는 '쇼팽과 리스트'. 무대에 선 김정원씨는 "누구보다 섬세하면서도 고난도의 기술과 힘을 요구하는 음악을 만들었던 두 작곡가 쇼팽과 리스트를 소개하고 싶다"며 리스트의 녹턴 3번 '사랑의 꿈'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 학교 학생뿐 아니라 인근 학교 중학생들까지 700여명이 모여 소란스럽던 강당은 첫 피아노 음이 울리자 한순간 조용해졌다.
두 번째로 쇼팽의 '녹턴 E플랫장조 Op.9-2'를 연주하자 앞 자리에 앉은 몇몇 학생은 "아…, 이 곡!" 하며 감탄사를 뱉었다.
연달아 쇼팽 소나타 2번과 역동적이고 화려한 곡으로 유명한 리스트의 '베르디 리골레토 주제에 의한 패러프레이즈'를 연주하자 강당엔 환호가 가득 찼다. 사연을 보냈던 최씨는 "실제로 듣는 연주가 기대를 뛰어넘는다.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을 위해선 삼익피아노(02-517-1300)측이 직접 피아노 한 대를 부산 공연장에 보내주기도 했다.
'찾아가는 무료 음악 콘서트'는 2010년에도 계속된다. 공연을 원하는 학교나 단체는 이메일(event@stompmusic.com)로 사연을 보내면 된다. 문의 (02)2658-3546, event@stompmus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