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당신의 손과 발을 보여 주시고 그들 앞에서 음식을 잡수신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당신 부활의 증인이 되어 복음을 전하라고 말씀하신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평화를 빌어 주십니다.
그리고 제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시고 제자들의 마음의 문을 여시어
『성경』의 뜻을 깨우쳐 주십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부활 사건은 상상이나 환시가 아닙니다.
삶에서 이루어지는 생생한 사건입니다.
우리는 큰 영적 체험을 통해서 우리의 신앙이 뜨거워지기를 바랍니다.
한편으로는 영성이 깊은 사람들만이 하느님 체험을 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우리 시대의 유명한 신학자 카를 라너 신부는
우리도 일상의 사건들 속에서 신비로운 은혜를 체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부당한 취급을 당했는데도 침묵을 지킨 적이 있는가.
우리는 아무런 보상도 못 받고 남을 용서해 준 적이 있는가.
우리는 아무런 감사도, 인정도 받지 못하면서도 희생한 적이 있는가.
우리는 순전히 양심의 명령에 따라
자신만이 책임져야 할 결단인 줄 알면서도 내린 적이 있는가. ……”
(카를 라너, 『일상』에서).
믿음 안에 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이러한 일들을 체험했다면
우리는 신앙 체험, 곧 하느님 체험을 한 것입니다.
우리가 일상의 일들을 신앙에 비추어 살펴본다면 그 속에서 부활의 신비,
주님의 은혜로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신앙은 보이는 것 너머에 하느님의 은혜가 있음을 보게 하는 힘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시고 제자들과 함께 하시며
구운 물고기 한 토막을 드십니다.
무려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대단하신 분께서 지극히 평범한 우리들처럼
음식으로 허기를 해결하시는 것입니다.
이는 뒤집어 이야기한다면 우리들의 일상 안에서도
부활한 삶을 체험할 수 있다는 초대처럼 느껴집니다.
우리가 매일 반복하며 살아가는 일상들,
먹고 마시고, 자고 말하고, 웃고 슬퍼하는 모든 순간들 안에서
부활의 삶, 참된 삶을 깨달을 수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오늘은 내가 지금까지 한 번도 살아본 적 없었던 하루라는 것,
내가 지금 숨쉬고 하느님을 의식하고 이웃들과 함께 신앙을 고백할 수 있다는 사실에
경이로움을 느끼고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면
나는 이미 부활의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제자들의 부활 체험 장면은 이렇습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 성경을 깨닫게 해 주셨다.”(루카 24,45)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성경을 이해하게 해주셨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전에 수난 예고를 하실 때, 제자들에게는 그 뜻이 감추어져 있어서,
말씀하신 것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예수님께서 마음을 열어주셔서 성경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면, 제자들이 예수님과 가까이 3년 동안 함께 했던 것처럼,
오랫동안 예수님의 말씀을 가까이 한다면, 결국 우리에게도 부활 체험이 있을 것입니다.
처음에 성경을 보면서는 부활 체험을 할 수는 없더라도,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때에, 마음을 열어주시면, 부활 체험을 할 것입니다.
말씀에 대한 열정으로 예수님께 다가간다면,
“예수님께서는 마음을 여시어 성경을 깨닫게 해주실 것입니다.”(루카 24,45)
이를 위해, 성경 통독, 성경 필사, 그리고 또 우리 자신을 부활 체험으로 이끌어줄
성경 말씀 한 구절이 있었으면 합니다.
말씀에 대한 열정으로 성경을 대한다면,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부활 체험을 주실 것입니다.